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정우성 가장 잘 찍고 싶었다".. 이정재의 깊었던 속정
[이선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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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헌트>를 연출한 이정재 감독. |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21일 오전(현지시각) 칸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 모처에서 이정재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19일 프리미어 상영 이후 이정재 감독 또한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의 칸영화제 방문은 2010년 <하녀> 이후 12년 만이다. 주연 배우에서 이젠 감독으로 영화제를 찾은 것에 그는 "그때 사람들이 깐느병에 걸리면 안 된다고들 하셨는데 언젠가 한 번 더 왔으면 하는 작은 소망도 있었다"고 솔직한 속마음을 드러냈다.
"포기 못하겠더라, 그래서 직접 썼다"
<헌트>는 1980년 전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국가안전기획부 해외팀장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장 김정도(정우성)의 대립과 갈등, 묘한 정서적 교감을 그린 일종의 첩보 액션물이다. 5년 전 시나리오 판권을 이정재가 직접 구매했고,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채 기획이 진행됐는데 여러 감독과 제작 과정을 거치다가 결국 이정재가 메가폰을 잡게 됐다. 장르적 재미와 함께 5.18 민주화 항쟁, 당시 전두환과 그를 둘러싼 여러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내놓으며 시대적 비극을 온몸으로 돌파한 두 인물을 함께 되돌아보게 한다.
"애초에 <남산>이라는 책의 판권을 구매할 때부터 시대 배경은 1980년대였다. 많은 분들이 제작비가 많이 들 수 있기에 시대 배경을 현재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주셨는데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주제를 잡기 시작하면서 그 시대 배경을 유지하는 게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남한과 북한이 대립하잖나. 왜 아직까지 그럴까 생각해보면 어떤 선동과 이념에 사로잡힌 사람들, 그걸 이용하는 무리들에 의한 게 아닐까 싶더라. 정도도 평호도 그렇게 이용당한 셈이지."
영화 제작 과정을 전하며 이정재는 <헌트>가 어떤 정치적 사건이나 사실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스파이물임을 힘주어 말했다. "근사한 스파이물을 하고 싶은 욕구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던 이정재는 "지금의 제작사 대표님께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보여드렸는데 저도 그렇고 대표님도 많은 수정을 거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작품임을 각오했었다"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정지우 감독님과 함께 준비했었는데 수정 과정에서 방향성이 서로 달라 함께 가지 못했다. 그리고 제게 <남산>이라는 책의 존재를 알려준 한재림 감독님이 합류했으나 3개월 정도 작업하시다가 쉽지 않겠다며 물러났지. 근데 전 포기 못하겠더라. 그때부터 직접 쓰기 시작했다."
각색과 수정 과정을 모두 지켜본 배우 정우성이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정재는 나름의 결심을 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가장 멋있게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며 이정재는 "(<비트> <태양은 없다> <아수라> 등으로 정우성과 작업한) 김성수 감독님보다도 더 잘 찍고 싶었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이성민, 황정민, 주지훈, 김남길, 조우진 등 걸출한 스타 배우들이 대거 짧게나마 출연한 이야기도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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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헌트>의 한 장면. |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그러다 소문이 나서 서로 하시겠다고(웃음). 일종의 잔치가 됐지. 저와 우성씨가 열심히 산 보람이 있구나 싶을 정도로 뭉클했다. 근데 그분들이 (워낙 쟁쟁해서) 이야기 흐름에 방해가 되면 안 되니까 왕창 한번에 나올 방법을 고민하다가 찾아내서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다행히 다들 함께 등장할 수 있게 됐다. 우리 모두의 추억이 됐다."
이정재는 "<헌트>가 없었다면 연출자로 데뷔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고 단언했다. 어쩌면 마음 자체를 비운 채 이야기에 대한 애정과 끈기를 발휘해 온 그에게 감독 데뷔, 게다가 칸영화제 공식 부문 초청은 선물과도 같은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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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헌트>를 연출한 이정재(우)와 주연배우 정우성(좌)의 인터뷰가 21일 오전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진행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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