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조개·갑오징어.. 봄 바다의 성찬
올해 초 전남 장흥군 용산면과 안양면을 잇는 정남진대교가 개통했다. 길이 430m, 폭 14.5m 규모의 해상교량이다. 다리가 개통되면서 자동차로 30분 걸리던 용산면 남포와 안양면 장재도 사이의 거리가 3분 안팎으로 가까워졌다. 해안을 따라 먹거리 여행도 훨씬 수월해졌다.
장흥엔 9가지 맛(9味)이 있다. 9미는 한우삼합, 매생이탕, 된장물회, 키조개 요리, 바지락회무침, 굴구이, 갑오징어회·먹찜, 하모(갯장어)샤부샤부, 황칠백숙이다. 이 가운데 전복 대합과 함께 3대 고급 패류로 대접받는 키조개와 갑오징어가 제철이다.
‘조개의 왕’ 키조개는 키(箕) 모양과 흡사해 붙은 이름이다. 초여름에 산란해 알에서 부화하면 2~3주 정도 물속을 떠다니다 뾰족한 주둥이를 갯벌에 박고 살아간다. 갯벌 부착 생활 기간은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1∼2개월이다. 수명은 10년 정도인데 2~4년이 지나면 성체가 되고, 그 무렵에 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 주성분은 수분이 75%, 단백질이 16~18%를 차지하며 지방질·무기질·탄수화물도 포함돼 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키조개를 키홍합이라 소개하고 ‘큰놈은 지름이 대여섯 치 정도이고 평평하고 넓으며 두껍지 않다. 실과 같은 세로무늬가 있고 빛깔은 붉고 털이 있다. 돌에 붙어 있다가 곧잘 떨어져 헤엄쳐 간다. 맛은 달고 산뜻하다’고 했다.
장흥군 안양면 수문리에 키조개마을이 있다. 어부들은 겨울과 봄의 경계지점에 키조개를 건져 올린다. 일명 모구리(머구리)로 불리는 잠수부가 개펄 속에 묻혀 보일 듯 말 듯한 키조개를 갈고리로 찍어 올린다. 크기가 20㎝ 안팎일 때 어부들의 손에 이끌려 올라온다.
키조개는 생존조건이 까다롭다. 오염된 갯벌에선 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맛이나 품질이 많이 떨어진다. 전국 키조개 생산의 84%를 차지하는 장흥 키조개는 영양분이 풍부한 개펄에서 자라기 때문에 부드럽고 향긋하며 살이 연하다. 크기도 다른 지역의 키조개보다 월등히 큰 편이다.
가장 선호하는 키조개의 속살은 관자이다. 귤을 잘라 놓은 듯한 모양새로 살이 탄탄하다. 식감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다. 키조개 특유의 맛은 글루탐산, 이노신산 등에서 비롯되는데 열을 가하면 영양가를 잃으므로 날로 먹는 게 좋다.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구이의 경우 프라이팬에 은박지를 깔고 구워먹는다. 너무 익히면 질겨지기 때문에 불에 살짝 익히는 것이 관건이다.
키조개 산지 사람들은 옛날부터 산모가 아기를 낳으면 미역국에 키조개를 넣어서 끓여 먹였다고 한다. 철분을 많이 함유해 빈혈 예방과 산모에게 좋다는 믿음에서 기인했다.
갑오징어는 참오징어과의 연체동물이다. 갈색의 가로줄 무늬와 자주색 반점이 있으며 자주 몸 색깔을 바꾼다. 다른 오징어류와 달리 몸 안에 길고 납작한 작은 배 모양의 석회질로 된 뼈가 있는데 그 모양이 갑옷 같다고 해서 갑오징어로 불린다. 문어 낙지와 더불어 타우린이 풍부한 식품으로 유명하다. 4월부터 10월까지가 제철이다.
탱글탱글한 갑오징어는 다른 오징어에 비해 식감이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고 영양성분도 풍부하다. 회로 먹어도 좋고 매운 양념을 곁들여 돼지고기와 함께 볶아서 먹어도 좋다. 살짝 데쳐 초장이나 참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오독오독 씹힐 때 어금니에 닿는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갑오징어의 건강 효능을 이야기할 때 먹물을 빼놓을 수 없다. 오징어 먹물의 대표적인 건강 효능은 항암 효과다.
바지락도 장흥의 청정해역에서 생산되는 5~6월 힐링 먹거리다. 정남진 장흥 바지락 회무침은 채 썬 애호박과 당근, 어슷하게 썬 오이, 데친 미나리, 쪽파를 초고추장으로 무친 다음 데친 바지락살과 막걸리식초를 넣고 버무려서 감칠맛을 더한다.
장흥삼합은 키조개 관자와 참나무에서 자란 표고버섯, 그리고 한우가 어우러진 보양 음식이다. 정남진 토요시장에 장흥삼합을 하는 집이 많다. 소고기는 별도구매를 해서 음식점에서 삼합 세팅 비용을 별도로 지불하고 먹는 경우가 많다. 너무 익히지 않게 구워서 쌈장이나 양념채소에 곁들여 먹으면 강하지 않으면서도 넉넉한 풍미가 입 안 가득 느껴진다.
장흥=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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