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공기업 부실, 누구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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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는 대통령 탄핵으로 임기 5년을 못 채운 실패한 정부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 등 각종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채를 공공기관에 떠넘겼다.
그 결과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 290조원에 불과하던 공공기관 부채는 단 5년 만에 배 가까운 200조원이 늘어난 493조원을 기록했다.
반면 박근혜정부 4년 동안 공공기관 부채 증가액은 놀랍게도 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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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는 대통령 탄핵으로 임기 5년을 못 채운 실패한 정부다. 그러나 공공기관 부채 관리에 한해서는 사정이 다르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 등 각종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채를 공공기관에 떠넘겼다. 그 결과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 290조원에 불과하던 공공기관 부채는 단 5년 만에 배 가까운 200조원이 늘어난 493조원을 기록했다.
반면 박근혜정부 4년 동안 공공기관 부채 증가액은 놀랍게도 제로다. 부채 감축을 위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마련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채가 많은 15개 공기업을 부채 감축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해 사업비 축소, 인력 감축 등의 노력을 한 결과다.
박근혜정부의 뒤를 이은 문재인정부는 이명박정부의 판박이였다. 지난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을 지키기 위해 공공기관 인력을 비대화했다. 공공기관 인건비 증가는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탈원전 등 국정과제 수행 비용도 공공기관에 짐을 지웠다. 당연히 공공기관 부채는 급격히 늘어났고, 지난해 말 기준 583조원으로 불어났다. 이명박정부의 200조원만큼은 아니지만 100조원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빚의 질도 나빠졌다. 전체 부채 중 꼬박꼬박 이자를 내야 하는 금융성 부채 비중은 50%를 훌쩍 뛰어넘었다. 향후 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하는 공공기관은 늘어날 것이다. 이미 36개 공기업 중 절반인 18개사가 당기 순손실(2020년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공공기관 수는 350개지만 공공기관 부채 70% 이상은 한국전력 등 36개 공기업에 몰려 있다. 공기업은 공공기관에 포함되지만 경제적 이익을 제고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기업과 공공기관 중간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이명박·문재인정부는 공기업에서 ‘기업’을 지웠다. 결론은 수익 감소와 부채 증가로 인한 부실 공기업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가 한전이다. 한전은 국민에게 전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내야 할 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최소 수익 실현을 위해 고안된 원료비연동제를 무용지물화했고, 전기요금을 물가정책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한전의 올 1분기 영업손실은 8조원에 육박했다. 분기 사상 역대 최대다. 제품(전기)을 만들 원료(기름)값은 오르는데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윽박지른 것은 정부다. 사기업이면 그만큼의 손실은 대주주가 책임지면 될 일이지만 공기업의 부실은 오롯이 국민 몫이다. 지금 전기요금이 싸다고 좋아하지만 그 부담은 다음 세대가 감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공공기관은 개혁 대상이었다.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이명박정부), 합리화방안(박근혜정부), 혁신방안(문재인정부) 등 이름만 달랐지 모든 정부가 개혁을 부르짖었다. 그러나 그 끝은 경비 절감이었다. 공공기관장 연봉을 1억원 깎으면서 해당 기관의 부실이 100억원 늘어나는 것을 모른 척했다. 겉으론 자율책임을 강조했지만 뒤로는 말 잘 듣는 기관장을 앉혔다. 공공기관 부채는 이름만 다른 국가 부채다. 손실이 나면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실제 한전이 2008년 처음 적자를 기록한 뒤 정부는 6680억원의 공적자금으로 이를 메웠다.
윤석열정부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전 정부처럼 편한 길을 택하든지, 아니면 욕을 먹더라도 공기업 정의대로 공공 이익과 수익 추구의 중간지점을 추구하든지. 당장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기요금 정상화를 말하면 표가 떨어질 수 있겠지만 아들딸들을 위해서는 그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공공기관의 대대적 혁신을 예고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성규 경제부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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