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삶 멈춰줘서.." 조주빈의 자만 깨뜨린 반전

김준모 2022. 5. 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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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이버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김준모 기자]

 <사이버 지옥> 포스터
ⓒ 넷플릭스
 
많은 이들이 분노했지만 그 실상을 잘 모르는 사건이 있다. 2020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N번방 사건'이다. 이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박사' 조주빈을 비롯한 가해자들이 텔레그램 방을 운영하며 피해 여성들의 성을 착취했던 사건이다. 언론의 관심을 받기 전인 2018년부터 시작이 되었으며 조주빈의 박사방을 비롯해 다수의 텔레그램 방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대규모 성범죄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사이버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는 한겨레 김완 기자가 처음 사건의 제보를 받은 시점부터 시작해 그 체포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 김완 기자는 취재에 나선다. 박사와 갓갓을 비롯한 이들은 사진과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며 URL이 포함된 개인 메시지를 보내고 이에 접속한 여성들의 정보를 얻어 협박을 한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노예로 호칭하며 성적인 사진과 영상을 찍도록 강요한다. 이들은 피해여성을 텔레그램에 접속시켜 사진과 영상을 지워주는 조건으로 또 다른 사진과 영상을 강요한다. 피해자의 집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 심리적인 압박을 주고 명령을 따르지 않을 시에는 지인들한테 사진을 뿌리겠다고 협박을 한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약 880명이며 이 중 미성년자는 16명에 달한다.
  
 <사이버 지옥> 스틸컷
ⓒ 넷플릭스
 
이 사실을 1면에 공개한 김완과 오연서 기자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허나 돌아온 반응은 '왜 한겨레가 이걸 1면에 실었지?'였다.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는 2018년부터 수면 위로 올라왔던 사건이며 학생기자단 불꽃은 이 사건을 취재해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허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고 수많은 텔레그램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방이 등장할 만큼 가해자들의 범죄행위는 대담해지던 중이었다.

이 작품은 한 편의 범죄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질감을 준다. 그만큼 '박사'의 행위는 악랄했으며 언론과 경찰은 그의 계속되는 범죄와 협박에 긴장을 놓지 못했다. 박사는 JTBC <스포트라이트> 팀과 SBS <그것이 알고싶다> 팀이 취재에 나서자 협박을 시작한다. 방송을 내보낼 시 노예의 정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건 물론 SBS에서 노예를 자살시킬 거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경찰과 긴밀하게 공조하며 방송공개를 결정한다.

그 이유는 방송이 지닌 파급력에 있다. 텔레그램은 로그아웃을 한 순간 모든 정보가 사라진다. 범인이 숨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영원히 잡지 못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때문에 방송을 통해 대중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경찰의 대규모 인력지원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N번방 사건'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규모 사건이자 언론과 경찰이 혼신을 다해 상대해야 했을 만큼 최악의 범죄임을 강하게 조명한다.

<사이버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를 보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 바로 '체코판 N번방 사건'으로 불렸던 영화 <#위왓치유>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팀과 경찰이 공조해 함정수사를 벌이는 과정을 담아냈다. 어려보이는 외모를 지닌 세 명의 배우는 10대 소녀로 속여 SNS를 개설한다. 이들의 SNS에 접근한 남성들은 누드사진을 요구하는가 하면 성기사진을 보내며 성적인 그루밍을 시도한다. 이 마수에 빠진 순간 성적인 착취를 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이버 지옥> 스틸컷
ⓒ 넷플릭스
 
이 작품이 제시하는 통계에 의하면 체코 어린이의 60%는 부모의 제재 없이 인터넷을 하며 그중 41%는 타인에게 포르노 영상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50%는 낯선 사람과 아무렇지 않게 만날 수 있다고 하며 20%는 상대를 직접 만나기도 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는 SNS처럼 누구에게나 접근할 수 있는 위험을 지닌다. N번방은 그런 위험 속에서 욕망을 먹고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앞서 범죄스릴러 영화를 보는 기분이라 말한 이유에는 결말의 쾌감이 작용한다. '박사' 조주빈은 체포된 후 포토라인에서 '악마를 멈춰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스스로를 과장되게 포장하는 그의 행동은 경찰이 체포할 수 없다는 확신에 더해 붙잡히더라도 높은 형벌을 받지 않을 것이란 자만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조주빈 체포 당시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성착취범죄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집단 성폭행 혐의가 없다는 점, 가해자의 직접적인 성폭력이 아닌 피해자가 스스로 촬영을 했다는 점에서 높지 않은 형량을 받을 것이란 비관적인 견해를 내놨다. 하지만 반전처럼 조주빈은 징역 42년 형을 선고받았고 또 다른 텔레그램방 운영자인 갓갓 역시 34년을 선고받으며 디지털 성범죄에 경종을 울렸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범죄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으며 인터넷의 특성상 지워지지 않는 아픔을 남길 수 있다. N번방 사건은 주요 가해자들 외에 수많은 유료회원들이 있었기에 이뤄졌던 범죄다. 이들이 주는 압박감이 피해자들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었다.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의 시대가 가속되고 있는 만큼 그 어둠에도 촉각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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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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