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부른 흑해봉쇄에 '경고'..美, 우크라에 대함미사일 지원 추진
미국 정부가 주요 곡물 수출항인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 항구를 봉쇄 중인 러시아를 위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에 첨단 대함미사일인 ‘하푼’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첨단 대함미사일은 미국이 그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모든 무기보다 파괴력이 높다.
미국이 지원을 고려 중인 대함미사일은 미국 보잉사의 하푼 미사일, 노르웨이 콩스버그사와 미국 레이시온사의 합작 생산품 해군타격미사일(NSM) 등 2종이다. 최대 사거리는 각각 300㎞와 250㎞다. 해수면 위를 낮게 비행해 상대의 탐지를 어렵게 하는 시 스키밍(Sea-Skimming) 능력을 갖췄다. 미사일 한 발 발사에 150만 달러(약 19억원)가 넘는 비용이 든다.
대함미사일 지원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그간 약체로 평가돼온 우크라이나 해군력을 보강하고 러시아 해군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흑해함대 견제를 위해 소련제 KH-35 미사일을 자체 개량한 사정거리 280㎞의 넵튠 대함 순항미사일 등을 사용해왔다. 지난달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 모스크바 격침도 넵튠 미사일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발표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잠수함을 포함해 약 20척의 해군 함정을 흑해 지역에 배치한 상태다. 러시아가 흑해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우크라이나의 해상 무역이 봉쇄되고, 남부 항구도시로 날아드는 미사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의 무기 지원 목록에 대함미사일을 포함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브라이언 클라크 미국 허드슨 연구소 해군 전문가는 “흑해에는 러시아 군함이 숨을 곳이 많지 않다”며 “대함미사일 12∼24개 정도면 러시아 함선을 위협하기 충분하며, 러시아가 흑해 봉쇄를 풀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서방 진영에선 러시아의 보복을 우려해 대함미사일 제공을 서로 미루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재고량이 충분한 국가가 먼저 지원하면, 다른 나라들도 뒤따라 지원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해군이 흑해 항구 봉쇄를 풀면 우크라이나 식량 저장고에 묶여있던 2000만t 규모의 곡식 수출길이 열려 세계 식량 위기 우려가 일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올해 전 세계 밀의 12%, 옥수수의 16%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쟁의 여파로 곡물 수출을 사실상 멈춘 상태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은 지난 14일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에 사용되는 항구 등에 대한 공격을 즉각 멈추라”고 요구했다. 러시아는 식량위기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19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가한 제재들이 밀, 비료 등을 포함한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교역을 방해한다”고 반박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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