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근심株' 전락한 카카오그룹..1분기 실적 기대 이하

배준희 2022. 5. 23. 17: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전 세계 기술주가 조정받는 가운데 카카오그룹주 역시 속절없이 추락 중이다. 사진은 카카오 판교오피스 전경. (매경DB)
카카오그룹주가 속절없이 추락 중이다. 지금까지 카카오그룹의 높은 시가총액을 지지했던 성장성이 흔들리자 증권가는 일제히 눈높이를 낮추는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 종가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카카오그룹 계열사(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넵튠)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71조원으로 올 초(111조원) 대비 36% 줄었다. 허공으로 사라진 시총 규모만 40조원에 육박한다. 그룹 지주사 격인 카카오는 올 들어 30%가량 떨어졌다. 카카오페이와 넵튠은 상장 5개월이 채 안 되는 동안 주가가 반 토막 나 투자자 근심이 깊다. 카카오뱅크(-35%), 카카오게임즈(-39%)도 급락을 비껴가지 못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현 주가는 공모가에도 못 미친다. 두 회사 공모가는 각각 3만9000원과 9만원인데 최근 주가는 이를 밑돌고 있다.

카카오그룹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미국의 강력한 양적 긴축으로 전 세계 기술주가 호된 시련을 겪는 중이다. 기업가치 산식은 간략히 해당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현금흐름이 분자에, 할인율에서 성장률을 뺀 값(R-G)이 분모에 자리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곧, 할인율이 커지는 것으로, 분모가 커져 기업가치가 전체적으로 쪼그라든다. 특히 카카오 같은 기술주나 성장주는 금리 인상에 더욱 민감하다. 성장 기업은 인수합병(M&A)이나 설비 투자(CAPEX) 등으로 당기에 벌어들인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투자를 위해 지출한다. 그러다 보니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보다는 현금흐름이 뒤처진다. 이런 이유로, 기술주는 통상 3년 혹은 5년 뒤의 현금흐름을 예측해 이를 미리 가져와 기업가치를 계산하므로,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할인율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낮아진 주가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고평가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가령, 카카오뱅크는 올해 추정 실적 기준 PER이 지금도 50배를 넘는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지만 회수 기간 의미도 있다. PER이 50이라면 지금 투자했을 경우 앞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50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에 투자를 했던 것은 높은 성장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에 작금의 현저히 높은 PER이 정당화됐다. 그런데 성장률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자 투자 회수 기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이는 곧 투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국면에서 기술주의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높은 할인폭을 이겨낼 수 있는 성장을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주가가 고점 대비 많이 빠졌으니 이제 올라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금리의 급격한 상승 사이클 아래서는 투자자를 설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시장 기대 밑도는 실적

▷매출도 역성장

최근 발표된 카카오그룹 실적을 보면 성장성에 물음표를 던질 만한 대목이 적잖다. 카카오그룹 모회사인 카카오는 1분기 영업이익이 1587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소폭 밑돌았다.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884억원으로 컨센서스(1028억원)를 10%가량 밑돌았다. 카카오게임즈도 영업이익이 421억원으로, 시장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카카오페이는 아예 1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매출 성장률이 꺾인 것을 증권가에서는 더욱 우려한다. 매출은 가격(P)과 수요(Q)의 함수로 표현된다. 매출 감소는 수요 둔화와 직결되므로 일회성 비용 증가에 따른 단기적 수익성 악화보다 더 나쁜 악재로 여겨진다. 매출 증가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지금 같은 초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비용 압박을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는 캐시카우로 여겨졌던 카카오톡 비즈니스 매출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 중이다. 1분기 톡비즈 광고 매출은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전분기보다 약 6% 줄었다. “1분기는 광고·커머스 분야의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카카오 측 설명을 고려해도, 카카오 7개 사업 부문 중 뮤직과 스토리(웹툰·웹소설)를 제외한 전 사업 부문에서 전분기보다 매출이 줄어든 것을 투자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의 홀세일(법인영업) 매출이 둔화되는 등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정부 정책에 따라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축소하고 중금리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 충당금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카카오게임즈는 기대할 만한 신작 아이템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갈수록 가파르게 오르는 인건비 등 비용 우려는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는 중이다. 가령, 카카오의 1분기 영업비용은 36% 늘어난 1조4930억원이다. 이 중 인건비가 전체의 23%(4120억원)를 차지했다. 카카오는 올해 본사 직원 연봉 재원을 15% 늘리기로 했다.

사정이 이렇자 증권가는 잇달아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목표주가가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은 카카오게임즈다. 유진투자증권(27%), 이베스트투자증권(23%), 키움증권(20%) 등은 목표주가를 큰 폭 낮췄다. SK증권은 카카오페이 목표주가를 21% 낮췄고 교보증권, 메리츠증권은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각각 7%, 9% 하향했다.

‘쪼개기 상장’에 따른 논란도 카카오그룹에 부담 요인이다. 카카오그룹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을 추진 중이다. 자회사 상장으로 지주사 카카오의 가치 증대가 기대되지만 모회사 할인 우려가 점증되는 중이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등 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형 지주사라는 점에서 단순 관리형 지주사와 구분되며 코로나 국면에서는 자회사 상장이 오히려 호재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조단위 자회사 줄상장으로 시장 수급을 어지럽힌다는 비난이 비등한 가운데, 지나치게 많은 자회사 상장에 따른 ‘더블카운팅’ 우려를 카카오 또한 비껴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더블카운팅이란 모회사와 자회사 본질 가치는 그대로인데 상장만으로 자회사 기업가치가 모회사에 중복 계산돼 합산 시총이 커지는 것을 뜻한다. 현금흐름 측면에서 지주사 할인을 분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자회사 상장 시 지주사의 순이익이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회계적인 숫자일 뿐, 실질적인 현금흐름이 수반된 것은 아니다. 지주사는 자회사로부터 배당, 상표권료, 임대료 등을 받겠지만 현금흐름이 제한적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당분간 카카오그룹주가 횡보하는 가운데 성장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 당장 카카오페이의 경우 최근 서비스를 개시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성장률을 입증해 투자자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카카오게임즈는 곧 출시할 신작 ‘우마무스메’가 전작 ‘오딘’의 성장 둔화를 상쇄시키는 것이 숙제다. 시장 시선도 엇갈린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에 대해 “현재 주가는 카카오톡 광고비 집행 둔화와 인건비 인상,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주의 주가 하락 등을 상당 부분 반영한 상황”이라며 “2분기는 광고와 커머스 성수기이고, 카카오페이의 MTS 서비스가 시작되며 새 정부의 대출 규제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돼 주요 사업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허지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는 올해 콘텐츠 부문 매출이 늘겠으나 자회사의 해외 진출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이익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0호 (2022.05.25~2022.05.3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