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 "14년 만 포수 복귀, 프로 데뷔 때보다 떨려" [엑's 인터뷰③]

이창규 기자 2022. 5.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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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엑's 인터뷰②]에 이어) '빽 투 더 그라운드' 홍성흔이 2008년 이후 14년 만에 포수로 경기에 나선 소감을 전했다.

최근 MBN '빽 투 더 그라운드'의 탑클래스 주장으로 출연 중인 홍성흔은 엑스포츠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홍성흔은 성남 맥파이스와의 시범경기에 타자로 출격했으나, 삼구삼진을 당한 뒤 덕아웃으로 돌아와 불같이 화를 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 "모든 선수들이 예능으로 방송을 시작했지만, 타석이나 마운드에 오르면 승부욕이 넘졌다. 제가 화를 냈던 건 삼구삼진을 당해서 자존심이 상했던 게 첫 번째였고, 코치를 할 때 강조했던 게 루킹 삼진을 당하지 말라는 거였다"면서 "제가 루킹 삼진을 당하지 않았나. 제가 싫어하는 행동을 스스로 한 거다. 후배들이 보고 있는데 삼구삼진을 당해서 정말 창피했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사실 분명히 배트가 나가야 하는 공이었는데, 몸이 안 따라줬다. 이래서 나이들면 은퇴하는 게 맞구나 싶더라"고 덧붙였다.

그의 삼구삼진보다 더욱 화제를 모은 건 성균관대 야구부와의 공식경기가 방송된 7화 방송에서 포수로 복귀하게 된 점이었다. 앞서 홍성흔은 2008년부터는 지명타자로 전환하여 현역 생활을 이어갔는데, 2015년 방송에서 블래스 신드롬 때문에 포수 글러브를 낄 수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무려 14년 만에 포수로서 경기에 나서게 된 것에 대해 홍성흔은 "솔직히 '다시는 포수는 안 한다', '다시 태어나도 안 한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트라우마가 많았다"면서 "그런데 예능하면서 (김인식) 감독님이 스타팅 나가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이 상태로 나가면 자신도 없고, 이겨야 하는 게임인데 팀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연습을 해야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중간에 니퍼트와 140km/h가 넘는 공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그는 "연습은 조금씩 하고 있었는데, 방송 특성상 저를 포수로서 기억하는 팬들도 계서서 언젠가는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긴 했다. 그래도 제가 나가기엔 무리가 아닐까 했는데, 6회인가 7회에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음 편하게 해보라는 뜻으로 내보내주신 것 같다"며 "그라운드에 나서는 순간이 1999년도 프로 데뷔 후 첫 포수 선발출장 했던 것만큼 떨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제가 정상적인 스로우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서 떨렸는데, 니퍼트에게 공을 던지는데 '어,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발 앞에서 받아달라고 해서 니퍼트가 그렇게 해줬는데, 조금씩 영점이 잡혔다"면서 "그러다보니 투수 리드도 되고 에너지가 생겨서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에너지가 나오는 게 느껴졌다. 솔직히 너무 두려웠는데, 던지는 게 되니까 자신감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다시 선수로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가족들은 어떤 반응일까. 홍성흔은 "아빠가 다시 유니폼 입고 야구하는 걸 보니까 집에서 살림하는 것보다 멋있다고 하더라. (웃음) 확실히 나가서 배트 휘두르고 했던 걸 멋있다고 해주고, 포효하는 모습을 보니까 '옛날에 아빠가 저랬었구나' 하고 좋아하고, 아내도 좋아한다"고 밝혔다.


은퇴 후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제의를 받아 코치가 되었던 그는 2020 시즌을 앞두고 귀국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은퇴 후에 인턴 코치로 1년 간 파드리스에서 제 사비로 공부하겠다고 했는데, 저를 좋게 봐줬는지 8개월 쯤 지나서 코치직을 제의했다. 그래서 마이너리그 루키팀 코치를 맡고 있었는데 2020년 3월에 코로나가 퍼졌다. 한국에서는 이미 심각하게 퍼진 상태였고, 미국은 그 정도는 아닌 시기였는데, 다시 미국을 갔더니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래서 스프링캠프 3일 만에 직장폐쇄는 물론 캠프까지 폐쇄되어 다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컴퓨터를 켜고 영상회의만 하고 그랬다. 그러다보니까 한계점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방출이 됐다. 아직도 미국에 짐이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가고 있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많은 데미지를 입었지만, 가장 아까운 건 계약 내용 상 마이너리그 시즌이 끝나자마자 메이저리그로 가서 코칭을 할 수 있었다. 고급 야구를 볼 수 있던 기회였는데, 그게 무산이 되어서 너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다시 코치로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는걸까. 그러자 홍성흔은 "솔직히 저는 야구 코칭에 대한 프라이드가 크다. 그런데 제가 한국에 들어와서 보니까 아이들에게 제가 필요했다는 느낌이 들더라. 제가 더 오래 떨어져 있었으면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다행히 가족을 챙길 수 있는 시기가 되어서 많은 걸 돌이켜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거 같다"면서 "그냥 제가 다시 미국에 갔다면 평생 가족과는 같이 못 살았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다 멀어져서 '나의 명예만 생각하고 있었구나', '이게 다가 아닌데' 싶었다. 코로나로 인해 커리어는 끊겼지만, 가족을 얻었다. 그래서 지금은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탑클래스는 한일 레전드 매치를 위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현 상황에 대해 홍성흔은 "생각보다 선수들의 몸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고, 공을 10m도 못 던졌던 선수들이 30~50m를 던지면서 강한 공을 던지고 있다. 니퍼트는 벌써 140~150km/h를 던진다. 거의 현역 수준이다. 윤석민(투수)도 처음에는 120~130km/h 정도였는데, 지금은 130km/h 중반을 던진다. 날이 풀리면서 페이스가 더 빠르게 올라오는 거 같다"고 평했다.

끝으로 홍성흔은 "다른 목표는 없다. 시청자 분들이 '이 선수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재밌네' 하고 느껴주셨으면 한다. 그러면서 야구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야구장을 한 번 더 찾아주시고, 야구 룰을 잘 모르시더라도 프로그램에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드리고 있으니 더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사진= 김한준 기자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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