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바이든 서명한 3나노 반도체..한·대만·미 파운드리 경쟁 트리거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동맹’ 의지를 밝혔다. 이날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일정이었다. 두 정상은 이날 방명록 대신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All-Around) 기반의 3나노 반도체 웨이퍼(얇고 둥근 실리콘 판)에 서명했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삼성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세계 1위 대만 TSMC에 맞설 ‘비밀 병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부동의 1위’ TSMC에 맞설 비밀병기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번에 3나노미터(㎚·1나노=10억 분의 1m) 공정이 적용된 최첨단 반도체 웨이퍼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은 GAA 구조 3나노 1세대 반도체를 5~6월 중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기술 발전은 스위치 역할을 하는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더 많이, 전력 소모를 줄이며 만드는 게 핵심이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입체구조 공정인 ‘핀펫(FinFET) 기술’은 기존 평판 트랜지스터보다 효율이 높지만 초미세공정으로 진화하면서 한계가 드러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3나노 GAA 구조다. 삼성은 20년 이상 GAA에 투자해왔다.
삼성전자, 20년 전부터 개발 나서
GAA 구조에서는 전류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 전력 효율이 개선된다. 삼성 측에 따르면 MBC-FET 공정 반도체는 7나노 핀펫 트랜지스터보다 공간은 45% 줄이고, 소비 전략은 50% 덜 쓰며 성능은 35%가량 나아진다. 핀펫 공정과 호환성이 높아 기존 설비·기술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3나노 반도체는 주로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고성능과 저전력을 요구하는 차세대 반도체에 활용될 전망이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다. 매번 기술 공정에서 TSMC를 쫓아가던 삼성이 이번에는 신기술로 제품 양산에 들어가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GAA 공정 양산은 삼성이 추격자에서 벗어나 시장 선도자가 되겠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했다.
시장점유율 53%로 삼성의 세 배를 차지하는 TSMC는 그동안 3나노까지 핀펫 기술을 적용한 뒤 2나노부터 GAA를 적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증권가에선 TSMC가 올 하반기 핀펫 기반의 3나노 반도체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대만·미국 파운드리 3파전 되나
TSMC는 대신 ‘압도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실제로 올해에만 400억~440억 달러(약 50조9200억~56조1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300억 달러)보다 최대 47%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TSMC가 3나노보다 앞선 1.4나노 공정 개발에 서둘러 착수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황제’ 인텔 역시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내년까지 3나노 수준인 ‘인텔3’를 도입하고, 2025년부터는 2나노 공정 양산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인텔은 2나노 공정 양산에 적용할 신기술 ‘리본펫’을 공개하기도 했다.
수율 안정화, 고객 확보도 과제
삼성이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해도 남은 과제는 적지 않다. GAA 공정 자체가 매우 난도가 높아 수율(합격품 비율) 확보 및 안정화가 당면한 이슈다. 이번 회담에 바이든 대통령과 동행한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퀄컴은 앞서 4나노 물량 일부를 삼성 파운드리에 맡겼다가 TSMC로 옮긴 적이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 파운드리의 낮은 수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 창출도 필요하다. 삼성으로선 애플이나 엔비디아, 퀄컴 같은 메이저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메이저급 팹리스 중에는 아직 3나노 공정에 맞는 설계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3나노 공정 제품을 공급하는 곳은 지명도가 작은 업체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정상의 삼성 방문과 3나노 공정 공개는 삼성이 미국의 팹리스 업체를 향해 ‘최신 반도체가 필요할 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과 확실하게 손을 잡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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