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희는 주제파악을 너무 잘해서 짠해요" 모델 시절 생각나는 이민기 화보

2022. 5.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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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창희는요, 주제 파악을 너무 잘해서 짠해요." <나의 해방일지> 를 애달픈 마음으로 본방 사수하고 있다는 이민기와 막차 시간 다 될 때까지 대화를 나눴다.

얼굴이 무척 좋아 보여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이하 〈해방일지〉) 속 ‘창희’와는 딴판으로요.

촬영할 때보다 체중이 6kg 정도 늘었거든요. ‘창희’에겐 그 몸무게와 얼굴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체중을 조절했어요. (이)엘 누나가 촬영장에서 “너 되게 종잇장 같다”란 말을 많이 했는데 제가 생각한 ‘창희’가 딱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김석윤 감독님도 ‘창희’가 너무 옷발 사는 캐릭터면 안 된다 하셨고요.

촬영 마친 지는 좀 됐다고요.

네. 작년 12월엔가 끝났죠. 요즘은 〈해방일지〉 본방 사수하고 있어요. 운동하면서 체중 늘리고, 간간이 골프 배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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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사진 촬영할 때 지나가는 말로 “필라테스하고 올걸”이라고 하던데.

36회 끊었는데 이제 거의 끝나가요. 어릴 때는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았는데, 이젠 진짜 운동을 해야겠더라고요.

운동 안 좋아하는 성격일 것 같은데요.

안 좋아해요. 20대 때 제 인터뷰에 그런 말이 있었을 거예요. 인위적인 몸이 싫다고요.(웃음) 지금 생각하니 20대여서 할 수 있었던 말이구나 싶어요.

운동하는 걸 보니 이제 ‘창희’는 먼 옛날 얘기처럼 느껴지겠네요.

찍던 시절은 그렇죠. 근데 캐릭터 성향이 계속 남아 있다가 다음 작품 만나면 그때야 좀 사라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역할을 타는 편이죠.

평소 조곤조곤 얘기하는 편이던데 말 많은 ‘창희’에 텐션 맞추기 어렵진 않았어요?

사실 평소 제 성격 같았으면 “필라테스 36회 끊었다” 같은 구체적인 설명도 안 했을 거예요. 그냥 ‘합니다’ 정도로 말하고 끝냈을 텐데. 지금은 말을 많이 하는 거죠.

‘창희’가 처음 볼 땐 그냥 쥐어박고 싶은 캐릭터인데 곱씹어볼수록 슴슴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4명의 주인공 중 유일하게 러브 라인이 없는 것도 독특하죠.

‘창희’는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라 생각해요. ‘기정’과 ‘미정’이 사랑이잖아요. 사랑이고 추앙이지. 거기에 ‘창희’까지 사랑이면 정신없겠죠.

셔츠 81만원 아크네 스튜디오.

‘해방’이라는 게 결국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행복해지는 과정이니까요.

그렇죠. ‘창희’가 삶에서 지금 갈구하는 게 사랑은 아닌 거예요. ‘창희’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처지가 비슷한 남자들의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내용들이에요.

8회 차에서 ‘창희’의 마지막 대사는 “승진 가즈아!”였어요. 욕망 없는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하고 싶은 게 많구나 싶던데요.

정확하게 보신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한 답변이 앞으로 계속 나올 거예요. 딱 그런 성격이에요, ‘창희’는. 그러고 보니 그렇게 보이기는 하나 보네요.

‘창희’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일 거라 생각했어요?

일단 굉장히 이성적이고 냉철한 시선을 가졌죠. 바른말을 많이 하는 인물인데, 사람들이 잘 안 들어주잖아요. 하도 말을 많이 하니까. 생각보다 뼈 때리는 말도 많이 하는데요.

자기반성도 잘하죠.

그러니까요. 말하다 깨닫는 장면 정말 많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창희를 너무 철없이 볼까?’, ‘철 덜 든 애가 뗑깡 부리는 걸로 볼까?’ 아니면 ‘이 말이 사람들에게 가닿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근데 잘 닿고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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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방일지〉는 4명의 주연배우 중 제일 먼저 출연이 결정됐다면서요.

대본도 안 나온 상태에서 별 고민 없이 결정했어요. 김석윤 감독님이 연락을 주셔서 박해영 작가님과 이러저러한 작품을 하려고 하는데, 작가님이 ‘창희’는 이민기 씨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셨다는 거예요. 저는 감독님과도 꼭 작품 해보고 싶었고, 박해영 작가님 팬이었으니까 알겠다고 했죠.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유난히 ‘희’ 자 돌림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세희’(〈이번 생은 처음이라〉), ‘병희’(〈닥치고 꽃미남 밴드〉), 그리고 이번 ‘창희’까지.

오, 맞네요.

성도 하필이면 염씨예요.

깊게는 생각 안 해봤는데, ‘김이박’ 같은 흔한 성과 염씨가 주는 느낌이 다르잖아요. 유별날 것 같고, 폐쇄적인 이 식구들만의 세계가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미정’과 ‘기정’은 ‘정’ 자 돌림인데 ‘창희’가 ‘희’인 건 여린 성격과 맞닿아 있지 않나 싶어요. ‘세희’도 좀 그랬었고.

‘창희’가 여리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굉장히 여리다고 생각해요.

하긴, 상처받기 싫어서 먼저 ‘예린’과 헤어질 결심을 한 사람이니까.

‘기정’ 누나에 대해 날카롭게 말해도 막상 앞에서는 그렇게 못 하잖아요. 감독님께서 ‘창희’는 “친구를 길가 돌멩이 보듯 하는 애”라고 설명하셨지만, 아무리 덥고 배고프고 짜증나도 결국은 늘 ‘두환’이 고민을 다 들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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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발표회 때 손석구 씨가 현장에서 김석윤 감독과 연기에 대해 숫자로 소통했다고 언급한 게 흥미로웠어요.

저한테는 이를테면, “3.2 정도만 가보자”라고 하시는 거예요. “연기가 많이 빗나가 있다”가 아니라, “거기가 맞는데 딱 요만큼의 느낌이다”라고 설명을 많이 하셨거든요. 처음에는 3이나 5 정도였는데 맞춰가다 보니 소수점까지 가더라고요. 디테일한 부분인데, 대부분의 장면에서 ‘창희’보다 민기가 더 어른이었던 거죠. 제가 자꾸 포용력 있고 깊이 있게 표현하니까 감독님이 “그렇게 하면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이민기’ 하면 영화 〈연애의 온도〉부터 떠오르긴 해요.

그러고 보니 걔도 이름이 ‘동희’네요.

그러네요. 결이 다소 비슷한 캐릭터를 오랜만에 다시 만났으니 그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해보게 될 것 같아요.

사실 감독님은 ‘동희’ 같은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고도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언제 적 ‘동희’냐고.(웃음) 그동안 제게 쌓이고 바뀐 것들이 있을 테니까요. 예를 들어 극 중 ‘예린’과 싸울 때 감독님이 자꾸 ‘도재’(〈뷰티 인사이드〉) 같다 하시는 거예요. ‘예린’이 하는 말, ‘예린’이가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인 것까지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처럼 표현되니까. ‘도재’ 역할의 매너랄까 그런 것도 제게 조금 남아 있던 거겠죠. 감독님이 워낙 예민하게 보시는 분이어서.

연출이나 소품도 너무 좋더라고요. 드라마 리뷰 콘텐츠 촬영할 때 이엘 씨가 “식탁 다시 보니까 아련하다”라고 하던데. 버스 타러 가는 길, 아버지 ‘제호’의 작업실과 논밭, 그리고 집이라는 세트가 반복해 나오잖아요. ‘산포’를 구성하는 그 일련의 공간이 기억에 많이 남았을 것 같아요.

정들었죠. 세트는 보통 세트로만 기억되는데, 〈해방일지〉는 우리가 그 안에서 만들어냈던 분위기가 기억에 남아요. 가족끼리 식사하는 장면의 애틋한 그리움 같은 것들이요. 그러고 보면 엘 누나가 극 ‘F’ 성향인 것 같아요. 얘기하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어요. 그래서 “왜?” 물어보면 “갑자기 엄마 생각났어” 이런 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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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일지〉에서 사람으로서 가장 매력적이라 느끼는 인물은 누구예요?

해방클럽 동아리에서 제일 어른 있죠? 부장님. 그분과 ‘두환’이요. 인간적으로 그 두 사람이 자꾸 마음에 담기더라고요. 부장님이 힘없이 뱉는 말들이 좋아요. “꼭 마주 보고 앉아야 하나?” 같은. 튀는 역할은 아닌데, 해방클럽의 세 사람이 모이는 장면에서 유독 그 부장님을 보면 마음이 좀 편하다 해야 하나. 무장해제시키는 느낌이에요. ‘두환’이에게도 그런 게 있고요.

매 회 기억에 남는 대사를 메모해두었다면서요.

저는 대본을 책으로 보니까 내 호흡으로 보게 되잖아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잘 들어와요. 그런데 영상은 흘러가죠. 시청자들이 그 감정들을 다 가져가고 있는지, 흡수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좋은 대사가 나올 땐 화면이 유독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이던데요. 예를 들면 ‘창희’가 스스로를 ‘가랑비’라 표현하는 장면이요. 주제 파악을 기가 막히게 하는 인물이죠.

너무 잘해서 좀 짠하죠. 어느 정도 객기도 있고, “나는 나야” 할 때도 좀 있어야 하는데.

너무 궁금했던 게, ‘구 씨’를 따라 개울 점프를 시도하는 장면에서 ‘창희’는 정말 자기가 뛸 수 있다고 믿었던 걸까요?

저도 대본을 보면서 얘가 왜 뛰는지 고민했었어요. ‘창희’는 자기가 못 건널 걸 알았죠. 알아, 아는데 그 순간에 나는 나를 믿어야 되는 때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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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랑은 헤어졌고.

일도 안 풀리고. 대본을 봐야 알 텐데, 제가 써놨었거든요. 왜 뛰는지.(웃음) 그 시기 ‘창희’는 스스로를 응원해야 했어요. 못 뛰는 거 알고 가만히만 있으면 나는 계속 여기, 건너편은 시도조차 못 해본 사람이 되는 거죠. ‘끼리끼리’를 벗어나는, 이 벽을 한 번쯤은 넘으려 하는 도약의 타이밍이었어요. 그런데 결과는 무척이나 ‘창희’스럽고.

‘창희’에게 해방이 뭘지 궁금해지네요.

조금 나중에 나올 거예요.

배우로서는 시그너처 캐릭터가 확실히 만들어진 것 같아요.

주특기라고 해도 될까요. 주특기 있는 것 나쁘지 않아요. 늘 새로운 지점이 있는 작품을 선택하려는 편이긴 한데, 이제는 ‘뭘 해도 약간은 나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해요. 날 대단히 벗어나서 뭔가를 하게 되는 작품은 정말 드물겠죠.

필모그래피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기도 하나요?

대부분은 그런데, 마음처럼 되지는 않으니까요. 이제 또 ‘창희’랑 비슷한 대본이 많이 들어오겠다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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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오늘 너무 ‘창희’ 얘기만 나눈 것 같네요.(웃음)

그렇죠. 근데 오늘 너무 중구난방으로 말한 것 같은데….

‘창희’ 얘기로 일관성 있어요.

‘창희’ 얘기로 중구난방 한 것 같은데요.(웃음) 이렇게 ‘창희’를 보내네요.

〈해방일지〉 드라마 소개글에 “아, 좋다. 이게 인생이지”라는 표현이 있어요. 이민기라는 사람에게 ‘이게 인생이지’ 하는 순간이 있다면?

긍정적으로는, 조용한 자연에 있을 때요. 소란스러움이 없는 상태. 부정적으로는, 계획했던 대로 일이 안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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