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자랑하던 의약품안전서비스에 '구멍'

한성주 2022. 5. 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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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 일반약 복용력 포착 못해
팍스로비드 병용금기 약물 '세인트존스워트'도 일반의약품
환자가 설명 안하면 의사가 파악할 방법 없어 
18일 국립중앙의료원 지역의약품안전센터 심포지엄에서 진범식 감염의학센터장이 DUR의 한계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포지엄 갈무리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이하 DUR)가 일반약 복용 이력을 포착할 수 없어 보완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DUR은 의료기관이 실시간으로 환자의 약물 투여 이력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사와 약사에게 의약품 처방 및 조제 시 금기 의약품과 안전성 관련 정보를 즉각 제공해, 부적절한 약물사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세계적으로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현재까지 DUR은 총 9개 유형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04년부터 병용금기와 특정연령대금기 정보를 시작으로 2008년에는 임부금기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어 2013년부터는 주의성분에 대한 정보도 포함돼 △효능군중복주의 △용량주의 △투여기간주의 △노인주의 △헌혈주의 △분할주의 등의 정보가 순차적으로 포함됐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체감하는 DUR의 비효율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진료 과정을 지연시키는 것은 물론, 일반의약품 복용 이력은 파악하기 어렵다. 통상적으로 의사는 진료를 마친 후 환자와 상담을 거쳐 특정 의약품을 처방하기로 결정한다. 이후 처방전을 기록하기 위해 시스템에 접근하면, 이때 DUR에서 환자의 의약품 처방·복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처방을 결정한 의약품을 입력했을 때 과거 환자가 약물 상호작용(DDI) 이슈가 있는 약을 복용했다는 기록이 뜨면, 앞서 진행한 상담과 결정을 무르고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뒤늦게라도 DDI 이슈가 확인되면 다행이다. 일반 의약품은 DUR에 포착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남아있다. DUR은 의사의 처방, 약사의 조제 내역을 축적한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시스템이다. 일반 의약품은 처방전 없이 누구나 임의로 구매할 수 있다. 환자가 어떤 일반 의약품을 얼마나 복용했는지는 의사와 약사가 DUR을 통해 포착할 방법이 없다. 

이런 한계점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더욱 두드러졌다.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에 걸림돌이 됐다. 팍스로비드는 리토나비어 1정, 니르마트렐비르 2정으로 구성된 복합제다. 니르마트렐비르는 인체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증식을 위해 필요한 단백질분해효소를 억제한다. 리토나비어는 이런 기전이 제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니르마트렐비르의 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DUR을 보완할 안전장치를 요청하는 진 센터장의 제안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답변.

팍스로비드는 병용금기 약물이 많아 특히 DUR에 의존한 처방이 이뤄졌다. 리토나비어는 니르마트렐비르뿐 아니라 다양한 약물의 작용에도 간섭하기 때문에 처방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팍스로비드 병용금기 약물은 23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6개는 복용을 중단하더라도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수 없을 정도로 주의가 필요한 약물로 분류됐다.

문제는 해당 6개 약물 가운데 ‘세인트존스워트’는 일반의약품으로 유통된다는 점이다. 세인트존스워트는 불안 및 우울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지닌 생약 성분이다. 이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심신 안정 영양제’나 ‘직장인·수험생 숙면 영양제’ 등의 홍보문구를 달고 판매되기도 한다. 환자가 세인트존스워트가 팍스로비드 병용금기 약물임을 알고, 정확한 복용 시기와 용량을 의사에게 설명하지 않는 한 의사로서는 이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의학센터장은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일반 의약품의 DUR 회피 위험을 해소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민제안을 전달했다. 진 센터장의 제안에 보건복지부는 ‘일반 의약품 판매 시 약사의 철저한 복약지도’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적극적인 약물안전 캠페인 실시’를 대책으로 내놨다.

진 센터장은 “DDI 이슈에 대해 일반 의약품 포장에 눈에 잘 띄는 크기와 색깔로 주의사항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며 “의약품을 지급할 때 복약지도 절차에 병용금기 관련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도록하는 규정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자의 복약 내역을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진료와 상담이 진행될 수 있도록 과정상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재 마련되어 있는 ‘내가먹는약 한눈에’ 서비스 등을 통해 개인 투약 이력을 조회하고, 응급상황에는 의료진이 조회하고 사후에 열람이력을 남기는 등의 방식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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