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화의 생활건축] '커튼월 룩' 아파트는 좋을까

요즘 신축한 아파트를 보면 건물 외벽에 유리패널을 설치한 곳이 꽤 있다. 멀리서 보면 유리창처럼 보이는데 열 수 없다. 심지어 유리 너머는 콘크리트 벽으로 막혀 있다.
사실 아파트는 사방에 내고 싶은 대로 유리창을 내기 어려운 건물이다. 인동(隣棟) 거리 규제 때문이다. 창에 빛이 들지 않거나 집안이 훤히 보이지 않도록, 아파트 동(棟) 사이를 일정 거리 이상 띄우도록 건축법에 정해놨다. 아파트 네 면에 창을 내면 다음 동을 지을 때 사방으로 띄워야 할 거리가 상당하고, 결국 땅에 지을 수 있는 건물 동 수가 줄어든다. 많이 분양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주로 아파트 앞쪽(거실)과 뒤쪽(주방)에만 유리창을 낸다. 양 옆면을 콘크리트 벽으로 막은 이유다. 이런 벽에 유리를 덧대는 것이 유행이다. 대체 용도가 뭘까.

이른바 ‘커튼월 룩’(curtainwall look)이다. ‘커튼월처럼 보이는 스타일’이라는 의미의 신조어다. 진짜 커튼월은 주로 고층 사무실 빌딩에 많이 쓰인다. 강철로 골조를 세우고 유리 외벽을 바깥에 붙인다. 주거시설로써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주상복합 아파트 타워팰리스에서 이 공법을 쓴 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면 유리창이 주는 탁 트인 개방감이 고급 아파트의 이미지와 딱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복사열로 더운데 창이 작아 환기가 잘 안 된다는 단점 탓에 인기가 시들해졌다. 인허가를 내는 지자체에서도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고 친환경적이지 않다며 허가를 잘 안 해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커튼월 룩’이다. 커튼월 공법의 느낌만 살리는 거다. 주요 아파트 단지 재건축 수주 현장에서 아파트 조감도 영상을 공개할 때 이 느낌의 효과가 크단다. 아파트가 마치 통유리로 지은 것처럼 번쩍번쩍 빛나 보인다. 하지만 실제 완공된 아파트를 보면 일부 외벽에 유리패널을 부착한 정도다. 유리 치장재인 셈이다. 다만 아파트 골조는 기존 아파트와 같으니, 창이 작아 환기를 못 시킬 우려는 없다.
건설사는 차별화를 위한 특화설계 아이템으로 ‘커튼월 룩’을 내민다. 벽면에 페인트칠만 하다 저층부에 양말 신기듯이 중국산 천연석을 붙였던 것에서 나아가 커튼월 룩이 대세가 된 모양새다. 조합원도 “우리 아파트가 전국에서 커튼월 룩을 최다 보유했다”며 명품 인증하듯 이 신조어를 읊는다. 커튼월 룩이 있는 동이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다는 믿거나말거나식 정보도 난무하다.
비싸 보이는 효과 외에 실제 성능은 어떨까. 유리 패널 뒤 콘크리트 벽에 습기가 차거나, 빛 반사로 단지 안팎으로 골치를 썩는 경우도 많은 모양이다. 명품 아파트를 향한 한국인의 욕망이 세계 최초로 ‘커튼월 룩’을 만들어냈다. 가짜 커튼월이 이렇게 주목받다니, 참 기이한 흥행이 아닐 수 없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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