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깃발' 꽂고 230km 자전거 탔다..어느 지방대 교수님 사연
정상교 금강대학교 교학지원처장은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 230km를 일주했다. 자전거 뒷바퀴에는 금강대학교 깃발을 꽂았다. 일주 중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대학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다. 자전거를 타고 도내 고등학교를 돌면서 진학상담 교사들도 만났다.
정 교수는 "최근 몇년간 신입생 모으기가 어려워서 직접 고등학교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워낙 많은 지방대가 고등학교에 찾아가니 '예약' 잡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는 "지방대는 홍보를 많이 하려고 하지만 고등학교 입장에서는 워낙 많이 오니까, 진학 담당 교사 수업 없을때 잠깐 뵙는 정도"라며 "미리 스킨십을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모셔가는 교수들…"전화만 받아줘도 감사"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대(교대·사이버대·산업대 제외) 123곳 중 63곳(51.2%)의 신입생 충원율이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최저 기준(97%) 미만이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정원의 70%를 못 채우는 지방대 비율이 2024년 34.1%, 2037년 83.9%로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면 부실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정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을 모집하기 어려운데 부실 학교라는 낙인까지 찍히면 후폭풍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은 신입생 유치를 위해 현금과 경품을 내걸기도 한다. 광주의 한 사립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 가고 아이패드 받자’는 광고를 내걸고 신입생을 모집했지만 경쟁률은 0.9대 1에 그쳤다. 부산의 한 사립대도 학업 장려금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광고했지만 경쟁률(1.01대 1)은 기대에 못 미쳤다.
한 지방 4년제 대학교수는 "교수들이 합격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우리 학교에 등록해달라고 부탁하는 건 일도 아니다"며 "대학 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많기 때문에 (지방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학생이 전화를 받아주는 것만도 고맙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금강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수정예'를 목표로 한 대학이었지만 정부 평가에 충원율이 결정적인 지표가 되다보니 머릿 수 채우기가 우선이 됐다. 정 교수는 "예전엔 신입생 정원이 100명이라도 수능 성적이 모자란 학생은 탈락시키다보니 실제 입학생은 50~70명이었다면, 지금은 일단 학생을 채우는 게 중요해져서 소수 정예를 지향한 학교 개성이 사라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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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대는 2002년 대한불교천태종에서 설립한 충남 논산 소재의 4년제 사립대다. 2개 학부(공공정책학부· 불교인문학부)에서 신입생을 100여 명만 받는다. 전교생이 장학금을 받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이 특징이다.
」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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