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봐, 올해 MLB는 LA와 NY 싸움이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에 유례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을 연고로 하는 양키스와 메츠, 로스앤젤레스(LA)를 기반으로 하는 다저스와 에인절스가 나란히 지구 1위를 다투고 있다. 4개 구단 모두 올 시즌 100승을 향해 달려가는 페이스다.
지난 11일에는 이들 4개 팀이 나란히 지구 1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념비적인 장면도 나왔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8일 이런 상황을 조명하면서 “뉴욕팀들과 LA팀들이 모두 지구 1위에 오른 것은 MLB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18일 현재 양키스가 27승 9패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1위, 메츠가 24승 14패로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1위, 다저스가 24승 12패로 NL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에인절스(24승 15패)도 AL 서부지구에서 1위 휴스턴 애스트로스(24승 13패)를 바짝 뒤쫓고 있다. 미국 동부(뉴욕)와 서부(LA)를 대표하는 두 대도시가 ‘최고의 야구 도시’를 놓고 번외 경쟁을 시작한 모양새다.
ESPN에서 서부 지역 MLB 구단을 담당하는 앨던 곤살레스 기자는 “30개 구장을 다 다녀본 사람으로서 LA 지역 야구 인기가 독보적”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다저스 팬은 ‘지각생’으로 유명하다. 1회만 해도 관중석이 거의 비어 있는데 경기 중반이 되면 어느새 꽉 차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곤살레스 기자는 “다저스가 홈 경기를 하는 날엔 인근 교통체증이 심해져서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특히 10월에 중요한 경기라도 하면, LA시내의 건물이 흔들리는 걸 느낄 정도”라고 했다. 다저스보다 인기가 덜한 편인 에인절스도 꾸준히 야구장을 찾는 ‘코어 팬’이 많다.
뉴욕도 야구 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도시다. 일단 ‘전 세계 최고 인기 야구단’으로 통하는 양키스가 버티고 있다. ESPN 동부 지역 담당 이준 기자는 “뉴욕은 LA와 달리 두 야구장이 지하철로 연결돼 있어서 지각할 이유가 없다”며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는 가장 즐겁게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다. 메츠가 야구를 잘할 때는 특히 그렇다”고 강조했다.
스타 파워는 LA 쪽이 조금 앞선다. MLB 최고 인기 선수이자 2010년대 최고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가 에인절스에서 뛰고 있다. 투타 겸업의 신기원을 연 오타니 쇼헤이도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있다. 다저스의 무키 베츠는 지난해 MLB에서 유니폼이 가장 많이 팔린 선수로 뽑혔다. 클레이튼 커쇼와 코디 벨린저(이상 다저스)도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 5, 6위에 올랐다. 반면 뉴욕 연고팀 선수 중에는 7위 애런 저지(양키스)가 최고 순위다.
대신 뉴욕은 팀 공헌도 높은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2018년 이후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WAR·팬그래프닷컴 기준)가 가장 높은 투수 베스트 3는 제이컵 디그롬, 맥스 슈어저(이상 메츠), 게릿 콜(양키스)이다. 타자 중에서도 프란시스코 린도어(메츠)가 4위, 저지가 11위에 올라 있다. 유니폼 판매량은 LA 지역 선수들에 못 미치지만, ‘내실’에선 앞선다는 평가다.
올 시즌 성적도 뉴욕이 한 수 위다. 양키스는 AL 동부지구 2위 탬파베이 레이스에 5.5경기 차로 앞서 있다. MLB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7할대 승률을 올리고 있다. 메츠 역시 에이스 디그롬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데도 NL 동부지구 5개 팀 중 유일하게 승률 5할을 넘겼다. 공동 2위인 마이애미 말린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는 6경기 차다.
LA의 다저스와 에인절스는 아직 지구 1위를 확신하기 어렵다. 다저스는 최근 4연승을 하고도 NL 서부지구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1경기 차로 쫓기고 있다. 곤살레스 기자는 “그럼에도 다저스가 올해 유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NL 최고의 팀이 다저스라는 자신감이다. 에인절스는 휴스턴과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1위 다툼 중이다. 트라우트와 오타니가 건재하지만, 다른 세 팀에 비해 선발 투수진이 약하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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