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왜 어지러울까?".. 나, 독초를 먹고 말았다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2022. 5.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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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하다. 개중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도 있다. 이 때, 초 단위의 판단과 행동이 삶과 죽음을 결정한다. 잘못된 정보, 빗나간 대처는 사망을 부른다. 가장 먼저 할 일은 119 연락이다. 구조를 요청한 뒤엔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을 활용해 생존율을 높일 방법들이 있다. [살아남기] 시리즈에 주목해주시길. [편집자 주]

봄의 산에서 마주할수 있는 대표적인 독초에는 은방울꽃(왼쪽), 털머위(오른쪽)가 있다./사진=농촌진흥청 제공

완연한 봄 날씨와 거리두기 해제로 등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산을 오르내릴 때 자연경관은 눈으로만 즐기는 게 좋겠다. 손을 뻗어 무언가 집어들고 입안으로 가져갔다간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독초·독버섯 등 자연독으로 인한 중독 사고는 21건, 많진 않다. 그러나 총 환자 수는 135명이다.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기 때문이다. 더욱이 등산객들의 체감은 다르다. 신고되지 않은 ‘중독’들도 빈번해 주의해야 한다. 대개 봄에는 독초, 가을엔 독버섯 오용이다. 봄에는 어린잎들의 생김새가 비슷해, 봄나물과 독초를 구분하기 어렵다. 

지난해 4월, 50대 남성 A 씨가 ‘초오’의 뿌리를 땅두릅으로 오인해 지인들과 나눠 먹었다. 7명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초오는 과거 사약의 재료로 사용됐다고 알려진 쌍떡잎식물로 ‘투구꽃’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식물들이 생각보다 많다. 우리 산하엔 400여 종의 독성식물이 분포한다. 이 중 15개는 흔하게 알려진 산나물과 혼동할 가능성이 크다. 관련 지식이 아예 없는 사람은 물론, 조금 배웠다 하는 사람도 산나물은 먹지 않는 게 이롭다. 그래도 채취하고, 먹는 일이 생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경희대한방병원 간장·조혈내과 김영철 교수는 “독초를 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최대한 빨리 게워내야 한다”며 “위세척과 같은 원리인데 음식물은 위장에 들어간 뒤 2~30분 뒤부터 소화되기 시작하므로 그 전에 토해낸다면 독성분이 체내로 흡수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독초를 먹었는지 알기 힘든 상태라면 우유를 마시는 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우유 속 칼슘, 철분, 락트산 등이 장에서 독성분이 흡수되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초를 먹었다는 사실은 대부분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깨닫는다. 주요 증상은 ▲설사 ▲복통 ▲구토 ▲어지럼증 ▲경련 ▲호흡곤란이다. 이러한 증상들은 독초를 먹은 뒤 짧게는 30분, 길게는 5시간 이내에 나타난다. 대처법은 증상에 따라 다르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박인철 교수는 “독초 섭취 후 증상이 소화기에 그친다면 굳이 응급실에 방문하지 않아도 회복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설사 정도만 계속된다면 수분 섭취를 위해 이온음료를 먹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지럼증처럼 신경계 증상이 나타난다면 응급실에 방문하는 게 좋다. 박인철 교수는 “어지럼증의 원인은 여럿인데 설사와 구토가 동반된 후 혈압이 낮아져 발생하는 쇼크 증상으로도 볼 수 있다”며 “이런 상태가 심해지면 호흡이 힘들어지고 경련이 발생하거나 의식을 잃어버리기도 하는데 개인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떠올리기보다 빠르게 119를 부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맥박의 변화가 느껴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엔 ‘자리공’처럼 심장박동에 영향을 끼치는 독초들도 있는데 많은 양을 섭취하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졌다.

중요한 건 사후 조치가 아니다.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은 산나물을 먹지 말아야 한다. 정말 몸에 좋은 산나물을 만나 먹었다 해도, 한 번의 섭취가 몸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간혹 식물의 독 자체가 약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김영철 교수는 “약한 독이 몸에 좋다는 건 지속적으로 섭취해서 간세포 속 미토콘드리아가 독에 적응했을 때의 이야기”라며 “어쩌다 한 번 먹는 독초는 위험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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