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전차의 새 엔진 '카리스' 김홍조

윤민섭 2022. 5. 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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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e스포츠의 새 미드라이너 ‘카리스’ 김홍조를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주전으로 첫 시즌을 소화한 소감과 리그 적응 여부, 미드라이너로서의 게임 가치관 등을 그에게 물었다.

-지난해 말 젠지를 떠나 한화생명으로 이적했다. 주전으로 첫 시즌을 보냈다.
“시즌 개막 전엔 기대와 설렘, 걱정이 모두 찾아왔다. 개막 후엔 이기기도, 지기도 하면서 ‘확실히 LCK는 다르구나’ 느꼈다. 라인전부터 하위 리그와 달랐다. 공격적이고, 빡빡하고, 게임의 템포가 빨랐다. 동시에 내가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더 많이 이길 수 있겠단 확신도 들었다.”

-전 소속팀에 오래 몸담았다. 이적이 확정됐을 때 각별한 마음이 들었을 듯하다.
“처음 젠지에 입단했을 땐 이 팀에 쭉 머무를 것 같단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 스카우트님, 단장님, 차장님 모두 좋은 분들이셨다.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젠지에 대한 감정은 아직도 특별하다. 그렇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출전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이적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당시 해외 리그에서 오퍼를 받았음에도 본인이 거절했다고 들었다.
“다른 팀이 아닌 한화생명에 입단한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LCK에 쟁쟁한 미드라이너들이 많지 않나. 이런 리그에서 압박을 버텨내고 성장한다면 더 좋은 미드라이너로 거듭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리플레이 같은 걸 보면서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르다. 라인전에서 직접 상대해보니 훨씬 와닿는다.”

-스프링 시즌을 10위의 아쉬운 성적으로 마쳤다. 기억에 남은 경기가 있나.
“제일 기분 좋았던 건 DRX와의 2라운드 경기, 가장 힘들었던 건 광동 프릭스와의 1라운드 경기다. 광동전은 내가 가장 부진했던 경기다. 패배 이후 스스로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서 다음 경기에 나섰는데 게임이 잘 풀리더라. 그 경기가 바로 DRX전이다. 이겼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

-김 선수는 플레이메이킹을 어떻게 정의하나.
“게임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 단 한 번의 플레이다. 플레이메이킹의 빈도는 선수의 용기와 비례한다.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다면 예정에 없던 플레이를 만들어낼 수 없다. 솔로 랭크에선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실전에선 아니다. 압박감이란 걸 무시할 수가 없더라. 이런 부분은 확실히 베테랑 선수들이 앞서 나간다. 특히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이런 플레이를 빼어나게 잘한다.”

-데뷔 전부터 ‘페이커’ 이상혁을 유독 좋아했다고 들었다.
“‘페이커’ 선수는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미드라이너는 경험이 정말 중요한 포지션이다. 구도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면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메타 적응에 실패하면 부진에 빠지는 시기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페이커’ 선수는 늘 메타에 잘 적응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존경스럽다.”

-스프링 시즌을 치르면서 기억에 남은 일화가 있나.
“앞서 얘기한 DRX와의 2라운드 경기를 이기고 휴가를 받았다. 나는 그날 일찍 퇴근했는데, ‘쌈디’ (이)재훈이 형이 기침을 심하게 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테스트기에 두 줄이 뜨니까 옆에 있던 ‘온플릭’ (김)장겸이 형한테 ‘형, 나 두 줄인데 이거 좋은 거야?’ 물어봤다더라. 장겸이 형이 놀라서 ‘저리가!’하고 자리를 피했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화생명도 코로나19 유행을 피해 가지 못했다. 중위권으로 치고 나갈 타이밍을 놓쳤다.
“많이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그 당시에 팀원들의 기량이 괜찮은 편이었고, 자신감도 붙은 상태였다. 다음 상대였던 리브 샌드박스까지 잡는다면 플레이오프 진출도 노려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연달아 코로나19에 확진되니까 팀의 힘이 쫙 빠졌다.”

-앞서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팀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게 인상 깊었다.
“제일 상대하기 힘들었던 선수도, 배울 게 가장 많았던 선수도 ‘쵸비’ 정지훈 선수였다. 라인전을 해보면 ‘다름’이 느껴진다. 자신이 뭘 하면 이기는지 다 알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 어떤 구도든 마찬가지였다.
‘쵸비’ 선수는 어떤 챔피언을 하든 라인을 푸시할 방법을 연구해낸다. 가령 오리아나 대 빅토르로 예를 들면, ‘초반에 빅토르가 (푸시 싸움에서) 이긴다’는 게 중론일 때 ‘쵸비’ 선수는 오리아나로 빅토르를 이기는 법을 연구해온다.
‘페이커’ 선수와 ‘라바’ 김태훈 선수는 현재 내게 결여된 플레이를 잘해서 그들로부터도 배울 점이 많았다. 두 선수는 정글러와 서포터를 잘 이용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1대1이 아닌 5대5 게임이라는 걸 실감했다. 라인을 언제 풀어야 할지, 정글러를 언제 불러야 할지, 팀원과 언제 함께 돌아다녀야 할지를 잘 안다고 느꼈다.”

-김 선수는 신인 같지 않다. 플레이도 베테랑 같다. 메이지를 굉장히 능숙하고 편안하게 다룬다.
“예전부터 솔로 랭크나 스크림에서 메이지를 많이 사용해왔다. 안정성이 돋보이는 ‘페이커’ 선수의 플레이를 많이 참고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 메이지의 첫 번째 덕목이 안정적으로 성장을 이뤄내는 것 아닌가.”

-김 선수 외에 어린 미드라이너들이 대체로 메이지 플레이에 애를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이지는 구도에 대한 지식을 많이 요구한다. ‘이 타이밍엔 내가 이긴다’ ‘이 타이밍엔 스킬을 절대 맞으면 안 된다’처럼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베테랑들은 메이지 간 대결 구도와 관련된 경우의 수를 많이 알고 있다. 신입급 선수들은 그런 게 부족하다. 나는 한화생명 입단 후 김성진 코치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인상 깊게 본 팀이 있나.
“나는 T1 게임 위주로 봤다. T1이 운영을 정말 잘한다고 느꼈다. 스프링 시즌 때도 마찬가지였다. 팀적으로 인원 분배를 정말 깔끔하게 잘하는 팀이다. 개개인의 라인전 능력도 뛰어나다. ‘제우스’ 최우제 선수가 1대2 싸움에서 이긴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서머 시즌 목표는 어떻게 설정했나.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플레이오프 진출, 구체적으로는 정규 리그 5위 마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충분히 거기까지 갈 만한 실력을 갖춘 팀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POG 포인트 상위권에 오르고 싶다. 중계 화면에 POG 상위권 선수들의 이름이 종종 올라오지 않나. 거기에 내 이름이 나왔으면 한다. 더불어 한화생명 팬분들께서 ‘우리 미드 카리스’라고 자신 있게 외치시는 날을 꿈꾼다.”

-DM을 보내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등 팬 사랑이 각별하다.
“종종 팬들께서 응원의 메시지나 선물, 자필 편지 등을 보내주신다. 힘들 때마다 그런 걸 보면 동기부여가 된다. ‘파이팅 해라’ ‘지더라도 자신 있게 해라’ 이런 짧은 메시지만 보내주셔도 큰 힘을 받는다. 생일(5월21일)을 앞두고 있어서 최근에도 팬들께서 선물을 보내주셨다. 감사하게 잘 이용하고 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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