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내 아이 내 손으로.." 당당한 母情, 미혼모

박용미 2022. 5.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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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청각·지체 장애를 가진 은영(가명·32)씨는 지난해 4월 딸을 출산했다.

"어느 날 큰딸이 '난 아빠가 없어서 가족이 없어'라고 하더라고요. 엄마도 동생도 또 가끔 만나는 이모와 할아버지도 다 가족이라고 말해줬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상처를 받는 건 아닐까 걱정은 돼요. 내가 아빠의 역할까지 하면서 더 잘 키워야겠다고 다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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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울타리를 만들다] ⑤ 위대한 사랑, '엄마'
찬양(오른쪽 두 번째)씨와 박윤성(맨 오른쪽) 기쁨의교회 목사, 정영순(맨 왼쪽) 기쁨의하우스 원장 등이 지난해 9월 전북 익산 기쁨의하우스에서 찬양씨 아들의 돌잔치를 열고 있다. 기쁨의하우스 제공


언어·청각·지체 장애를 가진 은영(가명·32)씨는 지난해 4월 딸을 출산했다. 아이 아빠는 누군지 모르고 찾고 싶지도 않았다. 시청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낳은 뒤 주변에선 입양을 권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지난 16일 전북 익산에 있는 미혼모 시설 기쁨의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수화로 “내 아이니까 내 손으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설 선생님들이 나를 잘 돌봐줬고 아이 키우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전했다.

정영순 기쁨의하우스 원장은 “우리도 처음엔 장애인은 아이를 키우기 어려울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입양 시설을 보여주면 마음이 바뀔까 싶어 은영씨와 함께 찾아갔는데 펑펑 울면서 본인이 꼭 키우고 싶다고 했다”며 “지금 은영씨가 아이를 얼마나 예뻐하고 잘 보살피는지 모른다. 엄마의 사랑이 이렇게 강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기쁨의하우스는 기쁨의교회(박윤성 목사)가 2020년 세운 미혼모 시설이다. 8명의 미혼모가 7명의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엄마와 아이를 세세히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 지원이나 정서적 지원, 문화 활동도 진행된다. 이곳 선생님들은 엄마와 아이가 퇴소한 후에도 수시로 연락하며 가정 상황을 살피고 있다.

하늘(가명·22)씨는 지난 2월 딸을 낳고 기쁨의하우스를 퇴소했다. 더 오래 있을 수 있었지만 큰딸(6)을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는 “첫째를 임신했을 때 아이 아빠에게 이야기했는데 연락이 끊어졌다. 둘째 아이 아빠한테는 임신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며 “둘째를 낳고 입양 시설에 보냈지만 일주일 만에 찾아왔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큰딸을 혼자 키울 때 하늘씨는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했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도 만삭 때까지 일하다 기쁨의하우스에 들어왔다. 지금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몸이 회복되면 검정고시도 보고 자격증도 따서 두 아이를 열심히 키울 생각이다. “어느 날 큰딸이 ‘난 아빠가 없어서 가족이 없어’라고 하더라고요. 엄마도 동생도 또 가끔 만나는 이모와 할아버지도 다 가족이라고 말해줬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상처를 받는 건 아닐까 걱정은 돼요. 내가 아빠의 역할까지 하면서 더 잘 키워야겠다고 다짐하죠.”

찬양(가명·39)씨도 기쁨의하우스를 거쳐 지금은 아들(2)과 함께 독립해 살고 있다. 그는 임신한 줄도 몰랐다가 갑자기 아이를 낳게 된 경우다. “예상치 못하게 만나게 된 아이가 처음엔 예쁘지도 않았고 어떻게 키울지 막막하기만 했어요. 입양을 보낼 생각으로 일단 기쁨의하우스에 들어갔는데 나 아니면 살 수 없는 이 연약한 아이를 차마 떠나보내지 못하겠더라고요. 지금은 입양 보냈으면 어쩔 뻔했나 싶게 사랑스럽죠.”

그는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기쁨의하우스에서 운전면허도 땄고 제과제빵과 펠트 자격증도 취득했다. 지금은 주민센터에서 일하며 앞으로의 삶을 모색 중이다.

“아이가 건강하고 예의 바르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더 바라는 건 없어요.”

정 원장은 미혼모들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격려하고 있다. “미혼모 가정도 여러 가족 형태 중 하나일 뿐이에요. 오히려 여타 부모보다 더 힘든 가운데서도 아이를 버리지 않고 있고요. 이들이 미혼모라는 단어에 갇혀 살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따뜻한 시선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익산=박용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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