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후손' 앞 '아일랜드 시인' 인용한 尹.."훌륭한 친구" [한·미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이 아일랜드 태생의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작품을 인용하며 건배사를 하자, ‘아일랜드계’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 함께 갑시다(We go together)”를 외치며 화답했다. 21일 한ㆍ미정상회담 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의 모습이다.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은 이날 만찬이 2박 3일간의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일정 중 ‘백미’로 손꼽혔다.
두 정상은 이날 저녁 7시 34분쯤 활짝 웃는 모습으로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통 의장대가 사열해 두 대통령을 맞이했다. 태평소로 연주하는 아리랑 가락이 울려 퍼졌다.
만찬장에 들어선 윤 대통령은 건배사를 통해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한ㆍ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양국 간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모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피로 맺어진 한ㆍ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에 기반한 성장과 번영을 이뤄가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며 “앞으로도 우리 관계는 더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좋아하는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작품인 ‘The municipal gallery revisited’의 한 구절도 인용했다. 예이츠는 192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윤 대통령은 “예이츠는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지 생각해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데 있었다’고 했다”며 “한ㆍ미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다. 우리는 세계 시민 자유와 인권, 국제 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굳게 손잡고 함께 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영국을 방문했을 당시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예이츠”라고 밝히며 예이츠의 작품
「1916년 부활절(Easter, 1916)」
을 언급했다. 아일랜드인들이 영국 통치에 반대해 봉기를 일으킨 사건과 관련된 작품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고 한다. “여왕이나 왕실 인사들을 만나 고개를 숙이는 인사를 하지 말라”는 어머니와의 40년 전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한다.
이날 예이츠를 언급한 윤 대통령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예이츠를 인용해주셔서 제가 정말 감사드린다. 런던에선 그럴 수 없었을 텐데”라고 화답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나눴다”며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를 개인적으로 알아갈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동맹을 재활성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제 외교 정책의 최우선 과제였다”며 “우리 위대한 두 국가의 동맹이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무궁한 발전을 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양국 동맹과 향후 수십 년 동안 번영을 지속할 수 있길 바라면서 일반적으로 연합사에서 하는 말을 인용하도록 하겠다. ‘함께 같이 갑시다’”라고 건배를 제의했다.
김건희 여사, 바이든 대통령과 잠시 인사
이날 만찬 테이블엔 ‘팔도 산채 비빔밥’이 올랐다. 대변인실은 “팔도에서 나는 제철 나물들을 고추장 소스에 비벼 먹는 산채비빔밥은 색과 맛뿐 아니라 계절과 지역,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의미하는 메뉴”라고 설명했다.
식전 먹거리로는 자색 고구마ㆍ단호박ㆍ흑임자 맛의 전병과 팥 음료가 나왔다. ▶향토진미 5품 냉채(흑임자 두부선ㆍ이색밀쌈ㆍ오이선ㆍ횡성 더덕무침ㆍ금산 인삼 야채말이) ▶강원 양양 참송이 버섯죽과 침채 ▶해남 배추를 이용한 숭채만두 ▶간장 양념으로 숙성한 수비드(저온 진공 조리법) 방식의 미국산 소갈비 양념구이와 야채 ▶팔도 산채 비빔밥과 두부 완자탕 순으로 테이블에 올랐다. 만찬주는 미국 나파밸리 와인인 샤또 몬텔레나와 바소 카베르네쇼비뇽, 국산 스파클링 와인인 ‘오미로제 결’이 제공됐다.
김기정기자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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