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굿굿즈, 그리고 좋은 사람들

문수정 2022. 5. 20.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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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5년 전만 해도 그는 일회용 컵을 쓰는 데 크게 망설이지 않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심란해하지 않았다.

원래 환경에 관심이 많았는지를 묻자 그는 "그런 사람 아니었다"고 했다.

고백하자면 나도,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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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정 산업부 차장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5년 전만 해도 그는 일회용 컵을 쓰는 데 크게 망설이지 않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심란해하지 않았다.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뭘 할 수 있을지 고심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고청훈 CJ제일제당 ESG센터 환경전략팀장 얘기다. 최근 ‘햇반’ 용기의 재사용 방식과 시스템을 구축한 주역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나눈 이야기 한토막이다. 원래 환경에 관심이 많았는지를 묻자 그는 “그런 사람 아니었다”고 했다.

지구를 위한 제품을 다룬 ‘굿굿즈(The Good Goods)’ 시리즈 기사를 위해 만난 그는 4년 전쯤에야 환경 이슈에 눈을 떴다고 했다.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다. 고백하자면 나도,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관심은 굿굿즈라는 코너 덕분에 생겨났다. 여기서 ‘그런 사람’이란 이런 뜻으로 썼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고 행동으로 지구 환경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 아름다운 푸른 별 지구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지구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는 사람으로도 부연할 수 있겠다.

그런 사람들의 친환경 노력 이유는 간결하다. 지구를 위해서다. 뜬구름 잡나 싶겠지만 지구를 위하는 일이 곧 나를 위하는 일이라 여기는 것이다. 한국콜마의 ‘화장품 종이튜브’ 개발에 앞장선 김형상 한국콜마 패키지스튜디오 상무도 그랬다. 굿굿즈 인터뷰 중 “지구를 위해서”라는 말을 여러 번 건넸다. 도무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 온통 설득해야 할 사람들로 둘러싸였을 때 “지구를 위해서”라는 말로 서로 힘을 냈다고 한다.

김영균 아로마티카 대표는 친환경 노력을 ‘소명’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화장품 페트를 따로 수거해 재생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 제품에 적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대량 사용하는 화장품 기업의 대표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상명령’과도 같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플라스틱을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플라스틱의 생로병사까지 책임져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플라스틱은 영원하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는 경고인 동시에 기회의 메시지이다. 한번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소각하거나 매립하지 않는 한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을 새로 만드는 일을 줄여갈 수 있다. 이미 만든 플라스틱을 오래 쓰거나 버려진 플라스틱을 다시 활용하면 가능하다.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는 구호는 공허하지만 “플라스틱의 만수무강과 재생을 구현해 보자”는 제안은 솔깃하지 않은가.

물론 플라스틱 제품을 재생 플라스틱 소재로 바꾸고 제품에 적용하는 일은 새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번거롭고 비용이 든다. 몇몇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변화를 실감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마냥 불가능한 도전은 아니다. 동참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가 관건이다. 한번 생산된 플라스틱은 가급적 오래 쓰고, 다 쓴 플라스틱 제품을 잘 모아서 재생 플라스틱 소재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규모의 경제로 승부를 볼 수 있다.

굿굿즈 코너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만난 사람 가운데 ‘원래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환경 관련 업무를 하면서 관심이 생겨났고 커졌고 깊어졌다. 관심의 싹을 틔우니 어느새 뿌리가 깊어지고 가지가 뻗어나가 열매를 맺게 된 것이다. 관심의 싹을 틔우는 것,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동참하는 이들이 더 많아져 관심의 새싹들이 어느새 무성한 숲을 이루길 꿈꿔 본다.

문수정 산업부 차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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