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사람 책,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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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들과 대화할 일이 종종 생기는데 내가 다른 교단 목사라서 그런지 대나무 숲처럼 생각하고 평소 생각을 폭풍같이 쏟아내는 일이 잦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사람 책인 스승 대신 각종 지식에 탁월하신 구글 선생님을 모시는 편이 훨씬 현명한 일이다.
교회의 미래인 오늘 우리의 신학대학에 과연 삶의 모델, 살아있는 책과 같은 스승이 있는가.
나는 어떤 목사, 어떤 선생, 어떤 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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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들과 대화할 일이 종종 생기는데 내가 다른 교단 목사라서 그런지 대나무 숲처럼 생각하고 평소 생각을 폭풍같이 쏟아내는 일이 잦다. 교단 색깔을 막론하고 주제는 늘 두 가지다. 교회와 학교. 긍정적인 말보다 부정적인 내용이 압도적이다.
그중에서도 교회든 학교든 ‘존경할 만한 스승 만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 같다는 하소연이 많다. 신학생들이 바라는 건 살아있는 사람을 통해 배우는 생생한 감동과 지혜이지, 액자에 갇혀 옴짝달싹도 못 하는 박사학위 자랑이나 책 속에 죽은 지식 모음이 아니란다.
맞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고 최소한 신학대학에서 ‘교수’ ‘선생’이라 불리는 사람은 지식 전달자나 보따리 장사치가 아니라 학생이 삶을 따르고픈 사람이어야 한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 그것도 목회자를 만드는 신학대에선 이런 스승이 많아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은 그 자신이 책이다. 스승은 말과 행동, 지혜를 담은 살아있는 책이고 학생은 그 책을 읽고 배우고 모방하며 선생 닮은 책이 되어간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사람 책인 스승 대신 각종 지식에 탁월하신 구글 선생님을 모시는 편이 훨씬 현명한 일이다.
좋은 선생 밑에서 좋은 학생이 배출되고 좋은 학생이 좋은 목회자가 된다. 그리고 그 목회자가 교회의 선생, 교회의 지도자가 된다. 교회를 개혁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목회자가 변하는 일일 텐데, 가장 확실한 길은 교육 현장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교회 개혁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학생이 이런 말을 해준다. “개혁을 제아무리 외치고 이런저런 개혁 프로그램을 도입해도 그게 잘 안 되는 이유는 사람 대신 프로그램만 갈아 치우기 때문입니다.” 옳다. 우리는 십수 년 전부터 ‘교회 개혁’ ‘학교 개혁’을 외쳤다. 그런데 늘 ‘사람 개혁’은 안 하고 ‘개혁 프로그램 개혁’만 열심히 해 왔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개혁’이란 말을 핏대 세워 말할 텐데 여기서 짚어야 할 물음이 생긴다.
분명히 개혁을 외친 사람과 학교와 교단 개혁 프로그램은 시간에 비례해 그 총량이 증가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교회와 신학교 개혁은 그에 비례해 증가했을까. 제자리일까. 아니면 후퇴했을까. 신학대학교에선 학생들에게 정의와 평화로 가득 찬 하나님의 나라를 가르친다. 그렇다면 교회와 사회는 그것을 배운 졸업생(목사)의 수만큼 정의와 평화가 증가했을까.
아니면 하나도 안 바뀌고 여전히 인맥과 파벌, 연구윤리 위반과 편법, 권력 투쟁의 장일까. 대학은 교육의 전당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신학대학교는 대학 자체의 운영(교수와 직원 생계)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학생과 교회와 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곳인가.
가정과 교회, 사회(국가)를 한 몸으로 강조하면서 ‘교육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던 개혁자 루터의 말이 오늘따라 크게 공명된다. 교회의 미래인 오늘 우리의 신학대학에 과연 삶의 모델, 살아있는 책과 같은 스승이 있는가. 오늘 우리 교회엔 삶의 모델이 될 목사가 있는가. 나는 어떤 목사, 어떤 선생, 어떤 책일까.
선생이나 목사가 되기 전에 그리스도인이 되고, 그리스도인이 되기 전에 사람부터 되라던 내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가르치는 자가 되는 건 쉽지만 사람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스승의 날 선생님 얼굴이 더욱 또렷해진다. 푸른 오월이 가기 전에 멀리 계신 선생님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따스히 담아 보내야겠다. 오늘 다시 다짐한다.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 닮은 선생이 되겠습니다.’
최주훈 목사(중앙루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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