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매력 살리고, 中 압박 대비해야"..한·미 반도체 동맹 득과 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동맹’을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이날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전자 관계자들에게 “땡큐” 인사와 ‘엄지 척’을 연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반도체 동맹의 실익과 기대 효과를 차분하게 분석하고, 중국의 반격 등에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소재·부품·장비업체 지원, 생태계 조성 등에 대한 정부의 파격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미 간 협력 구도는 향후 경쟁업체에 ‘압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였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2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시장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가 열어준다”며 “(이번 동맹은) 미국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대만 TSMC보다 한국 기업을 생산 파트너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서로 동반 성장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역시 “양국 간 신뢰관계 형성으로 미국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해졌다”고 낙관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동맹에 참여하지 못하면 안정적 제조 기반에 위협을 받을 수 있었다.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 등을 활용하게 된 것은 성과”라며 “다만 (한·미 간) 기술동맹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된다는 내용은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민주주의라는 ‘가치’을 기반으로 하는 동맹이 도덕적 명분은 있지만 구체화한 내용이 없어 경제적으로 실리가 적을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미국과 무역·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과 비즈니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주요 이유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 장비업체가 중국에 진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교수는 “중국 시안(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생산)과 우시(SK하이닉스 D램) 공장으로 장비 반입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에 공장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의 통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시장을 다 쥐고 있어야 우리에게 유리한데 한쪽(중국)을 잃는다면 그에 따른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양팽 연구원은 “극단적으로는 중국이 수입금지 조처를 내릴 우려가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한 반도체 중 59.7%가 중국(홍콩 포함)에 수출됐다. 중국 기업은 이를 이용해 주로 전자제품을 만든다. 현재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를 대체할 제품은 실제로 없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과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내려지면서 한국의 유통·화장품·자동차 업계가 크게 피해를 본 것처럼 반도체 테두리를 벗어난 다른 분야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적극 참여하되, ‘안’을 살찌워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자체적인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 확대는 물론 외국 기업·자금의 유치를 통해 이른바 ‘K-반도체의 매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안기현 전무는 “기술 개발, 시설 투자에 힘을 쏟아 공급을 제대로 해야 기회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팽 연구원 역시 “미국에 투자하는 한편 국내 생태계 조성, 인센티브 확대 등으로 미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기술 협력을 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을 동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재근 학회장도 향후 중국과 관계에 대해서 “미국이 중국에 있는 한국 공장에 대한 제재를 풀어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실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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