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중도진보" 임태희 "중도보수"..너도나도 '중도구애' 왜 [뉴스원샷]
남윤서 사회정책팀장의 픽: 교육감 후보의 ‘중도’ 구애
교육감 선거는 정당도, 기호도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후보를 구분할때 후보 자신들이나 언론에서도 ‘보수’, ‘진보’라는 이념적 성향을 붙입니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도 대부분 지역에서 보수와 진보 후보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특히 너나없이 ‘중도’란 말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전국 10개 시도 교육감 후보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 연대’를 선언했습니다. 임태희(경기)·조전혁(서울)·최계운(인천)·강은희(대구)·이길주(세종)·윤건영(충북)·이병학(충남)·유대균(강원)·임종식(경북)·김상권(경남) 후보 등이 참여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도 ‘보수 단일화’가 아닌 ‘중도보수 단일화’가 추진됐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은 지난 2018년 선거 때만 해도 ‘보수우파 단일후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도보수’라는 표현이 슬그머니 붙었습니다.
후보 면면을 보면 ‘과연 중도라 할 수 있나’란 생각이 듭니다. 임태희(경기)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부장관, 대통령 실장을 지낸 한나라당 출신 정치인입니다. 조전혁(서울) 후보도 한나라당 의원 시절 ‘전교조 저격수’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중도를 탐하는 것은 보수 뿐이 아닙니다. 3선을 노리는 진보 진영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나를 ‘중도진보’라 부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세종시는 3선에 도전하는 최교진 후보에 맞서 5명이 출사표를 냈는데요. 중도보수, 중도진보, 진보 등 복잡한 구도로 단일화가 진행됐지만 결국 진보도 보수도 단일화에 실패했습니다.
부산에서는 중도란 말을 두고 갈등도 벌어졌습니다. 중도보수 단일후보라고 주장하는 하윤수 후보에 대해 진보로 분류되는 김석준 후보(현 교육감)가 선관위에 문제 제기한 것인데요. 선관위는 중도보수란 용어는 사용할 수 있지만 ‘단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렸습니다.
이처럼 후보들이 중도란 표현에 민감한 이유 ‘깜깜이’ 교육감 선거가 결국 중도 부동층의 선택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위 후보자 지지율보다 부동층 비율이 더 높을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리서치앤리서치가 16~17일 KBS부산, 부산MBC 의뢰로 조사한 부산교육감 선거 여론조사에서는 김석준 후보 21.2%, 하윤수 후보 15.4%지만 부동층이 63.4%나 됐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그동안 교육 정책은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며 변해왔습니다. ‘수월성’으로 대표된 보수는 수준별 수업, 특목고, 학력평가 등을 강조했고, ‘평등성’으로 대표된 진보는 우열반 금지, 무상급식, 자사고,일제고사 폐지 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선거에는 그런 교육 철학의 구분도 사실상 무의미합니다. 진보나 보수나 비슷한 미사여구를 동원하면서 ‘내가 보수(또는 진보) 대표’라며 표를 달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럴때일수록 유권자에게 별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중도니 보수니 하는 말보다 그들의 경험, 공약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입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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