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치의 노래' 고영재, 정태춘이라는 이름
40년 넘게 대중음악계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길을 가지고 걸어나갔다. 이런 뮤지션의 생애를 압축하는 게 어찌 쉬울 수가.
음악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개봉을 기념해 최근 만난 자리에서 고영재 감독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웃음을 보였다.
‘시인의 마을’로 데뷔, ‘촛불’까지 연이어 히트시키며 정태춘은 꼭 인기 가수의 길을 걸어갈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찌 인생이 뜻대로 되랴. 포크의 전성기는 저물었고, 정태춘은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시대는 그를 ‘시대를 노래하는 가수’로 만들었다.
그렇게 걸어온 길은 당연히 쉽지만은 않았다. 노래와 대화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공연, 음반 사전심의제도 철폐를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사전심의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발매했던 불법 음반, 자신의 마을 도두리를 지키기 위해 오랜 침묵을 깨고 시위에 참여했던 일, 촛불시위에서 불렀던 ‘92년 장마, 종로에서’에 이르기까지 정태춘이 40여 년 간 음악계와 사회에 남긴 발자취들이 영화에 빼곡하다.
“(영화가) 너무 만연체가 돼서는 안 되지만, 너무 축약을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런 대단한 일을 했구나’ 정도는 관객들이 알길 바랐죠. 사전심의제도 철폐와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은 햇수로 6년여를 (정태춘이) 몰두했던 일인데, 그걸 10분 이내로 담아내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었죠.”
고영재 감독은 이 영화를 ‘음악 영화’라고 표현했다.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그런 영화라기보다는 음악 영화라고. 하지만 정태춘의 음악 자체가 늘 사회가 겪어내는 진통, 사람들의 슬픔과 함께하고 있다 보니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아예 지우는 건 불가능했으리라. 고 감독은 “고르고 골라 굵직한 사건들만 넣었는데도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가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운동권 영화’로 보진 않을까 걱정도 솔직히 있었어요. 하지만 다큐멘터리인데 ‘운동권 영화’로 안 보이겠다고 있었던 사실을 다 생략할 순 없잖아요.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게 정태춘이라는 뮤지션이 걸어온 길이고, 그의 삶이니까요. 뮤지션이 가지고 있는 결과 그의 경험을 왜곡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고 감독의 표현대로 ‘음악 영화’이기에 영화에는 20곡이 넘는 정태춘의 노래들이 실려 있다. 자신이 부른 것도 있고, 음악적 동반자이자 아내인 박은옥을 위해 쓴 노래도 있다. 딸 뮤지션 정새난슬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노래도 나온다.
이런 노래들과 정태춘이라는 뮤지션이 가진 이야기를 엮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고영재 감독은 “노래가 영화에서 부유하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면서 “정태춘의 노래에는 서정과 서사가 모두 들어 있다. 노래가 담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정서를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무겁게 느끼는 관객분들도 있을 수 있겠죠. 한 가지는 확실해요. 정태춘이라는 이름은 유일무이하다는 것.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뜻하는 바대로 현실 참여를 하면서 음악 창작을 이어온 뮤지션은 정태춘이 거의 유일해요. 정태춘이라는 뮤지션의 이야기를 왜곡 없이, 미화 없이 담고자 했습니다.”
정진영 기자 chung.j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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