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절 불같던 '그이'는 어디 갔을까 [별별심리]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2022. 5. 19.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팎으로 힘든 중년 男, 자신감 상실·부부관계 악화로 이어져
일러스트=박상철 화백

연애시절 남편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매사에 의욕이 넘쳤으며 항상 강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연인으로서도 밤낮 가리지 않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20년도 더 된 이야기다. 불같이 타오르던 그는 이제 살결만 닿아도 기겁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 시절 그 남자는 없고 어딘지 모르게 위축돼 보이고 소극적인 중년의 남자만 남았다.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은 중년 남성, 소극적일 수밖에

모든 남성은 나이가 들면서 필연적으로 변화를 맞게 된다.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신체적 원인, 즉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 40대 중반에 접어들면 기력이 저하되고 남성호르몬 또한 줄기 시작해 흔히 말하는 ‘남성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근육이 줄어들며, 살이 찌고 배가 나온다. 곳곳에 내장지방까지 쌓여 몸은 점점 비만해진다. 이는 고혈압, 당뇨병을 비롯한 여러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다시 남성호르몬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온전치 못한 몸 상태는 심리적으로도 남성을 위축시키고 소극적으로 만든다.

중년기 남성호르몬 변화는 성욕과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성욕이 크게 줄고 발기력 또한 저하되며, 이로 인해 아내와 잠자리에도 두려움을 느끼면서 피하게 된다. 동시에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불안, 초조함, 우울 등 심리적 증상과 기억력·인지력 저하 증상 또한 겪는다. 정서적으로 이 같은 문제가 있을 경우 아내는 물론이며, 전체적인 대인관계를 전처럼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강동우성의원 강동우 원장은 “원만한 부부관계를 위해서는 신체적·심리적으로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중년에 접어들면 감정 처리가 잘 안 되고 건강과 성 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부부관계에 이상이 있을 경우 성 기능과 함께, 전반적인 신체 건강, 심리적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점점 줄어드는 역할, 자신감 상실·부부관계 악화로 이어져

중년 남성의 변화는 가정·직장에서 입지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남성에게 있어 중년기는 가정과 직장에서 역할이 크게 줄어드는 나이기도 하다.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점차 성장하고 독립하면서, 가족을 지키는 아버지로서 역할이 사라진다. 중년 여성이 주로 겪는 ‘빈둥지증후군(자녀 독립 후 부모가 느끼는 상실감·외로움)’을 남성 역시 겪을 수 있다. 또한 이 시기가 되면 아내도 자녀 양육 부담에서 벗어나 전보다 남편에게 덜 의지하게 된다. 남성은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책임감·부담감이 모두 줄어드는 것만큼,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상실감도 크게 느낀다. 특히 가장에 대한 사명감이 높았던 남성일수록 이 같은 감정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해온 남성의 경우 직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자신의 업무능력이 예전과 같지 않고 뒤처진다고 느껴지며, 회사 내에서 입지 또한 줄어든다. 동시에 퇴직에 대한 압박도 커진다. 중년 남성은 가정·직장에서 이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잃고 더욱 위축된다.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의원 한승민 원장은 “가정과 사회에서 인정받는 기분은 남성에게 큰 힘이 되는 반면, 자신의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순간 자신감이 줄고 우울해진다”며 “이는 아내를 비롯한 가까운 사람과 관계를 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가장 가까운 사이, 관계 방치해선 안 돼”

세월은 되돌릴 수 없다. 중년에 접어든 남성을 젊은 시절로 되돌리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그러나 신체적·정신적으로 나이를 드는 것과 별개로 부부관계를 전처럼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어찌됐든 남편과 아내는 현 시점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기 때문이다. 부부관계가 멀어져 파괴로 이어질 경우 두 사람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며, 특히 배우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홀로 남겨졌을 때 말년을 외롭고 힘들게 보낼 가능성이 크다. 한승민 원장은 “가장 가까운 관계가 흔들리면,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좋은 일이 있어도 배경음악인 기분 자체가 우울하고 불행할 수밖에 없다”며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부관계 개선은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없다. 변한 모습이 서운하다면 대화를 통해 변화의 원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상대방이 외도나 질환 등 특별한 이유 없이 급변한 것처럼 느껴질 경우, 오히려 서서히 나타났던 변화들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일 수 있다.

정서적 교감도 많아져야 한다. 단순히 같은 시간·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닌, 서로의 기분을 묻고 관심을 가지면서 시간의 밀도·깊이를 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취미가 없다면 공통적으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어떤 일이라도 함께 해본다. 중요한 것은 부부가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강동우 원장은 “부부관계에 생긴 문제를 잘못된 방법으로 풀면 오히려 감정적 적대감이 생기고 가정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섭섭했던 부분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을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참고서적 등을 통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Copyrights 헬스조선 & HEALTH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