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고 나열하는' 정책보도, 공보물과 다를 바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5월 13일 마감됐습니다. 2324개 선거구에 총 7616명이 등록했습니다. 후보 7천여 명이 내가 사는 동네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갖가지 공약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어떤 정책이 나왔고, 얼마나 내 삶에 도움이 될지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5월 2주차 언론은 지방선거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고, 어떤 점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늘어난 지방선거보도, 교육감 단일화 공방 중계 영향도
5월 9일부터 14일까지 지방선거가 언급된 보도는 총 293건으로 그중 '지방선거'를 주요하게 다룬 보도는 129건(44%)입니다. 5월 1주차 지방선거 언급보도 256건, 지방선거 중점보도 83건(32%)에 비해 46건(12%p) 늘었습니다.
지방선거 중점보도 129건이 다루는 주제도 살펴봤습니다. 한 기사에 여러 주제가 포함된 경우 최대 3개까지 중복 계산했습니다. 총 언급된 주제는 180개였고, '단일화·공천·경선' 보도가 46건(26%)으로 전체 4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후보 등록 마감 직전까지 교육감 등에서 단일화가 주요 관심사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책 단일화'와 같은 정책 내용 대신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을 중계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단일화 관련 보도 46건 중 정책․공약도 함께 언급한 보도는 4건입니다. 그 뒤로 '정책·공약' 35건(19%), '후보 행보·이벤트' 20건(11%) 순으로 많았습니다.
▲ △ 5월 2주차 지방선거 보도 주제별 보도 건수(5/9~5/14) ⓒ민주언론시민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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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보도가 2위? 내용은 '공보물' 다를 바 없다
지방선거 중점보도 129건 중 '정책·공약' 주제가 두 번째로 많이 다뤄졌다는 점이 놀라운데요. 그러나 지방선거 정책보도 상당수는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받아쓰고', '나열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동아일보 <김동연 "노인일자리 확충"…김은혜 "임플란트 무상지원 확대">(5월 9일 이윤태 기자)는 어버이날을 맞아 거대양당의 경기지사 후보들이 내놓은 장년층 관련 공약을 소개한 내용인데요. "6·1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어버이날을 맞아 나란히 노인 표심 공략에 나섰다"는 첫 문장을 제외하고는 두 후보 발언을 받아쓰는 것으로 기사 전부를 채웠습니다.
▲ 경기지사 후보 공약 그대로 받아쓴 동아일보 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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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대구경북 지역면에 실린 <대구시교육감 선거도 '무투표' 당선 면했다>(5월 12일 정광진 기자)는 대구시교육감에 출마한 "보수성향의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진보진영에서" 나온 "엄창옥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두 후보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강은희 현 대구시교육감의 "△지혜롭게 살아가는 힘인 학습역량 향상 △따뜻한 마음을 키워 사랍답게 살아가는 힘인 인성 함양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더 넓고 두터운 교육복지 확대", 엄창옥 교수의 "△대구시민이 함께 참여를 통해 대구교육 백년대계 구상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교사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교육 질 향상"과 같이 두 후보의 공약을 소개했는데요. 단순히 추상적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쳤을 뿐, 자세한 내용을 따져 묻는 등 검증 없이 공보물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런 사례는 정책보도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의미 있는 보도로 볼 수 있으나, 유권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보도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습니다.
반면, 한국일보 <"수원 군공항, 화성에 롬기려 명칭 변경 꼼수"…화성시민 또 뿔났다>(5월 10일 임명수 기자)는 경기지사 유력후보들이 내놓은 '수원 군공항 이전' 공약이 "화성시로의 공항 이전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이라 짚으며 화성 시민 반응과 후보 답변을 전하며 구체적으로 정책을 살펴보려 했습니다.
한겨레 '선택 6·1 쟁점 공약' 시리즈 <김은혜 "이재명 기본시리즈 등 폐지" 김동연 "청년기본소득 발전시킬 것">(5월 10일 김기성 기자)는 후보별·지역별 쟁점 공약을 자세히 설명하고 어떤 전략이 숨어 있는지 알아보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 모두 지난 3월 대선 당시 윤석열·이재명 후보의 공약과 큰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무소속 등 군소후보 정책도 함께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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