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뚝배기"부터 능숙한 K-하트까지..'K리그 최적화' 경남 브라질 트리오

조효종 기자 2022. 5. 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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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안, 티아고, 에르난데스(왼쪽부터, 이상 경남FC). 조효종 기자

[풋볼리스트=함안] 조효종 기자= '경남FC의 자랑' 브라질 공격수 3인방 윌리안, 에르난데스, 티아고는 한국 무대에 최적화된 외국인 선수들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자 곧바로 손가락 하트부터 꺼내들었다.


올 시즌 경남 화력은 대단하다. 대전하나시티즌이 최근 3경기 9골을 몰아치기 전까지만 해도 2위와 4골 이상 차이 나는 K리그2 최다 득점 구단이었다. 지금도 최다 득점 2위다.


경남 공격력의 핵심은 브라질 공격수 3인방이다. 신입 외국인 스트라이커 티아고가 빠르게 팀에 녹아들어 9경기 7골 1도움을 기록, 리그 득점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시즌 나란히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던 '원조 에이스' 윌리안과 에르난데스는 각각 부상과 퇴장 징계로 경기를 꾸준히 소화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6경기 1골 3도움, 12경기 4골 3도움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동반 가동되기 시작한 세 선수의 공격 조합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윌리안, 에르난데스, 티아고가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치는 배경은 세 선수 모두 경기장 안은 물론 바깥에서도 한국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K리그 입성 4년 차인 데다가 한국에서 딸까지 낳은 윌리안은 말할 것도 없다. 올 시즌에는 주장 완장까지 차고 팀을 이끌고 있다. K리그 1, 2를 통틀어 이번 시즌 외국인 주장은 윌리안이 유일하다. K리그 3년 차 에르난데스도 30대 베테랑 선수들을 한국말로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놀릴 정도로 팀에 잘 융화돼 있다. 윌리안에 이어 차기 주장을 노리는 야망도 품고 있다.


윌리안과 에르난데스의 존재는 같은 국적의 티아고에게 큰 도움이 됐다. 두 선수는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한국 문화와 설기현 감독의 축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언해 줬다. 그 덕분에 티아고는 빠르게 팀에 적응했고, 한국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 10살 어린 풀백 이준재에게 '뚝배기'라는 표현도 배워 자신의 강점이 '뚝배기'라고 말할 정도다.


다음은 윌리안, 에르난데스, 티아고 인터뷰


- 5월 초 짧은 휴식을 취했다. 연승으로 분위기를 바꾼 뒤 쉬어서 마음이 편했을 것 같다.


윌리안: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계속 훈련을 했다. 안산(그리너스)전 끝나고 하루 쉬었고, 이후 3일간 훈련에 연습경기까지 했다. 그다음 팀 훈련이 재개되기 전 이틀은 가족과 보냈다.


에르난데스: 잘 보냈다. 부산에 가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쿠아리움을 갔다 왔던데) 처음 가봤는데 좋더라. 또 가보고 싶다.


윌리안: 나도 아쿠아리움에 가봤다. 한국에서 지낸지 4년이 되기도 했고, 지난 겨울 브라질에 가지 않고 한국에 머무르면서 부산, 서울 등 많은 도시를 다녔다. 와이프가 한국 전통문화를 좋아하는데, 딸이 아직 어려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에 가지 못하고 있다. 아쿠아리움은 딸이 조금 시끄럽게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아 편한 마음으로 가곤 한다.


- 티아고 선수는 올 시즌 합류했는데, 빠르게 팀에 녹아든 모습이다.


티아고: 윌리안과 에르난데스를 비롯해 한국 선수들이 많이 도와줬다. 운동을 할 때나 다 같이 모여서 어떤 행동을 취할 때 빨리 눈치채고 따라 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거의 적응이 끝났다.


에르난데스: 윌리안과 함께 감독님이 어떤 스타일의 축구를 추구하는지, 한국에선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이야기해 줬다. 운동장 밖에서 어울리기도 한다. 훈련이나 경기 끝나고 가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같이 한다. 실력은 내가 티아고보다 나은 것 같다(웃음).


윌리안, 티아고, 에르난데스(왼쪽부터, 이상 경남FC). 조효종 기자

- 세 선수 다 한국에 잘 적응한 것 같다. 한국말도 종종 하던데, 티아고는 '뚝배기'란 표현도 사용하더라.


티아고: 이준재 선수가 가르쳐준 말이다. 헤딩 슛을 뜻하는 걸로 알고 있다.


윌리안: 머리가 크다는 것 아닌가(웃음). 일상 생활에서 한국말을 쓰는 것은 아직 어렵다. 경기장에서 단어 위주로 사용한다. '기다려', '빨리', '프레싱(압박) 같이' 같은 말을 자주 쓴다.


에르난데스: 나이가 많은 선수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장난친다. (할아버지 기준은 몇 살부터인가. 윌리안도 할아버지에 해당하나?) 나(23세)한테는 윌리안(28세)도 티아고(29세)도 다 할아버지다(웃음).


윌리안: 내가 할아버지라니 말도 안 된다. 34살은 돼야 할아버지다.


에르난데스: 사실 (이)재명, (손)정현, (김)범용 같이 서른이 넘은 선수들에게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선수들이 재밌게 잘 받아준다.


- 윌리안 선수는 주장까지 맡고 있다. 설기현 감독 말로는 자청했다고 하던데. 해보니까 어떤가?


윌리안: 내가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웃음). 감독님이 내게 주장을 맡기길 원하셔서 그렇게 보셨던 것 같다. 어렸을 때 브라질을 떠나 이탈리아로 가면서 항상 책임감을 갖고 행동했다. 주장은 책임감이 중요하다. 팀의 중심 역할을 하고, 경기를 잘하든 못하든 앞에 나서서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 말을 해야 한다. 한국어를 못하니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통역하시는 분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주장으로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윌리안이 주장을 맡으면서 에르난데스가 부주장 자리를 탐낸다고 들었다.) 맞다(웃음).


에르난데스: 이미 비공식 부주장을 맡고 있다.


윌리안: 에르난데스와 같은 방을 쓰는데 맨날 나를 방에서 내쫓으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주장 자리도 뺏으려는 것 같다.


- 티아고 선수는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뛰었는데, 외국 무대에서 뛰면서 같은 나라 선수가 주장이라 좋은 점이 있을 것 같다.


티아고: 외국인 선수가 주장을 맡는 것 자체를 처음 경험한다. 노력과 희생, 팀을 존중하는 마음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윌리안이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장 윌리안과 부주장 (배)승진이 많은 도움을 준다. 주장, 부주장 덕분에 팀이 화합되고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것 같다. (중동 시절 이야기가 나왔는데, 쿠웨이트 생활을 마무리하고 브라질로 돌아갔을 때 다음 팀을 구하기 전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지 않다. 아르바이트를 했던 건 더 어릴 때 일이다. 13~14살 때 빵집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그 이야기가 와전된 것 같다.


- 윌리안 선수는 올 시즌 초반 부상이 잦았다. 팀 부진까지 겹쳐 주장으로서 더 큰 책임감을 느꼈을 것 같다.


윌리안: 부상이라는 게 그렇다.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른다. 동계 훈련 준비를 잘했는데 개막전 전날 다쳤다. 복귀하고 나서 금방 또 다쳤다. 굉장히 힘들었다. 빨리 돌아가서 팀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나 말고도 팀에 부상자가 많았다. 15명이 넘었는데 경기에 자주 나서는 선수들도 많았다. 그 시기에 경기에 나선 선수들에게 고맙다. 헌신적으로 버텨줬기 때문에 지금 팀이 단합해서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윌리안(경남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비슷한 시기에 에르난데스 선수는 전남드래곤즈 정호진 선수의 머리를 가격해서 퇴장 징계를 받았다.


에르난데스: 이어지는 경기가 많은 데 그런 행동을 해선 안 됐다. 상대 수비수와 경합하면서 자꾸 잡히고 걷어 차이다 보니 순간적으로 욱해서 그런 행동을 했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 (정호진과는 전남에서 같이 뛰었던 사이인데, 뒷이야기가 있을까?) 경기 끝나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고맙게도 받아줘서 화해했다.


- 그 외에도 올 시즌 초반 경남에 많은 일이 있었다. 11라운드 부천FC1995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에 출전 가능한 골키퍼가 없어 미드필더 이우혁이 골문을 지키기도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이후 팀이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에르난데스: 선수단이 뭉치는 계기가 됐다. 전문 골키퍼가 없다 보니 다들 한 발짝 더 뛰면서 헌신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장 바깥에 있는 선수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런 점이 상승세로 이어진 원동력이 된 것 같다.


- 다음에 같은 상황이 생기면 골키퍼로 나설 생각이 있나?


티아고: 골키퍼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못할 것 같다.


에르난데스: 나는 경험이 있다. 축구를 시작할 때 첫 포지션이 골키퍼였다. 그러면 안 되지만 혹시 비슷한 일이 생기면 다음엔 내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물론 (이)우혁도 잘했다.


윌리안: 에르난데스가 하면 정말 못할 것 같다. 나무늘보처럼 느리게 움직일 거다.


에르난데스: 아닌데. 첼시의 에두아르 멘디처럼 할 수 있는데(웃음).


- 앞으로 세 선수가 보여줄 파괴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윌리안: 티아고도 적응을 마쳤고, 나도 복귀하면서 기대감을 가질만한 공격진이 된 것 같다. 감독님이 기대하는 바도 큰 걸로 알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 기대감은 압박감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압박을 즐기면서 이겨내면 앞으로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셋이서 많은 경기를 뛰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서 호흡을 더 맞춰나가야 한다. 물론 우리 셋만으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한국 선수들까지 모든 선수들이 조화로운 모습을 보인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 세 선수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각자 옆에 있는 선수의 장점을 꼽아보자면?


티아고: 에르난데스는 드리블이 유연하고, 윌리안은 기술적으로 뛰어나다.


에르난데스: 윌리안은 저돌적이다. 양발 슈팅에도 능하고, 헤딩도 잘한다.


윌리안: 티아고는 기술도 좋은데 영리하게 플레이한다. 같이 경기를 하다 보면 소통이 잘 된다. 페널티박스 안 움직임도 너무 좋다. 공이 공중으로 오든, 낮게 깔려 오든 골로 연결할 수 있는 결정력을 갖췄다. 에르난데스는 속도와 유연한 드리블 능력을 지녔다. 순간적인 움직임을 통해 결정적인 패스, 슈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선수다.


- 에르난데스 선수도 티아고 선수 칭찬까지 마저 해야 할 것 같다.


에르난데스: 오른쪽에 있는 사람만 거론하라는 줄 알았는데(웃음). 윌리안 말처럼 티아고는 영리한 선수다. 페널티박스 안에서도 좋지만 낮은 위치로 내려가 공격 전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물론 그중 제일은 헤딩이고.


윌리안: 아까 한국말로 뭐라고 했더라? 그래, 티아고는 '뚝배기'가 좋다.


티아고(왼쪽), 에르난데스(이상 경남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같은 공격수고 모두 공격포인트를 많이 기록하다 보니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에르난데스: 누가 골을 넣든 좋다. 골을 넣는 사람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윌리안: 그래서 둘이 골 넣으면 환호한다.


티아고: 은근히 돈이 많이 든다. 지난번에 식당에 갔을 때는 40만 원이 나왔다.


- 팀의 목표는 승격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티아고: 2020년 한해 17골을 넣었다. 그보다 많은 골을 넣는 게 목표다. (현재 득점 1위다. 득점왕 욕심도 날 텐데) 당연히 득점왕이 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혼자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동료들과 함께 노력해 좋을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


에르난데스: 최대한 많은 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해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 (지난 시즌 10골 1도움을 기록했다. 올해 벌써 공격포인트 7개라 '커리어 하이'를 노려볼 수 있다.) 공격포인트 15, 20개를 하면 팀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할 수 있는 만큼 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싶다.


윌리안: 두 선수가 말한 것처럼 공격포인트를 많이 쌓고 싶다. 하지만 내가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것과 팀의 승격을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다. 경남이란 팀이 내게 보여준 존중을 생각하면 경남의 승격을 위해 희생하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현재 K리그 통산 75경기에 출장 중이다. 이번 시즌 잔여 경기를 거의 다 소화하면 올해 안에 100경기 고지를 밟을 수 있다.) 지금 이야기를 들어서 알게 됐다. 올해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100경기를 넘어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러기 위해 한국에서 오래 뛰고 싶다. 한국에 왔을 때 환영을 많이 받았다. 지금도 존중을 받고 있다. 이제 한국이 집 같다. 100경기를 넘어 그 이상 출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


- 마지막으로 한 명이 대표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윌리안: 에르난데스가 하는 게 좋겠다. 부주장이니까(웃음).


에르난데스: 경남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승격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헌신하겠다. 응원 많이 부탁드린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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