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정우성 오랜 우정의 결실.. "그만큼 냉정하고 싶었다"
[이선필 기자]
▲ 영화 <헌트>를 연출했고 안기부 해외팀장을 연기한 배우 이정재와 국내팀장 김정도 역의 정우성. |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지난 19일 자정(현지 시각) 칸영화제에서 <헌트>가 첫 공개 되기 직전 레드카펫을 걷던 정우성의 눈시울이 유독 붉어져 있었다. <태양은 없다>의 도철과 홍기 역으로 동반 출연 이후 23년. 절친한 사이이자, 오랜 동료 배우인 이정재의 감독 데뷔를 지켜본 정우성은 어떤 자리에서 농담처럼 이정재에게 던진 자신의 말에 스스로 울컥했다고 한다. 그만큼 친구로서 동료로서 세계 최고 권위 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이정재를 보는 정우성의 마음은 뜨거웠고 묵직했다.
영화 <헌트>에서 정우성은 안기부 국내팀장 정도를 연기했다. 해외팀장 박평호(이정재)를 경계하면서도 어느 순간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조직 내에 잠입한 스파이를 색출하다가 서로의 정체를 의심하고, 수 싸움을 벌이는 과정이 영화에서 짙은 누아르 감성과 함께 펼쳐진다.
21일 오후(현지 시각) 칸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만난 정우성은 "오랜 시간 준비했고, 첫 연출 도전인데 칸에서 상영했으니 얼마나 좋은가. 게다가 그 옆에 함께 있다는 게 뭉클했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정재에게 애써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실 정우성은 <헌트> 출연을 놓고 꽤 오래 고민했다. 두어 번 출연을 고사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만큼 작품 준비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사실 원작 <남산>이라는 책의 판권을 살 때부터 지켜보고 모니터링 해주고 그랬다. 영화계 어떤 사람들보다 우리 둘이 함께 영화에 출연하고픈 욕구는 컸을 거잖나. 실제로 같이 준비하던 때가 있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지쳤고 더 조심해야 할 상황이 있었다. 우리만의 잔치가 되지 않게 조심한 거지. 그런 차원에서 (<헌트>에 대해) 더 냉정하게 얘기했고, 그런 자세로 정재씨 옆에 있고 싶었다.
초반엔 다른 감독님을 찾는 과정이 있었잖나. 그게 잘 안됐고 본인이 직접 연출하겠다고 마음먹고 지금의 제작사가 붙게 됐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되지만, 같이 깨지더라도 함께 출연할 시기는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끼리 의미에만 도취되어 즐기지만 말고, 완성도 있는 영화로 만들어내고자 했다."
이정재 감독에 대해 "워낙 섬세하고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 전한 정우성은 자신이 연기한 김정도라는 인물에 대해 애써 이정재에게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이어진 우정의 결과일까. 정우성은 "동료로서 절 오래 봐온 이정재씨만의 생각이 정도에 담겨 있을 텐데 그걸 미리 알게 되면 선입견이 생길 수 있었다"며 "나 스스로 디자인해서 만들어 갔다"고 말했다.
"(잠입한 스파이를 잡기 위한 요원이기에) 항상 날이 서 있고 스트레스가 많다고 생각했다. 애써 감정을 감추지 않고 겉으로 드러내는 인물로 만들어갔지. (분단과 5.18 민주화운동 등) 그런 시대 상황에서 신념을 찾아가는데 결국 외로움이 들 수밖에 없다. 그 외로움은 결국 평호(이정재)와 닮은 지점이기도 하고. 워낙 정재씨랑 오래 알아서 말을 굳이 안 해도 내게 어떤 걸 요구하는지 알 수 있었다."
▲ 영화 <헌트>에서 김정도를 연기한 배우 정우성. |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정우성은 "칸영화제에 이정재씨 작품이 온 것 자체가 자극이 된다"며 재치 있게 덧붙였다.
"<놈놈놈> 때는 우리가 이 영화제의 주체라기보단 객체처럼 좀 동떨어진 느낌이었는데 이젠 그 정도의 느낌은 안 든다. 그때와 달라진 한국 영화의 위상을 느낀다. (이정재 출연작) <오징어게임>의 영향도 좀 있어 보이고. <헌트>가 칸영화제에 초청돼서 좋은 것도 있겠지만 어쩌면 칸영화제 입장에서 <헌트>가 나와서 좋은 게 아닐까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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