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두 공연장에서 '최대 흥행' 기록한 한국여성 넷

김호정 2022. 5. 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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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연주하는 현악4중주 에스메 콰르텟
2018년 국제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고 있는 에스메 현악4중주단. 왼쪽부터 김지원, 배원희, 허예은, 하유나. [사진 크레디아]

까만 연미복을 입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네 남성. 바이올린ㆍ비올라ㆍ첼로의 현악 4중주 팀에 대한 오래된 관념이었다. 한국의 여성 연주자 넷이 모인 에스메 콰르텟은 그 생각을 뒤집으며 등장했다. 2016년 결성, 2018년 영국 위그모어홀 현악 4중주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다. 1979년 ‘런던 국제 현악 4중주 콩쿠르’로 시작한 이 대회 최초의 전원 여성 우승팀이었다. 멤버는 바이올린 배원희(35)ㆍ하유나(31), 비올라 김지원(30), 첼로 허예은(30)이다.

생생한 에너지의 7년 차 콰르텟은 세계 곳곳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2018, 2019년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 2020년 루체른 페스티벌, 지난해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올 3월에는 처음으로 북미 6개 도시 투어를 했다. 예정된 연주 계획은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에 홍콩ㆍ일본까지 누빈다.

“팬데믹에도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에스메 콰르텟의 리더인 배원희는 “한 달에 서로 다른 4계절을 다 겪었을 정도로 여러 곳에서 공연했다”고 했다. 청중 호응은 뜨거웠다. 배원희는 “샌프란시스코와 코스타메사의 공연장에서는 ‘이번 공연이 올 시즌 모든 공연 중 가장 많은 티켓을 팔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3월 15일의 샌프란시스코 허브스트 극장, 같은 달 18일 코스타메사의 세거스트롬 극장 공연에 대한 이야기다.

연이은 공연을 통해 연주곡목을 늘리는 속도 또한 놀랍다. 최근 유럽과 미국을 돌면서 연주한 곡목 리스트가 길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드뷔시 등으로 작곡가의 시대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제2 바이올린을 담당하는 하유나는 “모든 멤버가 연주곡 욕심이 많아서 이렇게 됐다”며 웃었다. 또 “공연을 앞두고 연습할 때마다 ‘우리가 또 힘든 곡들을 골랐다’ 면서 후회한다”고 했다.

작품에 대한 왕성한 욕심은 멀리 뻗어 나간다. 에스메 콰르텟이 최근 자주 연주하는 곡 중에 한국의 해금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여수연의 ‘옛소리’가 있다. 세계적 현악 4중주팀이고 현대 음악에 특별한 애정을 보이는 미국의 크로노스 콰르텟이 여수연에게 2017년 위촉했던 곡이다. “크로노스가 ‘너희들이 연주하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궁금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2020년 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배원희)

2018년 국제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고 있는 에스메 현악4중주단. [사진 크레디아]

이 곡에 대해 하유나는 “유럽과 북미에서 활동하면서 우리만 할 수 있는 곡을 찾아야 했다. 이 곡을 연주했을 때 서양 청중이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서양 음악의 정확한 음계 대신, 한국 음악의 미분음(微分音)을 쓰고, 현악기의 타악기 성질을 살려내 동양식 리듬을 선사하는 곡이다. 에스메 콰르텟은 또 미국 작곡가인 존 애덤스(75)의 2012년 작품인 ‘앱솔루트 제스트(Absolute zest)’연주도 앞두고 있다.

배원희는 “베토벤ㆍ슈베르트도 최상으로 연주하는 한편 우리만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을 계속 찾아내려 한다”고 했다. 네 동양 여성의 팀이 청중에게 신뢰와 사랑을 동시에 얻는 비결이다. 하유나는 “최근에는 여성만으로 된 현악 4중주 팀이 부쩍 늘었다.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했다. 또 “연주 여행에서 각자 27~28㎏짜리 짐 가방을 들고 뛰어다닌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멤버 모두 밥 잘 먹고 긍정적이라 즐겁게 버틴다”고 덧붙였다. 에스메 콰르텟은 6월 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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