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인종·연령 비율 맞춘다고 ESG 성과 나는 것 아니다"

김기찬 2022. 5. 1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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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남녀 비율을 맞추고, 소수 인종을 등용한다고 해서 평등·공정·윤리의식 등이 고양되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할 때 사회적 책임 구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트 프라이즈(Bart Frijns) 네덜란드 오픈대학 교수는 최근 성균관대가 주최한 '디지털 경제와 금융 트랜드' 국제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프라이즈 교수는 파생금융상품 부문 세계 최고의 학술지로 평가받는 'Journal of Futures Market(선물시장 저널)' 편집장이다.


"성별, 연령별 기계적 다양성은 발전 되레 저해"


바트 프라이즈 교수. 세계적 학술지인 Journal of Futures Market 편집장.
프라이즈 교수는 "최근 기업이 사회적 책임(CSR)을 구현하기 위해 이사회의 구성원을 다양하게 꾸리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검증하지 않은 채 진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은 기업의 의사결정을 개선할 수 있는 일종의 자원"이라고 봤다. 그래서 다양한 성향의 사람이 모이면 기업 의사결정에서 집단사고(groupthink)에 빠질 위험이 줄어들고 많은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양성을 내세운 이사진 구성 방식이 남성과 여성, 주류 인종과 소수 인종, 연령대별 비율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대체로 기업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가시적 다양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대외적으로 사회적 이미지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행위"라는 것이 프라이즈 교수의 진단이다.

하지만 이런 외향적 다양성 구축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게 프라이즈 교수의 연구 결과다. 그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의 S&P 500 기업(금융회사 제외)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

프라이즈 교수는 "남성과 여성, 주류 인종과 소수 인종 등의 조합은 여러 집단 사이에서 발생하는 마찰과 오해,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고양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CSR의 성과를 개선하지는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인종이나 성별 같은 드러나는 다양성보다 성장해 온 환경 등 눈에 덜 띄는 문화적 다양성이 CSR 성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향적 다양성이 증가하면 CSR 성과는 오히려 감소하고, 악화했다는 것이다.

프라이즈는 교수는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기업 내 의사결정에 서로 다른 뿌리를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규범과 가치가 조직 전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부총장(경제학 교수)은 "최근 ESG나 공정 논란과 맞물려 기업과 정치권 등에서 획일적인 성별, 연령별 비율 맞추기 바람이 불고 있다"며 "이런 기계적 다양성은 국가와 사회의 개혁 패러다임을 흐트러뜨리고, 오히려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프라이즈 교수의 연구가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SNS가 주가 흐름에 영향…주가조작 위험도"


리처드 피터슨 박사. 세계적 금융데이터 기관인 MarketPsych 창업자.
이날 컨퍼런스에선 주가가 기업의 매출이나 순이익과 같은 기업 활동에 좌우되지 않고 소셜 미디어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세계적 금융데이터 분석기관인 마켓사이키(MarketPsych) 창업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리처드 피터슨(Richard Peterson) 박사는 SNS상의 여론이나 의견이 주가 변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피터슨 박사는 "지금까지는 기업의 규모나 재무적 요인이 주가를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시장에 형성된 투자자들의 믿음이나 기대가 주가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NS 분석으로 주가 변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주식시장 흐름을 분석해 얻은 결론이다.

피터슨 박사는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투자자의 심리를 직접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시장 참여자의 거래 패턴이나 행동, 언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다양한 잠재적 투자자들이 의사소통이나 의견을 공유하기 위한 창구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를 분석해 심리지수를 추출하고, 이를 주가 변동과 연결해 분석했다.

그 결과 소셜미디어 심리지수가 미래의 주가 움직임을 상당 부분 예측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미국의 Russell 3000 주식시장에 대비한 결과 소셜미디어 심리지수가 높을수록 주가가 상승하고, 미디어 심리가 낮아지면 주가는 하락했다. 피터슨 박사는 "이런 주가 움직임은 기존의 전통적인 자산가격 결정요인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움직임으로써 주가 조작도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한편 이날 국제 컨퍼런스에는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SSCI급 학술지인 Journal of Banking & Finance(은행·금융저널) 편집장인 기르트 베캐르트(Geert Bekaert)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 Journal of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s, Institutions & Money(국제금융시장 저널)의 편집장인 조나단 배튼(Jonathan Batten) 호주 RMIT대학 경영학 교수, 세계 최대 학술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의 앤드스 칼슨(Anders Karlsson) 부회장 등 세계적 석학 8명이 참석해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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