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묻고 6조 더..정의선 "美 로보틱스·UAM·자율주행에도 투자"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미국에 50억 달러(약 6조3700억원)를 추가 투자해 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UAM)·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에 대해 미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이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장에서 이 같이 대미 추가 투자계획을 밝혔다. 전날 미 조지아주에 55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발표에 이어 미래 신사업에도 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규모는 지난해 3월 발표했던 74억 달러(약 9조4200어원)에서 105억 달러(약 13조3700억 원)로 31억 달러 늘었다.
현대차 “13조원 투자”, 바이든 ‘35분 독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대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한 건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 간 경제안보 동맹이 부각된 상황에서 양국 정부의 정책 기조에 호응하는 한편, 세계의 이목이 현대차그룹에 쏠리는 부수적인 효과도 누리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의 ‘통 큰’ 투자 보따리에 이날 오전 정 회장과 15분간 통역 없이 ‘단독 환담’을 했다. 이어 정 회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한 후 두 사람은 추가로 2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장에서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100억 달러 이상 신규 투자하기로 했다”며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을 통해 8000명 이상 고용이 이뤄진다. 이는 미국 국민에게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 이번 투자에 보답하기 위해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지난 이틀 동안 양국 간 굳건한 동맹과 경제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미국에서 고품질의 전기차를 생산해 현대차그룹이 미국 자동차산업의 리더로 도약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로보틱스·자율주행 등 투자를 통해서도 미국 고객에게 높은 편의와 안전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이런 내용으로 3분가량 발언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6분가량 할애해 미국의 친환경차 비전과 경제협력을 소개했다. 이어 기업의 투자 촉진을 독려했다. 또 발언 중에도 정 회장에게 “땡큐”(Thank you)를 연발했고, 회견장을 퇴장하면서는 정 회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의선 ‘승부수’…17년 만에 美 공장
앞서 현대차그룹은 20일(현지시간) 조지아 주정부와 전기차·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내용의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1183만㎡(약 360만 평) 부지에 내년 착공해 2025년 상반기 가동한다. 생산량을 점차 늘려 2030년께 연 30만 대 생산이 목표다. 조지아 주정부는 현대차그룹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제반 지원을 약속했다.
현대차그룹이 조지아 전기차공장을 가동하는 건 현대차 앨라배마공장(2006년), 기아 조지아공장(2009년)에 이어 17년(완공시점 기준) 만이다. 기존 공장이 내연기관 차종만 생산해온 데 따라 전 세계적인 친환경차 정책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선 미국에서도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이 중요한 과제였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현대차·기아는 전 세계에 8만1744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에서 5.7%의 점유율(세계 5위)을 기록하고 있다. 선두 업체인 미국 테슬라(31만411대)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세계에서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 약 12% 수준의 시장을 점유하는 것이 목표다. 이 중 미국에선 2030년까지 84만 대(25.7%) 판매가 목표다. 미국은 유럽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양대 핵심 시장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이번 전기차 공장 가동 이전까지는 앨라배마공장에서 내년부터 GV70 등 전동화 모델을 일부 생산키로 했다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전기차 공장 설립은 바이든 정부의 강력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자국 물자 우선 구매)’ 정책에 대응하는 전략적 성격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 연방정부가 미국산 제품을 먼저 구매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올해 10월부터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해외 완성차의 현지 생산 부품 비율을 55%에서 60%로 상향 조정하고, 2029년엔 이 비율을 75%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미국 전기차 시장 규모는 올해 75만 대 규모에서 2030년 602만 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미국에서의 전기차 생산·판매를 필연적으로 늘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앨라배마·조지아공장 신설 이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로 도약했듯이, 이번 전기차 공장 신설로 대미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 브랜드 주목도·신뢰도 상승을 통해 국내 생산·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앨라배아·조지아공장 가동 이전인 2004년 연간 70만 대 이하였던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 149만 대로 2배 이상이 됐다. 2004년 대비 지난해 한국 공장의 수출 대수는 79% 증가했고,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79%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공장 고용 인원도 26%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새로운 전기차 공장은 미국에서 생산·판매를 늘리고, 한국 부품기업의 수출·고용을 늘릴 수 있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성공할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 아이오닉5 자율주행차 다닌다
전기차 공장에 이어 20205년까지 50억 달러 투자를 밝힌 미래 신사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 관계자는 “로보틱스·UAM·자율주행·AI 등 관련해 몇 년 전부터 미국 현지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같은 협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미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와 ‘모셔널’을 합작 설립해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 자율주행 레벨4가 적용된 아이오닉5를 활용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우버이츠’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0년엔 워싱턴DC에 UAM 독립법인인 '슈퍼널'을 설립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고, 같은해엔 세계 로봇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로봇 개 ‘스팟’ 등을 선보인 바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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