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제, 사업으로 해결" 돈 몰리는 K소셜벤처

노승욱, 반진욱 2022. 5. 18. 20: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스타트업 업계 지도](13)
소셜벤처

2031개.

중소벤처기업부의 2021년 소셜벤처 실태조사 결과 집계된 국내 소셜벤처 수다(지난해 8월 기준). 2019년 998개사, 2020년 1509개사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셜벤처 창업을 지원하는 서울소셜벤처허브도 지난해 12개 기업이 입주해 전년 대비 75% 늘어난 매출 131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ESG 경영과 사회 문제 해결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임팩트 투자’ 열풍에 따른 결과다.

과거에는 소셜벤처 하면 ‘비영리 사회적 기업’ 이미지를 떠올릴 만큼 공공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달라졌다. 기술 기반 업종이 80%에 육박하고 약 700억원의 사회적 재투자를 단행하는 등 혁신 성장성과 공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돈 버는 착한 기업’이 늘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2020년 소셜벤처의 평균 매출액은 약 29억원으로, 전년(24억원) 대비 18.5% 증가했다.

주요 소셜벤처 기업은 어떤 곳들이 있을까.

▶에너지 절약·친환경

▷넷스파, 폐어망 수거해 나일론 원료로

‘씨드앤(SeedN)’은 건물 유형별 환경 데이터를 활용해 건물 에너지 절감 솔루션 ‘리프(Leaf)’를 제공한다. 실내에 설치해 냉난방기와 연동시키면 AI 센서가 자동으로 실내 환경 상태를 감지, 최적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냉난방 에너지를 기존 대비 10~30%가량 절감해 그만큼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 카카오벤처스로부터 5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루트에너지’는 재생에너지 커뮤니티 펀딩 플랫폼(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다. 태양광, ESS, 풍력 등의 ‘발전사업자’와 설치할 수 있는 적합한 공간을 가진 ‘호스트’를 다수 ‘개인 투자자’와 온라인으로 연결한다. 가령 지난 3월에는 경기도 가평군 자전거도로 약 3.5㎞ 구간에 총 3.5㎿ 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사업비 10억원 모집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97만㎾h의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1년간 에어컨 1643대를 사용할 수 있는 양이며 연간 59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렇게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해 얻은 수익금으로 투자자에게 7개월간 연 수익률 11%의 이자를 지급한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RE100’을 달성, 친환경 스타트업으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임팩토리얼’은 친환경 온라인 편집숍 ‘모레상점’을 운영한다. 모레상점은 샴푸바, 고체 세제 등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한 친환경 제품을 엄선해 판매한다. 매출의 1%는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한다. 자원순환 노력을 인정받아 환경부가 주관한 ‘2020 자원순환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인기상을 수상했다.

2020년 10월 설립된 ‘넷스파’는 폐어망을 수거해 세척한 뒤 나일론 원료를 생산하는 ‘업사이클링(친환경 재활용)’ 기업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폐어망 발생량은 연간 4만3000t 수준으로 추정된다. 넷스파는 수거한 폐어망에서 나일론 원료를 선별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연간 4000t 수준의 나일론 원료를 생산하는 능력도 갖췄다. 넷스파는 수년 내 공장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2만t까지 늘려 폐어망의 절반 이상을 재활용한다는 포부다. 지난해 11월 벤처캐피털 TBT 등에서 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폐어망 처리 문제가 심각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진출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 격차 줄이는 ‘소셜 에듀’

▷언어발전소, 원격 성인 언어치료

사교육은 ‘망국병’이라 불릴 만큼 사회적 비용이 큰 문제다. 저출산 탓에 학령인구는 매년 가파르게 줄고 있지만 사교육비는 오히려 치솟고 있다. 사교육 문제를 해소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소셜벤처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에누마’는 지난 2020년 KB국민은행과 함께 국내 다문화·저소득 가정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앱 ‘글방’을 선보였다. 한글 교육이 필수적인 다문화 가정이나 보호자가 생계 활동으로 자녀 교육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출할 여력이 없는 취약계층 자녀에게 양질의 학습 환경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중기부는 에누마가 지난 한 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10억7200만원으로 측정했다. 맞춤형 교육지도사 투입 비용(148만6850원)에서 학습 솔루션 공급 비용(14만6800원)을 차감한 금액과 해당 솔루션을 이용한 취약계층 아동 800명분을 곱해서 산출했다.

에누마가 취약 아동의 언어 교육을 지원한다면 ‘언어발전소’는 1대1 원격 언어 재활 플랫폼을 운영하며 성인의 언어치료를 돕는다. 19세 이상 성인 뇌졸중 환자 70만명 중 60%가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데도, 언어치료 대부분이 아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아동에 비해 수요가 적기에 성인 대상 언어 재활사는 많지 않고, 그나마 이들이 상주하는 병원도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언어발전소는 전국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대1 화상 언어치료 방식을 선택했다. 법인 설립 후 1년 반 동안 치료에 나선 결과, 원격 치료 효과가 대면 치료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더라고. 언어 재활 치료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아 2020년 9월 중기부와 교육부가 주관한 초기 창업 패키지 사업 ‘비대면 유망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1월 소풍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퓨쳐스콜레는 ‘교육 격차’ 해소에 집중하는 기업이다. 누구나 편하게 ‘고품질’의 강의를 듣게 하는 게 목표다. 퓨쳐스콜레가 운영하는 플랫폼 ‘라이브클래스’는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격’ 강의를 누구나 들을 수 있다. 반대 경우도 가능하다. 자신의 ‘지식’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강의를 개설할 수 있다. 인터넷 강의 같은 ‘일방향 소통’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강사와 수강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라이브 강의’가 주력이다. 현재 라이브클래스에서 활동하는 강사 수만 4000명이 넘는다. 사업성을 인정받아 최근 20억원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시선추적 기술 개발 기업 ‘비주얼캠프’는 아동들의 시력 보호를 위한 앱 ‘키미’를 출시했다. 부모가 자녀와 모바일 기기 간 적정 거리를 설정하면 자녀가 휴대폰을 가까이 볼 때 캐릭터 ‘키미’가 등장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외에도 바른 자세 알림과 시청 시간 분석 기능도 있어 아이들의 바른 휴대폰 사용을 돕는다.

‘두브레인’은 3~7세 발달 지연 아동과 양육자를 위한 성장 플랫폼 ‘위빌리(WE:Ville)’ 서비스를 제공한다.

발달 지연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이 고민을 나누고, 코치로 참여하는 아동 발달 전문가들을 통해 솔루션을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다. 핵심 기능인 ‘입주민 센터’에서는 아이의 발달에 고민이 있는 부모들이 자녀와 유사 증상을 가진 다른 아동들의 치료 계획과 성과를 통해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전문가 그룹 코칭, 집콕 인지 놀이, 언어치료 등의 서비스도 비대면으로 제공한다.

‘세이글로벌(Say Global)’은 은퇴한 노인들을 한국어 강사로 양성, 전 세계 수강생에게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는 글로벌 에듀테크 스타트업이다. 한국어 공부를 원하는 외국인 수요를 충족하면서 시니어 맞춤형 일자리도 제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평가다. 미국 아이비리그대 출신 3명이 모여 2017년 설립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메타버스 기업 ‘마블러스(MARVRUS)’에 인수됐다.

▶문화·주거·금융 양극화 해소

▷맹그로브, 공유 주거로 기업가치 1천억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스타트업도 적잖다. 소득별로 나눠진 ‘문화 격차’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코리빙 하우스’로 주거 양극화 문제 해결에 나서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MGRV는 공유 주거 브랜드 ‘맹그로브’를 운영한다. 맹그로브는 비싼 집값 때문에 방을 구하지 못하는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서비스다. 서울 중심부 일대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유 주거 시설’을 제공한다. 맹그로브의 공유 주거 서비스는 한 집을 여럿이 나눠 쓰는 ‘셰어 하우스’와는 별도의 개념이다. 한 집을 여럿이 나눠 쓰는 셰어 하우스와 달리 맹그로브의 공유 주거는 개인 공간을 철저히 보장한다. 건물을 지을 때부터 공유 주거 형태에 맞춰 짓는다. 카페, 공용 업무실, 미니 체육관 등 거주자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공용 공간도 곳곳에 배치한다.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덕에 사모펀드들로부터 투자 수요가 많다. 기업가치는 약 1000억원에 달한다.

‘크레파스플러스’는 MZ세대를 위한 금융 플랫폼 ‘UP당’ 앱을 운영한다. 취업난 등으로 신용이 쌓이지 않아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MZ세대들이 신용카드 없이 분할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안신용평가를 적용해 최대 80만원 한도로 사용 가능하다. 이외에 MZ세대를 위한 각종 장학금, 정부지원사업 정보도 제공한다.

▶보육·저출산 문제 해결 나선 기업

▷보육 ‘자란다’ 임산부 건강 ‘더패밀리랩’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 해결을 목표로 창업한 스타트업도 눈에 띈다. 맞벌이 직장인의 육아 부담 문제를 덜어주거나 임산부를 위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내놓으며 당면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자란다’는 4~13세 유아동을 위한 교육·돌봄 매칭 플랫폼이다. 가정 교육 상황과 아이 성향에 맞춰 학습 위주의 ‘배움’ 또는 놀이 위주의 ‘돌봄’, 교육과 돌봄 시간을 동시에 하는 ‘돌봄배움’을 진행한다. ‘워킹맘’이었던 장서정 대표가 본인이 느낀 육아 고충을 해결하고자 창업했다. 현재 18만6000명의 선생님이 등록돼 있다. 사회성과 산업성을 인정받아 올해 4월 31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448억원이다.

‘째깍악어’는 2016년 김희정 대표가 창업한 보육 스타트업이다. 여성 직장인 증가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 육아 부담으로 인해 경력을 단절하는 여성 직장인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째깍악어 앱을 통해 놀이부터 유아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용자 빅데이터를 분석, 부모와 아이에게 가장 알맞은 돌봄 서비스를 제안하기도 한다. 지난해 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150억원에 달한다,

‘더패밀리랩’은 산후 여성을 위한 운동 앱 ‘헤이마마’를 운영한다. 많은 ‘홈트레이닝’ 프로그램 중 출산 직후 여성을 위한 전문 서비스가 없다는 점에 문제를 자각한 하이수 대표가 2017년 창업했다. 헤이마마 앱은 임신과 출산을 겪은 여성들이 빠르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운동 계획을 만들어준다. 앱에 들어가서 자신이 원하는 운동 계획을 구독하면, 매일 2~3개의 영상 콘텐츠가 앱으로 제공되는 시스템이다. 앱을 내놓은 지 3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1만명을 달성했다. 재구매율과 고객 만족도가 높아 성장세가 자체 예상치보다 더 가파르다고.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하나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인터뷰 | 신철헌 퓨쳐스콜레 대표

언제, 어디서든 ‘고품질 교육’받는 세상 만들고파

Q 퓨쳐스콜레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A 퓨쳐스콜레를 만들기 전, 교육 봉사를 자주 다니고는 했다. 교육 소외 지역에 하루 정도 내려가 3D프린터, 코딩 등의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교육이 끝나갈 무렵, 한 아이가 “다음에도 수업 또 듣고 싶어요. 또 와주시면 안 되나요?”라고 물었다. 사실 수업 내용이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 서울에 사는 어린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육이었다. 단지 사는 지역이 다르다고 해서 교육 격차가 벌어지는 현실을 목도했다. 마음이 심란하던 찰나, 당시 유행하던 재능 공유 플랫폼을 접했다. 실시간으로 강사와 수강생이 강의를 주고받는 시스템이라면 교육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비즈니스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익을 내면서도 사회에 공헌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퓨쳐스콜레’를 창업했다.

Q 라이브클래스의 원리가 궁금하다.

A 라이브클래스는 기본적인 ‘툴’을 제공한다. 라이브클래스 사이트에 접속해 매뉴얼이 알려주는 대로 영상을 올리면 된다. 성향에 따라 강의 종류를 다르게 할 수 있다. 수강생과 즉석 소통을 원하면 라이브 강의를, 깔끔하게 녹화된 강의를 제공하고 싶다면 녹화한 영상을 올리면 된다. 한마디로 ‘크리에이터’가 되는 셈이다.

Q ‘유튜브’ 같은 대형 플랫폼에 밀리는 것 아닌가.

A 유튜브는 사실 성공하기 힘든 구조다. 유튜브에서 200만원을 벌려면, 영상 조회 수가 200만뷰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200만뷰는 ‘대박’을 터뜨린 최상위 유튜버가 아니면 달성하기 힘든 수치다. 대부분의 유튜버는 수익이 부족하다. 반면 라이브클래스는 유료 플랫폼이다. 강의료가 10만원이라면. 20명만 모아도 200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수익화를 원하는 크리에이터에게는 라이브클래스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Q 향후 목표는.

A 당장 현재 목표는 라이브클래스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고품질의 강의를 듣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라이브클래스 플랫폼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

[노승욱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9호 (2022.05.18~2022.05.24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