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에 시장 전문가가 안 보인다

임상균 2022. 5. 1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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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초슈퍼달러·스태그플레이션 등 위기감 고조
TRS, CDS, 키코 등 위기 때마다 당한 한국
관료로 가득 찬 경제팀, 위기 감지 능력 괜찮을까
1990년대 말 대한민국을 초유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계기는 이름도 생소한 파생상품이었다. 1997년 초 미국 투자은행(IB)인 JP모건이 한국 금융기관과 기업에 태국 바트화와 연계된 TRS(Total Return Swap)라는 상품을 팔았다. 태국 바트화나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오르면 이득을, 떨어지면 손해를 보는 상품이었다. 당시 태국 바트화는 고정환율제였기 때문에 하락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이런 설명을 믿고 국내에서 대거 사들였지만 JP모건의 속내는 달랐다. 투기자본의 공격으로 태국 정부가 변동환율제로 바꿀 것이고 바트화는 폭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의 예상은 적중했고, 한국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엄청난 손실을 봤다.

순식간에 국가부도 위기로 내몰렸지만 경제 관료들은 무기력했다. SK증권이 투자금의 5배가 넘는 돈을 물어주면서 SK그룹 전체의 돈줄이 말라가고, TRS에 투자했다는 소문만 돌아도 돈을 빼겠다는 고객이 몰리며 금융기관들이 휘청거렸지만 관료들은 둔감했다. 시장은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원화를 내다 팔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이었다.

다음 위기는 키코(KIKO)였다. 2000년대 중반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들이 국내 중소기업을 상대로 판매한 환율 파생상품이다. 원화 가치가 약정된 상한과 하한 사이에서 변동한다면 기업에 유리한 것으로 인식되며 중소기업들이 앞다퉈 가입했지만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봤다.

복잡한 상품 구조를 기업들은 이해조차 못했다. 외국계 금융기관에 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경제와 금융 관료들은 전혀 견제하지 못했다. 국내 기업 손실이 3조2000억원에 달했다. 당시 반대 포지션에 베팅한 시장의 세력들은 엄청난 이익을 취했을 것이다. 관료가 시장에 패배한 또 하나의 사례다.

또다시 글로벌 금융 시장이 심상치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스텝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신흥국 통화 가치는 급락세를 면치 못한다. 신흥국에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데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인다. 가장 고통스럽다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한국인이 만들었다는 루나와 테라라는 가상자산은 일주일 새 99%나 폭락했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비트코인은 물론 각종 자산 시장에서 연쇄 매도 사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정부가 출발했다. 공교롭게 대통령실, 기재부 등 경제팀 핵심 위치는 모두 정통 경제 관료들이 차지했다. 총리 역시 이들의 기재부 대선배이고 금융위도 기재부 선후배끼리 바통을 이어받는다고 한다.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관료들의 능력을 의심할 뜻은 없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위기를 누구보다 빨리, 정확히 감지해내야 한다. 이른바 시장의 ‘선수’들의 전문성과 동물적 감각을 옆에 차고 있어야 한다. 관료 일색으로 구성된 윤석열 경제팀이 아쉬운 이유다.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9호 (2022.05.18~2022.05.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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