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경제 활짝..'K스페이스' 현주소는

배준희, 반진욱 2022. 5. 1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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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우주 산업 규모, 세계 1%도 못 미쳐
정부 주도 벗어나 '스타 기업' 육성 절실

우주 산업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시장 경쟁은 과거와는 또 다른 국면으로 넘어갔다. 정부가 주도하던 폐쇄적인 생태계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스타트업을 비롯한 민간 기업의 활발한 참여로 우주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국내 우주 산업 역시 서둘러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공 위성 사업은 한국 우주 산업 중 가장 앞서 있는 분야다. 사진은 아리랑 3A 위성 개발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美, 민간으로 주도권 넘어가

▷韓, 중앙집중적 ‘올드스페이스’

세계적으로 우주 산업 주도권은 국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넘어갔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이런 흐름은 우주 산업의 선두 주자인 미국에서 뚜렷하다. 냉전시대 종식 이후 미국 정부는 NASA 예산 배정을 대폭 줄이고 권한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넘겼다. 미국 연방정부 예산 가운데 NASA 예산이 갖는 비중은 0.5% 수준으로 급감했다. 매튜 바인지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우주, 마지막 개척자(Space, the Final Frontier)’라는 논문에서 “기존의 중앙집중적인 우주 산업의 탈중앙화(decentralized) 흐름을 일반적으로 ‘뉴스페이스’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이런 구도에 비춰봤을 때 국내 우주 산업은 여전히 중앙집중적인 ‘올드스페이스’에서 답보 상태다. 우주 산업은 크게 발사체·위성 등 우주 기기의 제작·운용, 우주 관련 정보를 활용한 제품·서비스의 개발·공급과 관련된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우주 산업 규모는 3조2610억원으로 세계 우주 산업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는 우주 기기 제작 5161억원(15.8%), 우주 서비스 2조7449억원(84.2%) 등의 순으로 산업 생태계도 고른 분포를 보여주지 못한다. 우주 산업에 속한 359개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은 고작 13개(3.8%)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321개(89.4%)로 압도적 비중을 가질 만큼 ‘규모의 경제’도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 우주 산업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주 산업 발전 단계를 크게 태동기, 정착기, 성숙기 등 3단계로 구분했다. 태동기는 정부 주도로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산업 기반이 조성되는 단계다. 정착기는 민간 기업 참여가 시작되는 단계며, 성숙기는 기업 주도 우주 기술 개발로 산업 생태계가 한층 다양해지는 단계를 일컫는다. 과기정통부는 이 가운데 국내 우주 산업이 태동기를 거쳐 정착기 단계를 밟는 것으로 판단했다.

올드스페이스에서 뉴스페이스로 빠른 전환을 위해서는 흩어져 있는 우주 산업 관련 유관부서를 통합해 컨트롤타워에 힘을 싣고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최근 ‘국제정세 변동과 항공우주산업의 미래’ 학술회의에서 “과기정통부·항공우주연구원이 주도하는 R&D 프레임의 우주 산업화는 오래전부터 한계에 직면했다”며 “부실한 올드스페이스 산업화는 우주 산업체의 기반 기술, 혁신 역량 부재로 이어져 뉴스페이스 생태계 조성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주도 프레임 아래, 기업은 일부 부품 제작 등에만 참여하는 구조라 기술 혁신이나 역량 축적이 어렵고 하청업체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뉴스페이스 시대에 우주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국가 우주 개발 사업 체계를 연구개발에서 발주 구매(조달) 형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민관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조언이다.

▶뉴스페이스, 부가가치 무궁무진

▷스페이스X 등 스타트업 주도 혁신 활발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에서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뉴스페이스 산업이 전성기를 맞은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주도로 혁신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나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대표적이다.

일론 머스크는 2002년 국제우주정거장 보급과 상업용 인공 위성 발사를 목적으로 스페이스X라는 스타트업을 차렸다.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함으로써 발사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로 떨어뜨린 것이 혁신의 도화선이 됐다.

다양한 성과도 냈다. 스페이스X는 2006년 NASA와 국제우주정거장의 화물 운송계약을 맺어 28억달러(약 3조3100억원) 지원금을 받았고 2012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우주선을 발사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시켰다. 2015년에는 위성 네트워크망 사업 진출을 선언한 데 이어 ‘팰컨 9(Falcon 9)’이라는 로켓을 발사하고 그 로켓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데 성공해 주목받았다. 2019년 11월에는 팰컨 9을 통해 스타링크 위성 60대 발사에도 성공해 글로벌 통신업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블루오리진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설립자가 2000년 차린 스타트업이다. 블루오리진이 2015년 개발한 ‘뉴 셰퍼드(New Shepard)’는 우주 관광용으로 개발된 재사용 발사체다. 블루오리진은 스페이스X처럼 1단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는 ‘뉴 글렌(New Glenn)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원웹의 우주 인터넷이나 버진갤럭틱의 우주 여행 비즈니스도 뉴스페이스의 좋은 본보기다. 원웹은 저궤도 위성을 통한 광대역 우주 인터넷을 추진 중이다. 저궤도 위성을 군집 형태로 활용하면 전 세계 어디서나 끊기지 않는 인터넷망을 구축할 수 있다. 광랜이 필요 없어 비행 중인 항공기에도 인터넷 제공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300여기의 통신 위성을 발사했다. 준궤도 무중력 체험 관광 사업을 추진 중인 버진갤럭틱은 모선에서 로켓 발사를 통해 86㎞ 상공 도달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이외 우주 산업을 발판 삼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사례가 적지 않다.

가령, 2016년부터 국제우주정거장인 ISS에서 상업 실험이 허용된 이후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굴지의 제약 업체가 우주 의학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해외 민간 업체들은 ISS에 탑승해 인공 장기 관련 실험에 갖은 노력을 쏟고 있다. 최근 테크샷이라는 기업은 심장 근육을 3D 프린팅하는 데 성공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장기 조직이 겹겹이 잘 쌓이는 특성 덕분이다. NASA는 달과 화성 정착 시대를 대비해 영양과 맛, 마블링, 식감이 쇠고기·돼지고기와 똑같은 대체 육류를 3D로 프린팅하는 연구를 지원 중이다. 덕분에 식용 곤충 산업은 향후 7년 내 10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 산업 활약 중인 국내 기업

▷한화그룹 눈길…컨텍 등 스타트업 두각

국내 우주 산업에서도 민간 기업의 활약이 조금씩 부각되는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한화그룹이다. 그룹 차원에서 ‘우주 경영’을 선포하고 적극 뛰어든 덕분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우주 사업 총괄 조직인 ‘스페이스허브’를 직접 진두지휘한다. 스페이스허브는 최근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해 ISL(위성 간 통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ISL은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통신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로 위성 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이 핵심이다. ISL 기술을 통해 여러 대의 위성이 레이저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김 사장의 지휘 아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쎄트렉아이,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등 각 계열사가 전력을 기울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의 항공 엔진·기계·발사체 등 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제작에 전반적으로 참여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누리호의 심장격인 75t 액체 로켓 엔진 생산을 담당했다. 누리호 엔진은 한국 기술로 독자 개발, 비행 시험을 통해 성능 검증까지 마친 최초의 국내 우주 발사체 엔진이다.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 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고온, 고압, 극저온 등 극한의 조건을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6월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 3차 발사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는다. 3차 발사에 사용된 75t급 엔진을 출하했다. 한화그룹 방산 업체인 ㈜한화도 누리호 가속, 역추진 모터와 임무 제어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한화시스템과 쎄트렉아이는 위성 활용 분야에서 성과를 낸다. 한화시스템은 2020년 6월 영국 위성 통신 안테나 전문 기업 ‘페이저솔루션’을 인수해 한화페이저를 설립했다. 같은 해 말에는 미국 전자식 위성 안테나 기업 ‘카이메타’에 3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위성 안테나 사업을 꾸준히 키워왔다. 전자식 위성 안테나는 기지국, 광랜 등 지상 인터넷망이 닿지 않는 바다와 하늘에서 위성통신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다.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진이 설립한 쎄트렉아이는 국내 유일의 인공 위성 시스템 개발 기업이다. 지난해 한화그룹에 인수됐다. 올해 들어서는 한화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힘쓴다. 한화시스템과 함께 올해 3월 한국 첫 소행성 탐사인 ‘아포피스 탐사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그룹이 치고 나간 뒤로 방산 회사인 KAI와 LIG넥스원이 바짝 뒤쫓는다.

항공 우주 산업 전문 기업 KAI는 위성·발사체·지상 장비 제작 업체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회사다.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 누리호 체계 총 조립을 맡는 등 국내 우주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떠올랐다.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부품 조립을 도맡았다. 1단 추진체와 연료 탱크 그리고 산화제 탱크도 제작했다.

LIG넥스원은 최근 경기도 용인에 위성체계연구소를 세우고 첨단 위성 개발에 속도를 낸다.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6호 내부의 제어장치를 국산화하며 주목받았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해외 기술인 GPS의 오차를 줄이고, 한국 실정에 맞는 위성항법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틈새 우주 시장 공략에 나선 우주 스타트업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컨텍, 이노스페이스, 우나스텔라 등이 대표적이다.

컨텍은 자체 우주 지상국을 운영, 데이터 수신과 위성 영상 전처리 활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스페이스X와 협업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6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가 1900억원에 달한다.

이노스페이스는 소형 위성 발사체 전문 제작 업체다. 올해 12월 첫 실전 발사에 나설 예정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민간 기업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발사에 성공한 사례로 기록된다. 우나스텔라는 국내 최초 민간 유인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이다. 고도 100㎞까지 유인 우주 비행을 할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 우주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5월 중소벤처기업부와 민간 투자사가 유망한 스타트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화제를 모았다.

[배준희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9호 (2022.05.18~2022.05.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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