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U23 챔피언십 명단 탈락에도 여전히 날카로운 창, 양현준

서호정 기자 2022. 5. 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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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양현준은 현재 K리그 전체에서 가장 날이 서 있는 공격수다. 팀은 하위권에 있지만, 디노와 이정협의 잇단 부상으로 인한 스트라이커 부재 상황에서 김대원, 황문기 등과 함께 공격을 이끌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선수가 겨우 2002년생이고, 경기를 치를수록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강원은 최근 울산(홈), 전북(원정), 서울(홈)을 상대로 3경기를 치렀는데 양현준은 늘 준수한 경기력을 보였다. 최용수 감독도 그런 양현준을 이용한 공격 전술로 현재의 위기를 돌파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강원은 K리그에서 최초로 B팀을 운영, 젊은 선수들이 K4리그에서 집중적으로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고졸 신인 양현준이 그 시스템으로 수확한 대표적인 결실이다. 프로 2년차를 맞은 양현준은 뛰어난 공간 창출 능력과 공 소유 상태에서의 전진을 통한 볼 배급, 과감한 돌파와 연계 능력을 자랑 중이다. 최용수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미드필더를 오가던 선수를 최근 아예 최전방의 펄스나인(제로톱)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과 체형 면에서 잭 그릴리시(맨체스터시티)를 연상시킨다. 


많은 이들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가장 핫한 젊은 공격수 양현준의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출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16일 발표된 명단에 양현준의 이름은 없었다. 이번 대회에는 99년생 선수부터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기량과 경험 면에서 나이의 갭은 분명 선발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2002년생 선수가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니다. 엄지성, 이한범이 뽑혔다. 


황선홍 감독은 양현준의 명단 제외를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는 대회의 성격과 목적 탓에 정상빈, 홍현석 같은 해외파들의 선발이 우선이 된 것이다. 황선홍 감독은 "원래 이번 대회는 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이었다. 그러다 보니 99년생의 비중이 크다. 결론적으로는 지금 아시안게임이 연기됐지만 차출에 대한 계획과 협조 요청은 그 전에 진행됐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우 소집이 쉽지 않다. 이번 기회를 통해 관찰해야 한다고 코칭스태프에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 황선홍 감독이 택한 공격진에는 특히 99년생이 많다. 엄원상, 조영욱, 고재현, 오세훈이다. 박정인, 엄지성, 고영준도 올 시즌 소속팀에서 보여주는 경쟁력은 양현준 못지 않다. 쟁쟁한 선수들이 넘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양현준은 아쉬운 탈락을 했다.


양현준의 발전 속도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선홍 감독은 "K리그에서 활약하는 양현준을 경기장에서 계속 관찰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최근 기량 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코칭스태프 내에서도 파리올림픽까지 가는데 있어 중요한 자원이라는 확신도 있다"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K리그의 U22룰에 의한 소집의 유불리가 영향을 미쳤다. 황선홍 감독은 "22세 이하 자원이 제한적인 팀은 협조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선수가 빠진 자리를 대체하기 힘들면 대회 기간 중 치를 경기에 영향이 더 커진다"고 의견을 내놨다. 연령별 대회로는 아시아를 대표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은 이 대회에는 대표팀 차출로 인한 U22 룰 일시 해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각 팀들이 차출 협조에 난감함을 느끼는 이유다. 


황선홍 감독은 "K리그1 팀들이 K리그2 팀들보다 상대적으로 특정 선수에 대한 U22 의존도가 높다. 그런 케이스로 고민하다가 선발하지 않은 선수가 양현준, 그리고 민경현(인천)이었다. 민경현도 올해 들어 계속 주목하고 있는 선수인데 소속팀 사정을 고려하면 선발하기 쉽지 않았다"고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어서는 "U22 자원이 여유가 있는 팀들이라 해도 이번 대회는 팀 별로 2명 이하의 선수만 선발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경기 체력과 감각을 고려해야 해서 경기 참여도가 높은 선수 위주로 선발하다 보니 절충안이 필요했다. 힘든 상황에서 협조해 준 각 구단과 지도자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각 구단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했다. 이런 기준에 의해 FC서울에서 조영욱, 이한범을 먼저 선택하기로 하면서 이태석 역시 이번 대회에는 뽑히지 않았다.


최용수 감독은 양현준은 U23 챔피언십 명단 탈락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현준이와 그 문제에 대해 따로 얘기하진 않았다. 걱정은 안 한다. 그만큼 그 선수를 신뢰하고 있다. 이번에 큰 대회에 갔다면 더 동기부여가 됐겠지만, 이걸로 양현준의 성장이 멈출 리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굳건한 신뢰의 표현이었다. 


그는 "참 좋아하는 유형의 선수다. 성실하고 축구 밖에 모르는 애 같다. 앞으로 강원FC와 한국 축구를 위한 좋은 미래로 성장할 것이다. 지금 우리 팀은 젊은 선수를 과감하게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현준처럼 이 상황을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하고 더 많은 선수가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남겼다. 최용수 감독의 생각대로 최근 강원은 김대우, 박경배, 김진호, 홍석환 등이 양현준과 함께 팀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모습이다. 


부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에 대해 최용수 감독은 "비상시국이지만 그래도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기존 선수들의 자리를 메우고 있는 상황은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거침 없는 상승세를 자랑하던 FC서울을 홈에서 잡으며 시즌 3승째를 신고한 최용수 감독은 "지금은 팀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다들 힘들겠지만 선수들이 잘 해준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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