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출신 '교육 패권' 시험대.. 보수진영 단일화 관건

이도경 2022. 5. 21. 04: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도 교육감 선거 가열
전교조 출신 '교육 패권' 시험대
관심도 낮아 정책 차별화 어려워
게티이미지뱅크


“멀리 있는 교육부보다 가까이 있는 교육청 주먹이 훨씬 매섭죠.”

학교 현장에서 교육부와 교육청 위상을 물어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교장부터 교사까지 여러 교사가 비슷한 말을 하는 걸 보면 교직 사회에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표현으로 보인다.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교육부보다 직접적이고 강력하다는 얘기다.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 보다 직접 관여하는 자리란 뜻이기도 하다.

교육감들의 영향력은 수치로도 잘 드러난다. 전국 시·도교육감 17명이 관장하는 예산은 82조2263억원, 관할하는 학교는 2만638곳, 교육지원청 및 직속기관이 411곳이다. 공·사립학교 교원 49만7336명, 교육청 및 학교 직원 7만9483명을 지휘 통솔한다(2020년 기준). 시·도지사의 경우 기초지자체장에 대한 인사권이 없으나 교육감은 기초지자체장에 해당하는 교육지원청 교육장 인사권이 있다.

견제 세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도의회가 있긴 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많다. ‘교육 소통령’ 내지는 ‘봉건 영주’로까지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다음 달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치러질 시·도교육감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전교조 대 반전교조, 현직 대 단일화 전선(戰線)이 형성돼 있다.

‘전교조 교육 패권’ 유지할까

지난 4년 전 선거에서는 진보가 압승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포함해 14곳에서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승리했다. 전교조 출신은 인천(도성훈) 광주(장휘국) 울산(노옥희) 세종(최교진) 강원(민병희) 충북(김병우) 충남(김지철) 전남(장석웅) 경남(박종훈) 제주(이석문) 10곳이었다. 나머지 4곳도 친전교조 성향으로 분류됐다. 중도·보수성향 교육감은 대전(설동호) 경북(임종식) 대구(강은희)에 그쳤다.

문재인정부에서 전교조는 전성기를 누렸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 요직부터 일선 공모 교장까지 교육 행정 전반을 장악했다는 평가다. 윤석열정부 출범으로 중앙 정부에서의 영향력은 감소하겠지만 강력한 교육감 권한을 발판으로 교육 분야 전반에 걸쳐 ‘반윤(反尹) 전선’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는 ‘전교조표 교육’에 대한 평가 성격도 없지 않다. 광주와 강원은 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내리 3선을 하며 이번 선거에는 나오지 못했다.

나머지 8곳에선 전교조 출신 현직 교육감이 후보로 나섰다. 교육감들의 교육 공약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교조에 대한 입장 자체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이자 공약이 될 정도로 전교조의 존재감은 크다.

인천에선 전교조 출신 현직 교육감에 맞서 중도성향으로 분류되는 서정호 전 인천시 교육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보수성향인 최계운 인천대 명예교수가 나서면서 3파전 양상이다. 울산에선 김주홍 울산대 명예교수가 보수 단일후보로 나서 1대 1 구도를 이뤘다. 세종은 전교조 출신 현직 교육감과 진보성향 2명(사진숙, 최정수), 보수 성향 3명(강미애, 이길주, 최태호)이 나서 3대 3으로 맞붙는다.

충북은 윤건영 전 청주교대 총장이 단일 보수 후보로 1대 1 대결이 성사됐다. 충남은 중도성향 김영춘 전 공주대 부총장, 보수성향으로 이병학 전 충남도 교육위원과 조영종 전 교총 수석부회장으로 후보가 난립한 상태다. 경남과 제주는 김상권 전 경남교육청 교육국장과 김광수 전 제주제일고 교장이 각각 보수 단일 후보로 전교조 출신 현직과 맞붙는다. 전남은 장석웅 교육감에 맞서 김대중 전남교육대전환 실천연대 상임위원장과 김동환 전 전남교육청 장학사가 나섰으나 모두 진보 성향이다.

현직 프리미엄 대 단일화

교육감 선거는 현직 교육감에게 유리하다. 시·도지사 선거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져 투표율이 낮으며 정당의 공식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 인지도에서 앞서는 현직이 “반은 먹고 들어가는 선거”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서울의 경우 조희연 교육감이 3선을 노리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과 최보선 전 서울시 교육위원이 나섰지만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는 조 교육감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보수 후보들은 단일화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전교조나 민주노총 등의 측면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입장인데 표마저 분산되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다. 특히 서울은 그간 보수 후보들이 난립해 패배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박선영, 조전혁 전 국회의원과 조영달 서울대 교수, 윤호상 전 서울서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이 단일화를 모색 중이다. 다만 전국의 보수 단일후보 다수가 참여하는 ‘전국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 연대’가 조전혁 후보를 서울의 보수 후보로 지목한 점이 변수로 꼽힌다. 조 후보는 국회의원 시절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법원으로부터 전교조에 배상 판결을 받아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후보 단일화로 1대 1 구도가 만들어진 곳은 17일 현재 부산 대구 울산 경기 충북 경남 제주 7곳이다. 부산은 김석준 교육감에게 하윤수 전 교총회장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대구는 강은희 교육감과 진보성향 엄창옥 경북대 교수가 맞붙어 보수가 지키는 입장이다.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서울과 함께 이번 교육감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이재정 교육감이 불출마하면서 진보 진영에선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보수에선 국회의원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을 역임한 임태희 후보가 나선 상태다.

지난 지방선거처럼 진보나 보수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결과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승패의 ‘바로미터’는 학생 절반이 몰린 수도권 선거 결과와 함께 오는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의 향방이다. 모두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국가교육위는 교육감협의회 대표가 당연직 위원이 된다. 17곳 중 과반인 9곳을 차지하는 쪽에서 교육감협의회 대표가 되고 국가교육위 초대 위원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