몰락한 황제주 LG생활건강, 美 공략 힘쓰지만.."단기간 내 반등 어렵다"

김기진 2022. 5. 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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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다. 5월 19일 66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이날까지 39.5%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인 13.3%의 세 배 가까이 된다. LG생활건강과 함께 국내 대표 화장품 종목으로 자주 언급되는 아모레퍼시픽과 비교해도 부진한 흐름이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연초부터 5월 19일까지 8.9%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리막길

▷中 수요 둔화·오미크론·물류 대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LG생활건강 실적과 주가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한국, 중국 등 주요 국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소비 심리가 회복 조짐을 보였고 온라인 채널도 성장하면서 실적이 우상향했다. 여기에 팬데믹 국면에서 풀린 풍부한 유동성, 주식 투자 열풍 등 우호적인 증시 환경이 주가에 힘을 실어줬다. 덕분에 지난해 7월 한때 170만원대 후반까지 주가가 올랐다. 당시 증권가는 목표주가로 최고 231만원을 제시하는 등 머지않아 주가가 200만원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수요가 둔화되고 면세점 부문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기록하며 실적과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글로벌 물류 대란까지 겹치며 상황은 빠른 속도로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4분기에는 매출 3.4%, 영업이익은 5.9%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1분기 매출 1조64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인 2조370억원에 비해 19.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710억원에서 176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경제 수도 상하이 등을 봉쇄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LG생활건강 측은 “지난해 1분기 실적이 좋아 올해 기저 부담이 컸다. 지난해 4분기 중국 따이공(보따리상)이 제품 가격 할인을 요구했는데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이에 응하지 않은 것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실적이 악화되니 주가 역시 맥을 못 춘다. 지난해 7월 170만원대 후반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쓴 후 계속 하락세다. 올해 1월 10일에는 종가 95만6000원을 기록하며 황제주(한 주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주식) 대열에서 이탈했다. 이후에도 하락세를 거듭해 5월 중순 기준 70만원 밑에서 거래 중이다. 2021년 7월 고점 대비 60% 이상 빠졌다.

▶반등할 수 있을까

▷증권가, 목표가·실적 전망 낮춰

LG생활건강은 재도약할 수 있을까.

회사 측은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매출 지역을 다변화해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차석용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명품 뷰티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 시장이자 트렌드를 창출하는 시장인 북미에서 사업 확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로 북미 시장점유율 확보는 중요한 사안이다.

실제 LG생활건강은 최근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9년에는 미국 화장품·생필품 업체 뉴에이본을 인수했다. 이어 2020년에는 유럽 더마화장품(기능성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 북미·아시아 사업권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1억달러를 들여 미국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를 보유한 보인카 지분 56%를 사들이며 주목받았다. 알틱폭스는 비건 콘셉트를 내세운 브랜드로 고급 염모제가 주력 상품이다. 올해 4월에는 미국 뷰티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 65%를 1억2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으며 북미 시장 내 영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더크렘샵은 한국계 미국인이 설립한 회사다. 미국 10~20대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중국 매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세에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LG생활건강은 5월 초 중국 상하이시 상무위원회에서 발표한 ‘조업 가능 화이트리스트 기업’에 포함됐다. 이후 5월 11일 조업재개 신청이 승인됐다. 이에 따라 3월 말 상하이 봉쇄 조치 이후 전격 통제됐던 유통망이 정상화되면서 상하이 보세구역에 묶여 있던 제품 통관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5월 들어 하나금융투자와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DB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낮췄다. 목표주가도 내려 잡는 모습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0만~130만원대였던 목표주가는 5월 중순 60만~100만원대로 하락했다.

무엇보다 LG생활건강 브랜드 파워가 예전만 못해 우려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1분기 LG생활건강 대표 럭셔리 브랜드 ‘후’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20년 2분기 팬데믹으로 유럽이 봉쇄됐을 때 로레알 등 글로벌 브랜드 업체 매출 감소폭보다 크다. 이번 1분기 에스티로더 중국 매출이 5% 감소하는 데 그쳤고 설화수(아모레퍼시픽)는 8%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이다. 후가 중국 내에서 보유한 브랜드 파워에 대해 근본적인 의심이 든다. 중장기 실적 가시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허제나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역시 “2월 베이징 올림픽 직전 통제 영향과 수요 부진 탓으로만 보기에는 시장 전체와 비교해서, 그리고 경쟁사와 대비해서도 매출 감소폭이 너무 컸다. 3개 분기 연속 감소한 매출은 브랜드 파워가 약화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함께 펀더멘털 경쟁력 우려가 크다. 주가는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주가를 110만원에서 70만원으로,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등으로 팜유를 비롯한 화장품 주요 원료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LG생활건강은 1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팜스테아린 오일 매입 가격이 지난해 t당 1291달러에서 1551달러로 뛰었다고 공시했다. 팜스테아린 오일은 비누, 세제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팜유다. 팜핵유 역시 가격이 18.3% 올랐다.

매출 성장 잠재력은 약해지고 원재료값은 오르는 탓에 올해 실적 추정치는 갈수록 악화된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월 18일 기준 LG생활건강 2022년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매출 7조4887억원, 영업이익 8910억원이다. 1개월 전 제시한 예상치(매출 8조4577억원, 영업이익 1조3137억원), 3개월 전 예상치(매출 8조5311억원, 영업이익 1조3419억원), 6개월 전 예상치(매출 8조8360억원, 영업이익 1조4203억원)보다 적은 금액이다.

브랜드 파워 약화, 원자재값 상승과 더불어 한국·미국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등 증시 환경이 안 좋은 만큼 전문가들은 한동안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종대 애널리스트는 “후 매출 회복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0호 (2022.05.25~2022.05.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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