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의 악마 갓갓, 박사는 어떻게 잡았을까?

장혜령 2022. 5. 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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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장혜령 기자]

 넷플릭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포스터
ⓒ 넷플릭스
 
몇 해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N번방 사건을 기억하는가? 세상은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N번방 사건은 가명과 텔레그램을 사용한 비대면 성범죄다.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사이버 성범죄의 새로운 유형이었다. 세상이 점점 편리해지면서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범죄가 일어났지만 잘 알 수 없었다. 사건을 쫓는 사람들은 실체를 찾지 못해 오리무중에 빠졌고, 허공에서 허우적거리 것 같아 무기력했었다.

N번방 최초 개설자 갓갓과 박사는 상위 포식자였고 다수의 여성 피해자는 그야말로 21세기 성노예였다. 수법은 교묘하고 집요했다. 실체를 알지 못하게 복잡하게 돌아갔다. 그들은 N번방을 만들어 입장료를 받고, 성착취 영상물을 함께 보는 공모자를 모집했다. 미끼를 물고 들어온 피해자는 해킹으로 신상을 공개하고 협박해 마음대로 부려 먹었다.

ID의 익명성은 거짓말을 만들고 과시욕을 더해 주었다. 이유도 없이 학대하면서 죄책감은커녕 돈을 벌어 이익을 취했다. 암호화폐로 거래하고 로그아웃하면 방 자체가 사라지기에 가능했다. 이를 보고 즐기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범죄자지만 찾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일관했다. 한 번 빠지면 나갈 수 없고 영원히 잡히지 않을 수 있는 온라인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N번방 추적 과정에만 집중
  
 넷플릭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예고편
ⓒ 넷플릭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제보 메일을 받고 최초로 기사화한 기자, 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든 PD와 작가, 실체를 파고든 대학생 기자, 집요하게 수사하는 경찰, 화이트 해커 등 N번방 사건과 마주한 24명의 인터뷰를 통해 추적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다.

철저히 피해자의 인터뷰를 배제하고 사람들의 취재, 수사 과정만 따라간다. 텔레그램, 해킹, 암호화폐, 성착취 영상, 비대면 그룹 등 수면 아래 도사리고 있었던 사이버 범죄의 고발이다. 최초 제보 메일로 시작해 기사화되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다가 '추적단 불꽃'이란 익명으로 활동하던 기자 지망생이 직접 N번방에 잠입해 쓴 기사를 토대로 가닥을 잡아갔다.

이후 언론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사건을 공론화하며 협업했다. N번방에 잠입하고 피해자를 만나 심층 취재하고, 급기야 박사와 직접 인터뷰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범행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오히려 협박하기 시작했다. 기사나 방송으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했고 추적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일이 진행되면 될수록 추적단의 신상이 털리고 조롱의 대상이 되는 등 정신적 피해까지 동반되었다.
  
 넷플릭스 <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예고편
ⓒ 넷플릭스
 
그럴수록 '꼭 잡고야 말겠다'라는 일념 하나로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 도망쳐도 반드시 잡힌다는 집념으로 쫓아갔다. 디지털 범죄는 모든 흔적이 남기 때문에 시간문제일 뿐, 반드시 검거된다는 명제를 잊지 않기로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체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든 공을 피해자의 '용기'로 돌린다. 스스로 견디기 힘든 일을 겪고도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의 집단행동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스타일, 메시지 다 잡은 웰메이드
  
 넷플릭스 <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예고편
ⓒ 넷플릭스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장르의 클리셰를 따르지 않고 독보적인 스타일로 연출해 흥미를 유발한다. 넷플릭스의 해외 다큐멘터리 중 트루 크라임 스타일과 비슷하면서도 맹렬히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사건을 알기 쉽게 전달하면서도 2차, 3차 피해를 볼 피해자를 위한 배려까지 더한 책임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함을 최대한 윤리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모노톤의 애니메이션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모바일 채팅 화면, 온라인 UI를 적극 이용해 전달력을 높였다. 이미 시사 프로그램, 뉴스에서 다루었기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건이 빙산의 일각임을 인지하도록 했다. 수준 높은 미장센, 정리된 타임라인과 압축된 영상으로 시선을 끌었다. 편집의 리듬감과 적절한 음악 사용으로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없애고 흥미진진한 실화 범죄 추적극으로 변화해 재미까지 갖추었다.

인터뷰 장면도 철저히 만들어진 세트장의 조명과 분위기를 통해 영화라는 장르를 떠올리도록 집중하게 했다. 극영화지만 다큐멘터리 같은 효과의 <서치>나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한 체코 다큐멘터리 <위와치유>를 떠올려볼 수 있었다. 시청자는 사건 A부터 Z까지 보고서를 읽는 것처럼 느껴지며, 뼈저린 경각심까지 들 수 있게 했다. 작품의 퀄리티와 추적단의 고뇌까지 쌍끌이로 피해자의 고통까지 공감하게 만드는 매력을 더했다.

그리고 아직도 이와 유사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기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공표한다. 이 모든 것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이다. 누구라도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 소비자의 니즈가 없다면 제작, 유포하는 공급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사람들이 사소하게 생각하는 행동이 만든 집단의 피해임을 알아야 한다.

피해자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건 당신의 호기심이 부른 한 번의 클릭이다. 그 피해자는 어쩌면 나와 가족, 친구가 될 수 있다. 당신이 생각 없이 던진 돌멩이에 맞아 죽은 수많은 개구리를 알면서도 묵인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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