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마스크 벗었지만..평양 6차선 도로는 텅 비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마스크’ 회의 장면을 공개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호전 중이라고 주장하지만 수도 평양에 대한 강력한 봉쇄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한 평양 시내 사진을 보면 대낮 넓은 6차선 도로에 다니는 차들이 거의 없다. 가로수에도 금지선이 쳐졌고 인도의 인기척은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뿐이다. 강원도 원산의 백화점 앞에도 인적을 찾아볼 수 없다.
3월 말부터 50일 넘게 봉쇄 중인 중국 상하이나 전면 재택근무 및 공공시설 폐쇄를 시행하는 베이징처럼, 사람 간 접촉을 아예 막는 고강도 방역 정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국가방역체계가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된데 따라 평양시의 거리와 단위들에서 지역별 봉쇄와 단위별 격폐조치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의심 발열 환자 규모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북측 집계 자체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아 실제 호전 추세인지는 단정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전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관한 회의에서 “오늘과 같은 호전 추이가 지속되고 방역형세가 변하는 데 따라 국가방역 정책을 부단히 기동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전반적 방역 전선에서 계속 승세를 틀어쥐고 나갈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처음 인정하며 봉쇄·격폐 등의 강력한 방역을 시행해온 북한이 닷새 만에 열린 회의에서 “호전 추이”를 언급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상무위 회의에 마스크를 벗은 채 한층 여유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닷새 전 확진자 발생을 처음 공표할 때만 해도 굳은 얼굴에 마스크를 쓴 모습을 최초로 공개했다가 다시금 ‘노마스크’를 보여준 것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지난 15일 평양 약국을 시찰하면서는 얇은 덴탈마스크를 두 겹 쓰기도 했는데, 이제 코로나 통제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하려 맨얼굴로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집계한 신규 유열자(발열자) 수는 지난 15일 39만2920여명→16일 26만9510여명→17일 23만2880여명 등으로 사흘째 감소했다.
북한은 현재 지속 가능하지 않은 극단적 방역 조치로 아슬아슬하게 상황을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유증상자를 솎아내는 작업도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정확한 코로나 검사 시약이나 장비가 없어 의사와 의대 학생들이 매 세대를 돌며 주민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고열, 기침, 가래, 콧물, 인후통, 근육통 등 이상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전부”라며 “집중 검병검진에서 열이 있거나 기침을 하는 등 약간이라도 이상 증상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인정돼 격리되었다”고 전했다.
北, 자력갱생 고수?…“코로나 지원요청 안해”
인도적 지원 사업이나 의료 지원을 벌인 경험이 있는 단체들은 북한으로부터 최근까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도움을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국내 대북 인도지원 민간단체들의 협의 기구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측은 블룸버그 통신에 “아직 북한으로부터 백신이나 약물을 지원해 달라거나 여타의 지원 요청이 오지 않았다”고 밝혔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측도 역시 “북한이 직·간접적 경로로 지원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운영하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측은 북한이 백신을 요청할 경우 항상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만 지금까지 공식적인 요청은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부의 도움을 무작정 받아들일 경우,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북한의 고민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통신은 진단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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