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AP 41%, 물류비 52% 올랐다..삼성·LG '가격인상 카드' 만지작

최은경 2022. 5. 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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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 [뉴스1]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자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 1분기 원재료비와 물류비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화 전망 속에서 기업들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18일 삼성전자 1분기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격이 전년 1분기 대비 41% 올랐다.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가격은 8% 상승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웨이퍼 가격이 4% 올라 부담이 커졌다. 연성회로기판(FPCA)과 강화유리용 윈도 가격도 각각 19%, 2% 상승했다. 하지만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은 42% 내렸다.

LG전자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 같은 생활가전에 쓰이는 철강·레진·구리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해 각각 20.4%, 16.3%, 36.4% 뛰었다. TV와 영상음향(AV) 제품에 들어가는 칩 가격은 42.8% 올랐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의 재료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칩 가격도 각각 24.3%, 27.3% 상승했다. 주요 재료 중 LCD TV 패널만 가격이 15.6% 하락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원재료비에 물류비 부담도 커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도시 봉쇄 등으로 물류비 부담도 커졌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운반비는 857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88억원(40.9%) 증가했다. 전체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6.7%에서 8%로 상승했다. LG전자의 운반비 역시 전년 1분기 7128억원에서 올 1분기 1조838억원(52%)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원재료비 상승 대책을 세우는 한편 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경영지원실 산하 공급망 인사이트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원자재 조달 방안 등을 근본적으로 공급망을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말부터 조직별 TF를 유기적으로 가동하면서 원자재·물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비용 최적화 방안을 찾고 있다. 주요 이슈가 생기면 필요한 인력으로 TF를 구성했다가 문제를 해결하면 해산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거래처와 파트너십 구축, 협업으로 시장 가격 대비 낮은 가격으로 원재료를 구매하고 있으며 원가 절감형 소재 등 재질 변경으로 가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LG베스트샵에서 다양한 색상의 LG오브제 컬렉션을 활용해 부엌처럼 꾸며 놓은 공간을 방문객이 둘러보고 있다. [사진 LG전자]

상승세 장기화에 TF 꾸려 대안 모색


소비자가전 업계에선 제품 가격 인상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마다 다르겠지만 부품값이 오르면 당연히 제품값이 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그렇다고 선뜻 가격 인상을 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에 기댄 펜트업 소비(보복 소비)가 꺾이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가는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앞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격을 15~20%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하반기부터 인상분이 반영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시장은 파운드리 가격 인상이 전자제품 가격 인상의 또 다른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가 강하고, 여러 곳에서 공급망에 문제가 생겨 원재료비 부담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모든 비용이 올라가는데 소비자 가격을 당장 올릴 수는 없는 데다 시차를 두고 가격을 인상한다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 고민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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