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스크린 주연 이정은 "31년 하다보니 저같은 사람 주인공하는 시대 왔죠"
英매체 "이정은, 한없이 풍부한 표정"
“‘오마주’ 찍으면서 행복했어요. 촬영하는 동안 (신수원)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지 않은 장면이 없었죠. 처음으로요.”
첫 스크린 주연작 ‘오마주’ 개봉(26일)을 앞두고 16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정은(52)은 “처음”이란 말을 자주 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다니던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연기 데뷔해 올해로 31년째. 단편영화(‘여보세요’, 2018) 주인공은 해봤지만 장편영화는 처음이다. 그는 “찍을 땐 몰랐는데 개봉을 앞두니 부담된다. 관객한테 좋은 영화로 남을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英매체 "이정은, 한없이 풍부한 표정" 극찬
지난해 도쿄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에 이어 지난 3월 글래스고영화제에서 공개된 후 영국 매체 스크린데일리는 “이정은은 작은 동작 하나에도 한없이 풍부한 표정으로 중년 여성의 불안을 보여준다”며 “기막히게 절제된 연기”를 호평했다. 신 감독은 “촬영하며 왜 이사람이 이렇게 뒤늦게야 주연을 했나. 그런 생각이 들만큼 수많은 표정이 있어서 놀랐다. 고르느라 편집이 오래 걸렸다”고 칭찬했다.
이정은 "'기생충' 얻어걸려, '오마주'는 표현 절제"
영화 ‘기생충’(2019)의 가사도우미 문광,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tvN)의 속정 많은 제주토박이 은희 등 스크린‧TV를 오가며 ‘연기파’로 인정받은 이정은이다. 의외로 “‘오마주’에서 처음으로 각도에 따라 제 얼굴이 어떻게 변하는지 정확한 느낌을 알아갔다”고 털어놨다. 대표작으로 꼽는 ‘기생충’, ‘미성년’(2019)에 대해 그는 “사실 얻어걸렸다. 다 감독님 계획이었지 저는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지 몰랐다”면서 “그런데 이번(‘오마주’)에 하는 건 제가 다 알았다. 신 감독님과 한컷 한컷 얘기하며 여러 번 찍었다. 감독님이 ‘뭔가 표현하려 할 때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가만히 있었던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마주’는 대본을 받고 20분 만에 출연을 결정할 만큼 공감대가 컸단다. 12일 언론시사 후 간담회에서 그는 “부모님 모시고 살면서 배우가 되기까지 그렇게 지원받지 못했다. 배우나 감독이나 똑같구나, 동일시가 됐다. 연극하던 시절 연출을 맡았다가 망한 작품이 많아 연출을 관뒀던 생각도 났다”고 했다. “가족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청춘의 꿈을 어떻게 이어갈까. 저도 50줄 넘으며 하게 된 고민이다. 제 경험도 (영화에) 반 정도 녹아있다고 보시면 된다”고 했다.
연기 못 했다는 이정은 "오기 나서 더 재미붙어"
그는 ‘오마주’를 계기로 1세대 여성 영화인에 대해 알게 됐다고 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불타는 열정으로 계속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서 가능을 만든 것이잖아요. 놀라웠죠.”
Q : -이제 자연스러운 연기의 대가다. 신수원 감독은 ‘옆에 앉아있는 친구가 편하게 말을 거는 느낌’이라 표현했다.
“과장된 캐릭터든 생활밀착형이든 분명 존재하는 사람이 있다고 믿고 연기한다. 친분이 있는 김희원 배우가 ‘정은씨는 과장하건 리얼리티 있게 만들건 그냥 믿어진다’고 하더라. 어떤 허무맹랑한 얘기가 믿어지게 만든다는 건 밖에서 볼 때 좋은 칭찬이구나, 생각했다. 순리에 맞는 연기에 주력하려 한다.”
Q : -연기의 동력은 무엇인가.
“사람 사이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무리 배경이 우주여도 그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공감되면 언제든 연기할 수 있다.”
Q : -작품 선택하는 기준은.
“겹치는 작품은 피하려고 한다. 남들 안하는 거 하는 게 좋다.”
Q :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는.
“서구권 형사물 중에 중년 여성 형사가 나오는 게 있다. 액션 못하고 권총 잡는것도 어색하지만, 실감나는 형사물이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 코미디보단 진지하게.”
Q :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도전을 거듭하는데.
“요즘엔 책임감을 느낀다. 이렇게 시도하지 않으면 후배한테 기회가 안 가니까. 그래서 ‘우리들의 블루스’도 선택이 쉬웠다. 4~5개 에피소드의 메인 역할을 준다고 했을 때 안해본 경험이란 생각에 욕심이 났다. 노희경 작가님 작품에 이런 캐릭터가 없었으니 물꼬가 트이는 게 아닌가.”
Q : -‘우리들의 블루스’는 그 외에도 끌릴 만한 작품 아닌가.
“저는 사실 노 작가님 작품에 나오는 배우들과 제가 다르다고 생각해왔다. 그 배우들은 반듯하고, 멜로도 하고, 소위 주인공을 많이 했던 사람들. 이번 대본에 제 역할이 큼직하게 이야기 중심에 있어 놀랐다. 상대역은 차승원씨고.”(웃음)
Q : -20부작 중 절반을 넘어섰다.
“뒤에는 어머님들과 연대가 될 것 같다. 촬영은 지난 1월 말 끝났다.”
“저같은 사람이 주인공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그는 영화‧드라마에서 중년 여성을 보다 현실적으로 그리게 된 것도 반겼다. ‘우리들의 블루스’ ‘오마주’ 모두 맡은 인물이 폐경을 겪는 상황에 대해 “생리적으로 성을 대변하는 특징을 잃어버리게 될 때는 인생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신 감독님이 ‘오마주’ 대본을 주셨을 때 저도 시기적으로 변화가 나타났다”면서 “여성들이 실제로 느끼는 문제를 (영화‧드라마가) 더 과감하고 자유롭게 표현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꾸준히 연기해왔기에 만날 수 있었던 시대다. 그는 지난 2017년 작고한 배우 김영애의 말을 돌이켰다.
“김영애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드라마 끝내시고 저보고 하신 말이 ‘계속하라’였죠. ‘계속 배우를 해. 작품을 해’ 그게 마지막 유언이었어요. ‘오마주’에서 (충무로 1세대) 편집기사님이 하는 얘기랑 비슷한 감동이죠. 일등, 최고가 돼라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걸 계속하고 꿈을 꾸라는 말이죠. 떠올릴 때마다 뭉클합니다.”
나원정기자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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