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톺아보기⑥] 의사소통 힘든 장애인 관련 사건도 이의신청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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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경남 밀양에 있는 노숙인재활시설에서 지적장애인 A씨가 사회복지사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의 신청시 검찰이 2차로 사건을 살펴보고 보완수사 지시 등을 한 종전 시스템에서는 경찰이 1차로 수사를 잘못해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법리에 밝은 검찰이 사건을 살펴 향후 재판에 갔을 때 피해 회복에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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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2차검토 방안 필요"
경찰에 대한 불신도 해결과제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지난해 5월 경남 밀양에 있는 노숙인재활시설에서 지적장애인 A씨가 사회복지사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경찰은 5월31일 시설 관계자들을 입건하고 4개월 간 수사했다. 하지만 학대 정황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반발한 A씨는 이의를 신청했다. 이를 받아들인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9월부터 시행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A씨의 이의신청은 물론이고 검찰의 보완수사 지시도 이뤄질 수 없고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검수완박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곳은 장애인 학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은종군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학대 피해자의 약 70% 이상이 지적장애인들"이라며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이 다들 어려워 스스로 고소·고발이 어렵고 조사 때도 경찰이 피해 내용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경찰 조사가 잘못되면 고쳐 나가야 되는데 고발인의 이의신청이 막힌 법안 때문에 장애인분들이나 관련기관들은 지금 ‘멘붕’ 상태"라고 했다.
여기에는 경찰에 대한 불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의 고소 의사마저 무시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지역 유지들이 운영하는 장애인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사건은 더 우려스럽다. 영화 ‘도가니’를 생각하시면 된다. 이 경우 관할 지역 경찰들이 조사하는데 경찰들과 유지들이 유착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은 관장은 "장애인 노동착취사건의 경우, 경찰은 보통 이를 단순히 임금체불사건으로 본다"면서 2014년과 2021년 두 차례 발생한 ‘염전 노예 사건’을 예로 들었다. 전남 신안군에 있는 염전에서 지적장애인들이 장 기간 학대·감금을 당하면서 일해 논란이 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사건 초기 이를 임금체불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경찰 내에서도 각자가 가진 ‘장애 감수성’, ‘장애 지식’의 수준이 다르고 대체로 낮아 정확한 사건내용을 못 들여다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늘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학대 피해자를 돕는 법조인, 관련기관 종사자들은 경찰의 1차 수사 뒤에 2차로 사건 내용을 한번 더 검토해 볼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의 신청시 검찰이 2차로 사건을 살펴보고 보완수사 지시 등을 한 종전 시스템에서는 경찰이 1차로 수사를 잘못해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법리에 밝은 검찰이 사건을 살펴 향후 재판에 갔을 때 피해 회복에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 정부 부처들도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경찰청은 지난 12일 유관기관 및 단체를 모아 여성·아동·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들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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