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소통령

장주영 2022. 5. 1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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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사회에디터

대통령이 아님에도 그에 버금가는 권력을 갖고 있거나 행사하는 인물을 비유적으로 소통령이라고 일컫는다. ‘대한민국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은 1000만 시민의 행정을 총괄하며 국방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 정책을 직접 챙긴다.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는 교육감은 교육청 소속 기관장과 교원 인사권뿐 아니라 수조원의 예산 편성·집행까지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정권의 실세를 비판하기 위해서도 소통령이란 말을 쓴다. 실제로 17일 취임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일컬어 야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소통령’이라고 평가한다.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임명될 만큼,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 복심으로 꼽힌다. 그는 특수통 검사로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수사를 통해 승승장구하다가 조국 전 장관 수사 이후 연달아 좌천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법무부 수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한 장관의 취임사에는 흔들림 없는 법치주의 원칙이 담겼다. 그는 “검찰의 일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며,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이라고 강조했다. 특유의 직설적 화법이 취임사에 고스란히 담겨 약간은 낯설지만, 이 법치주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그는 추미애 전 장관이 없앤 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다시 출범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합수단 폐지로 대형 증권범죄가 확산했다는 법조계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특수통 검사로서 탁월한 수사능력을 보였던 한 장관이지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선 ‘윤석열 사단’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중용되는 편향 인사가 나타날 것이라는 걱정이 있다. 법무부가 민정수석실이 맡았던 공직자 인사 검증까지 넘겨받으면서 한 장관이 더욱 막강한 권한을 손에 쥐게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의 임명을 두고 야당에선 ‘인사 막장 드라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단이나 뚝심, 추진력이나 결단력 같은 덕목은 ‘검사 한동훈’을 빛나게 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그런 꼿꼿함만 필요한 자리가 아니다. 설득하고 토론하고, 때론 양보하거나 굽힐 줄 아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소통령이 아니라 내각의 일원으로 소통(疏通)하는 장관이 되길 기대한다. ‘장관 한동훈’의 성공도 거기에 달렸다.

장주영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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