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서 소외된 다문화, 지역 방송이 품다
사실상 다문화 사회다. 1998년 0.66%에 불과하던 국내 총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은 2019년 4.9%까지 치솟으며 다문화 사회로 분류하는 5%에 근접했다. 반면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서 성인은 52.27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낮아지는 추세다. 전국에 송출되는 지상파, 종합편성 방송에선 다문화 가정을 소재로 삼은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지역 방송국은 교양 프로그램부터 예능, 시트콤 등 다양한 포맷으로 다문화 가정을 꾸준히 다루고 있다.
긍정적·예능적으로… 다문화 바라보는 새 시각 제시
지역 방송은 다문화 가정을 여러 측면에서 다룬다. 결혼 이주 여성,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등 다문화인을 포용하며 여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다문화를 내세운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기획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JTV(전주방송)은 2006년 7월 ‘피우자 민들레’를 방영해 이주여성의 삶을 조명했다. 2007~2008년 방영된 전주 MBC ‘노다지’는 노인봉사, 다문화 가정, 지산지소(지역생산물) 등 세 가지 테마를 잡아 소외계층을 다루고 다문화 가정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외에도 안동 MBC가 다문화 퀴즈 프로그램 ‘깨소금’을 방송해 다문화와 예능을 결합시켜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KCTV(제주방송)은 다문화 콘텐츠로 가시적인 성공을 거뒀다. 2018년 방송한 다문화 시트콤 ‘하이퐁 세 가족’이 대표적인 예다. 베트남 도시 하이퐁에서 제주로 시집온 다문화 가정 여성이 우리나라에서 겪는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했다. 다문화 가정의 일상과 편견, 다문화 2세들의 정체성 혼란 및 애환을 사실적이면서도 코믹하게 담아내며 기존 다문화 방송의 틀을 깼다는 평을 받았다. ‘하이퐁 세 가족’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및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각각 우수콘텐츠로 선정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쾌거도 이뤘다. ‘하이퐁 세 가족’을 연출한 김정혁 PD는 이후에도 ‘내 별명은 대토령’, ‘공무원 나대기’ 등 다문화를 소재로 한 시트콤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김 PD는 2018년 연합뉴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다문화를 왜 슬픔이라는 프레임에 가둬야 하나 생각해 시트콤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는 현실… 포용적 시선 더 늘어나길”
현재 다문화 예능 프로그램의 명맥을 잇고 있는 건 전주 MBC ‘다정다감’이다. 다문화를 다루는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3년째 방영되고 있는 장수 콘텐츠다. 전라북도청의 도움이 컸다. ‘다정다감’을 연출해온 담당 PD는 쿠키뉴스에 “‘다정다감’은 이주인과 노동자, 유학생 등 다문화인을 긍정적이며 포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취지로 제작됐다”면서 “전북도청과 가족센터, 커뮤니티 등에서도 도움을 얻어 한국에 정착하는 다문화인들과 접촉해 방송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정다감’은 다문화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우리 친구할까요’, 상생 공존하는 현장을 되짚는 ‘다(多)가치’, 지역 뉴스를 베트남·중국어 자막으로 소개하는 ‘뉴스 다시(多視)보기’, 이주여성·다문화가족·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행사 등을 소개하는 ‘다문화 게시판’ 등 네 가지 코너로 진행된다. 담당 PD는 기존 다문화 프로그램과는 다른 방향으로 ‘다정다감’을 만들어가는 데에 주력했다. 과거 다문화 프로그램이 이주 여성의 결혼 불화 및 이로 인한 도망 등에 초점을 맞추며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것과 달리, 따뜻한 시선으로 다루려 했다는 게 PD의 설명이다. 그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결혼 이주 여성들의 높은 근로 의지에 비해, 업무 여건이 아직 잘 조성돼있지 않다는 걸 느꼈다”면서 “다문화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다. 그런 걸 해소하는 게 방송의 역할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2025년쯤 외국인 인구가 5.1%(2020년 통계청 내·외국인 인구전망 조사)를 차지하며 다문화 사회에 본격 진입한다. ‘다정다감’ PD는 “과거처럼 한국사회에 다문화 가정을 일방적으로 편입시키는 형태의 통합이 아니라, 공존하려는 자세가 더욱더 요구된다”고 짚으며 “한국인 역시 다문화인들의 모국 문화를 존중하며 화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문화를 아우르려는 사회적 노력과 인식 개선도 강조했다. PD는 “다문화 사회 진입을 앞둔 만큼 ‘다정다감’ 같은 프로그램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다문화 가정들이 요즘은 과거에 비해 잘 정착하는 걸 느낀다. 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다문화인을 대해주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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