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 대신 해야할 일
윤석열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는 여성가족부폐지가 없었으나 소위 이대남 여성혐오로 대통령이 당선된 국민의힘은 여가부폐지안을 발의하였습니다. 기본 여가부 관련 사업도 다른 부처와 같이 하는 방식으로 업무 분장을 하여 여가부의 실질적인 힘을 뺄 뿐 아니라 여가부 폐지 법안 상정까지 한 것입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구조적 성차별을 외면하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에 여성,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여성가족부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은 다양한 위치에 처한 사람들에게 성평등 전담기구가 왜 필요한지를 연재합니다. <기자말>
[모윤숙]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5월 17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임명됐다. 여성가족부는 폐지되고 일부 업무는 법무부와 행안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흩어지게 될 판이다. 김현숙 장관은 젠더 갈등과 권력형 성비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는 것처럼 밝혔다. 정부 부처가 제대로 일을 못하면 그 부처가 폐지되는게 타당한가?
구조적 성차별은 현실은 아직 존재한다. 성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성평등한 정책을 입안하고 총괄하는 정부 부처의 역할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새 정부는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한다. 22년간 여가부가 해온 정책의 연계는 어떻게 이루어질지 어디에서 그 역할을 담당할지 심히 우려된다.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국민 인식 높아
윤석열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했지만 국민들의 인식과는 괴리가 있다.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통계청 실시)를 보면 우리 사회 전반에 성별 불균형이 심각하고 돌봄에 대한 부담이 여성에게 더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사·돌봄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은 다소 감소하였다. 하지만 여성들은 돌봄에 대해 과중한 부담으로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인식을 묻는 질문에 여성의 65.4%, 남성의 41.4%가 여성에게 더 불평등하다고 응답하였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성불평등한 문제는 여성의 경력단절(28.4%), 고용 상 성차별 (27.7%), 여성에 대한 폭력(14.4%), 남성에 대한 돌봄 참여(12.5%) 순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남성은 생계 부양자, 여성은 생계 보조자라는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은 조금 완화되었다. 그러나 노동시장은 성별로 분절되고 채용, 업무 배치, 승진 등에서 성차별적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현실과 인식에서 격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성별 임금 격차 32.5%, OECD 36개 국가 중 최하위
우리 나라의 성별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크다. 영국 시사저널 <이코노미스트> 지가 21년 3월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2.5%로 OECD 임금격차 평균 12.8%의 2.5배가 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고용에 있어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보장과 대우 등을 규정하였다. 그런데도 2013년 성별임금격차를 처음 발표한 이후 2019년 3월 발표에서도 29개 비교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여 6년 연속 최하위이다.
유리천장 지수 평가항목은 10개로 ① 고등교육 남녀 격차 ② 경제활동참가율 ③ 성별임금격차 ④ 여성관리직 비율 ⑤기업 이사회 여성비율 ⑥평균 임금대비 순보육 비용 ⑦ 여성 유급 출산휴가 ⑧ 남성육아휴직 ⑨GMAT 시험 (비지니스스쿨) 여성 응시율 ⑩ 여성 의원 비율이다. 여기서 한국은 성별임금격차를 포함하여 여성관리직 비율, 이사회 임원비율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용상 성차별 더 심각
코로나19 이후 여성들의 고용상황은 더욱 열악해졌다.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율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여성 노동자들의 다수가 일하는 업종에 고용감소가 집중되었다. 교육서비스, 숙박 및 음식점업, 도소매업종에서 일하는 일자리의 질도 열악해지고 있다.
시간제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중 여성의 비중은 71.9%에 육박한다.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 5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되어 법의 보호를 못 받고 있다. 노동자임에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엄청 늘어나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60% 이상의 여성과 청년들은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이 비해 비정규직, 최저임금, 초단시간 노동, 5인 미만 영세사업장, 저임금 노동자로 종사하는 비율이 높다.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이 코로나 상황에서 더 취약하고 빈부의 소득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돌봄 노동의 남녀 불균형, 성차별의 벽
맞벌이 가정 내 하루 돌봄 시간을 보면 여성이 평균 1.4시간, 남성은 0.7시간으로 돌봄시간이 여성이 2배 높다. 12세 이하 아동의 경우 여성은 3.7시간으로 약 3배 더 많은 시간을 돌봄 노동에 할애하고 있다.
무급 돌봄 노동이 여성에게 전담되는 구조는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성차별을 유지 시킨다.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이 주 양육자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을 불리하게 대우하게 하고 승진, 업무 배치에서 차별받게 한다.
성평등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정부는 일하는 여성의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차별받지 않을 때, 돌봄을 남녀가 공동 책임질 때, 남녀의 임금 차이가 줄어들고 성차별의 벽이 해소될 수 있다.
새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성차별적인 구조개선을 위한 성평등한 노동부처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여성노동을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 수급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노동행정은 중앙정부의 일로만 여겨 지방정부의 역할이 미비하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와 함께 성평등 전담기구 체계를 만들어 유기적으로 통합적인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성별 직종 분리 해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 성별 임금 격차 해소와 삶과 일이 공존하는 일터가 되야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역할과 소명은 아직 진행형이다. 새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독주를 당장 중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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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모윤숙씨는 전국여성노동조합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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