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고나리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재택근무가 종료되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일상이 시작됐다. 더불어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선 벌써 ‘직장갑질’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른바 ‘고나리자’들의 횡포 때문이다. ‘고나리자’란 컴퓨터 자판에서 ‘관리자’를 칠 때 생기는 오타에서 비롯된 신조어다. 자기 고집만 피우며 다른 사람의 언행에 간섭하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주로 ‘꼰대’ 직장 상사를 일컫는다.
재택근무 기간에도 ‘고나리자’들의 지적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무실에서 대면하며 느끼는 위압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회식이 늘면서 고통받는 직장인들의 사례를 공개했다. 회식 불참을 이유로 “그럴 거면 그만두라” 퇴사 협박을 하거나, 연봉을 동결시키거나, 회식비를 월급에서 제외하고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도대체 회식이 뭐라고 밥벌이의 서러움에 쓰린 생채기를 내는 걸까.
솔직히 ‘라떼’ 시절에는 회식도 업무 일정 중 하나로 인식됐다. 술만 취하면 “건배” “2차” “노래방”을 외치는 상사는 꼴 보기 싫었지만, 팀워크 향상 차원에서 또는 고단한 직장생활의 애환을 동료들과 함께 푸는 술자리로 여겼다. 때로는 비싼 한우와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는 이유로 회식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직장인들에게 회식 운운하면 “고나리자들에게 시달리느니 너나 먹어라, 쇠고기” 소리나 들을 터. 꼰대들이 과거보다 더 악랄해진 걸까, 젊은층의 사회성이 부족해진 걸까. 회식 문화를 두고 엉킨 실타래는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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