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에 빠진 명품 브랜드..구찌·디올서 미식도 즐기고 명품도 사고

박수호 2022. 5. 1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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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예약은 마감됐으며 6월 예약은 5월 17일 12시에 오픈됩니다.’

서울 성수동에 최근 문을 연 디올 성수 콘셉트스토어. 앱을 깔고 치열한 예약 전쟁을 거쳐야 겨우 구경이 가능하다 해서 ‘디올 고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프랑스 몽테뉴가 30번지에 위치한 브랜드 본사 외관을 그대로 적용, 화려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 데다 정원과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내부 인테리어 등 구매할 거리,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전언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카페 디올(Cafe Dior). 한국 디자이너 작품과 3D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진 독특한 공간으로, 문을 열자마자 많은 이들이 경쟁적으로 머물고 싶어 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미디어아트는 시종일관 크리스찬 디올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랑빌 저택을 구현해 탄성을 자아낸다. 아메리카노 1만9000원, 딸기에이드 2만8000원으로 상당한 고가지만 일부러 카페부터 찾는다는 이들도 많다. 디올의 시그니처 문양인 ‘CD’가 수놓인 라테, 마카롱도 소셜미디어(SNS)에 속속 올라온다.

구찌 오스테리아(위)와 ‘카페 디올’이 인기인 디올 성수(아래). (구찌코리아 제공)
가격이 사악(?)하다는 후기가 꽤 있지만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명품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사치’ 정도로 생각하면 괜찮다는 이들이 더 많다. 실제 카페 디올에서 여성 패션 제품부터 스니커즈와 가방 등 다양한 제품 라인을 구경할 수 있다.

디올 청담동 매장인 ‘하우스 오브 디올’에 있는 카페는 브런치 식사까지 할 수 있다. 메종 디올 컵, 소서, 접시 등 다양한 디올 관련 리빙 제품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어 방문객 호응도 높다. 브런치 약속을 이곳으로 잡아 식사를 하다 자연스레 쇼핑으로 이어진다는 후문이다.

디올뿐 아니다.

최근 명품 브랜드가 국내 매장에 경쟁적으로 레스토랑과 카페 등을 열고 있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POC 대표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다양한 잠재 고객을 유치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데 아무래도 식음료(F&B)는 일반인 입장에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다. 일단 커피나 식사를 하기 위해 해당 공간에 오면 자연스레 다른 매장도 둘러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잠재 고객 발굴의 마중물 역할을 식음료 매장이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에 한시적으로 문을 연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 (루이비통코리아 제공)
▶루이 비통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 예약 전쟁

서울 청담동에는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건축물이 있다. 한국의 18세기 건축물인 수원화성과 흰 도포 자락을 너울거려 학의 모습을 형상화한 부산 동래학춤의 우아한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이다.

이 건물 4층은 요즘 그야말로 ‘핫플’이다. 더불어 예약 전쟁으로 북새통이다. 루이 비통 팝업 레스토랑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이 열리면서다. 6월 10일까지라는데 이미 예약은 꽉 찼다. 실시간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에서는 이미 4월 말부터 아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 소셜미디어에는 예약에 성공했다는 과시형 포스팅이 속속 올라온다. 그만큼 화제성은 높아진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2’에 나오는 ‘득템력 시대’를 실감케 한다. 득템력이란 돈이나 실력과 달리 해당 제품에 열광하고 새로운 트렌드 제품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확보하는 능력을 뜻하는 신조어다.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을 얻는다’는 의미를 차용했다. 마니아 사이에서 시작된 이런 풍경은 이제 명품 브랜드 레스토랑 예약 전쟁에서 이긴 이들 사이에 기록용, 플렉스(과도한 자랑)·과시용 콘텐츠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피에르 상 at 루이 비통’은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 피에르 상 보이에(Pierre Sang Boyer)가 팝업 레스토랑 총괄 셰프로 낙점돼 전체 메뉴를 짰다. 피에르 상 셰프는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영빈관 만찬에 참여한 바 있는 유명 요리사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루이 비통의 상징 로고가 박힌 여행 트렁크가 예술 조형물처럼 방문객을 반긴다. 대리석 테이블부터 구릿빛 벽, 천장을 장식한 이색적인 모노그램 플라워도 눈길을 끈다. 박서보 작가 작품이 함께 내걸려 있어 동서양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소품도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냅킨 홀더는 제품을 만들고 남은 가죽을 활용한 데다 루이 비통 마스코트 비비엔을 새겼다.

회사 관계자는 “지속 가능성을 향한 행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런치 코스 13만원, 디너 코스 23만원, 티 세트 8만원, 샴페인 세트 11만원이다.

▶구찌

▷구찌 오스테리아 이태원 명소 떠올라

예약 전쟁하면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Gucci)도 빼놓을 수 없다. 구찌는 올해 3월 세계적인 셰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가 협업해 탄생한 이탈리안 컨템포러리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Gucci Osteria Seoul)’을 열었다. 마시모 보투라 셰프는 미쉐린 3스타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Osteria Francescana)’ 오너 셰프다. 2016년, 2018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World's Best Restaurant)’에 선정된 바 있다. 서울에서 선보이는 메뉴는 구찌 오스테리아 피렌체 총괄 셰프 카림 로페즈(Karime Lopez, 미쉐린 1스타)가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총괄 셰프 전형규와 헤드 셰프 다비데 카델리니(Davide Cardellini)와 함께 개발했다.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피렌체, LA 베벌리힐스, 도쿄 긴자에 이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선보이는 공간이다. 구찌의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GUCCI GAOK)’ 최상층인 6층에 있으며 점심과 저녁, 그리고 이탈리아 식전주 문화 중 하나인 아페리티보(aperitivo)를 이용할 수 있다.

인테리어도 장안의 화제다. 입구에 들어서면 선명한 초록 색감이 겨울 정원 분위기를 자아낸다. 메인 다이닝룸은 화려한 피코크 그린 컬러의 벨벳 방케트(banquette) 의자와 에보니 컬러의 테이블로 꾸며져 있다. 구찌 오스테리아의 시그니처 인테리어인 별 모양 심벌도 천장 조명, 공간 바닥의 타일 문양, 테라스 바닥의 대리석 모자이크 등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기 메뉴는 단연 구찌 오스테리아의 시그니처 메뉴로 유명한 에밀리아 버거(Emilia burger)다. 파마산 레지아노 크림을 곁들인 토르텔리니(Tortellini with Parmigiano Reggiano cream)도 많이 찾는다. 이외에도 ‘서울 가든’과 ‘아드리아 해의 여름’이라는 이름의 한국의 계절에서 영감을 받은 신메뉴와 창의적인 이탈리아 요리도 선보이고 있다.

마시모 보투라 셰프는 “한국과 이탈리아 문화가 어우러져 탄생한 요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고 설렌다”고 밝혔다.

미쉐린 2스타 정식당과 협업한 발베니. (발베니 제공)
▶발베니

▷‘더 발베니 바’ 정식당과 협업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의 수제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The Balvenie). 한국에서는 애호가 사이에 보유 1순위로 유명한 명품 위스키 브랜드다. 특히 발베니 레어 매리지 시리즈는 명품처럼 개인 사이에 웃돈이 붙어 거래가 될 정도. 60년 경력을 가진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C. 스튜어트가 엄선한 위스키 원액을 최상의 조합으로 만들었다는 레어 매리지 시리즈는 25년, 30년, 40년산이 있는데 출시하자마자 동나는 분위기다.

최근 발베니는 여세를 몰아 국내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인 정식당에서 운영하는 정식 카페와 손잡고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정식 카페에 ‘더 발베니 바(The Balvenie Bar)’를 오픈한 것. ‘더 발베니 바’는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발베니 전 제품을 글라스 또는 테이스팅 세트 메뉴로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발베니 테이스팅 세트 메뉴는 2가지. 발베니 클래식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코어 레인지와 장인들의 위스키 탄생 스토리가 담긴 스토리 레인지로 구성된다.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정식당 셰프와 협업해 개발한 ‘발베니 푸드 페어링 세트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이 메뉴는 발베니 더블우드 12년과 페어링된 치즈의 부드러움과 타바스코의 산미가 느껴지는 ‘치즈미트프라이’를 포함해 각 연산에 맞는 다양한 음식이 제공된다. 위스키뿐 아니라 매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발베니 칵테일 메뉴도 있다. 시즌 칵테일은 발베니 풍미와 어울리는 제철 재료로 만들어지는데 회사 측은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충족시킬 것”이라고 소개했다.

발베니 마케팅 관계자는 “미식과 접목해 보다 다양한 소비자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면서 비교 시음도 곁들여 싱글몰트 위스키 저변을 더욱 넓히려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그 밖에 명품 브랜드 명소는

▷에르메스 카페 마당이 원조 격

명품 고객 사이에서는 진정한 명품 브랜드 레스토랑의 원조는 에르메스라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에르메스는 2006년부터 일찌감치 도산 공원 에르메스 플래그십 스토어 지하 1층에 ‘에르메스 카페 마당’을 열었다. 레스토랑 겸 카페로 커피 등 음료를 즐길 수도 있고, 샌드위치 등을 포함한 브런치 메뉴도 있다. 신라호텔과 협업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명품 시계 중에서는 브라이틀링이 김형규 셰프를 앞세워 한남동에 ‘브라이틀링 키친’을 열었다. 브라이틀링 특유의 노란색 색감을 인테리어 전반에 강조해 예약 열기가 뜨겁다. IWC는 명동 롯데백화점에 주력 모델 이름인 ‘빅 파일럿’을 딴 ‘빅 파일럿 바’를 열고 카페 겸 매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9호 (2022.05.18~2022.05.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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