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감독 데뷔한 이정재 "칸 기립박수 이렇게 길게 친다고?"

이현아 2022. 5. 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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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 정우성이 19일(현지시간) 자정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열린 '제 75회 칸 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헌트’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프랑스)=박세완 기자 park.sewan@joongang.co.kr / 2022.05.19/

“태어나 이렇게 오래 기립박수를 받기는 처음”. 배우 이정재가 ‘감독’ 자격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정재는 22일(한국시간) 프랑스 칸에서 개최 중인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 데뷔작 ‘헌트’를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서 처음 공개했다.

‘헌트’는 이정재가 배우 데뷔 30년 만에 각본을 쓰고 연출과 주연까지 맡은 작품이다. 시사 후 이정재는 “칸영화제서 ‘헌트’의 첫 상영을 하는 게 작은 꿈이었다. 이루게 돼 기쁘고 너무 감사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영화 ‘헌트’는 1980년대 안기부의 에이스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남파간첩 총책임자를 쫓아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는 첩보 액션물이다.

이정재는 당초 배우로 영화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감독 물망에 몰랐던 정지우, 한재림 감독이 잇따라 하차하며 메가폰을 잡았다.

이정재는 “‘헌트’가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여서 (감독) 결정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면서 “평호와 정도는 각각 다른 이데올로기에 이용당하고 서로 대립한다. 우리는 상대방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분쟁하지만 실은 누군가 선동하고 만드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정재는 난생 처음으로 각본 집필과 연출까지 맡아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써본 사람이라 매우 어렵고 곤란한 지경에 빠진 기분이었다”는 이정재는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것부터 영화가 해외 관객과 만나는 것까지 크고 작은 계획을 함께해 연기와 달랐다”고 차이점을 비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이정재의 구슬땀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이 됐는지 ‘헌트’는 첫 상영 후 객석에서 3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정재는 “이걸 이렇게 길게 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 이렇게 오랫동안 기립박수를 받아보기는 처음”이라며 방긋 미소를 지었다.

이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서는 영화가 별로면 관객들이 보다가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헌트’는 다들 늦은 시간까지 끝까지 봐주시고 오랫동안 박수를 보내줬다. 영화를 준비한 모든 이들이 함께 박수받는 기분이었다고 기뻐했다.

‘청담부부’로 불리는 동료이자 절친 정우성은 이정재와 함께 4년 동안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을 함께 했다. 정우성과 이정재는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이번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정재는 “처음 영화 판권을 구매할 때부터 정우성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강조하며 “친구이자 동료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정우성은 이정재가 제일 잘 찍었다’는 말을 꼭 듣고 싶었다.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기존에 잘 하지 않았던 표현이나 행동을 일부러 집어넣고 회의할 때도 제일 멋있어야 한다는 말을 내내 했다”고 덧붙였다.

이정재는 넷플릭스 흥행작 ‘오징어 게임’ 이후 방문한 칸에서 월드 스타의 유명세를 실감했다. 어딜 가도 먼저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는 팬들이 이어진다고. 해외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이정재는 “나는 사실 꿈이 큰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최선을 다하다 보니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을 만났고. 성기훈 역할을 열심히 하다 보니 해외에서 반응을 얻는 일이 이어져 나온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이현아 기자 lee.hyunah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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