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조선은 풍수 때문에 망했다

2022. 5. 1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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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집의'는 다산 정약용의 저술이다.

다산 선생이 풍수지리를! 역시 풍수는 중요한가 싶지만 실은 반대다.

다산은 역대의 풍수론과 그 반론을 두루 검토하고 자기 의견을 덧붙여 풍수집의를 편찬했다.

조선은 풍수 때문에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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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승(단국대 연구교수·동양학연구원)


‘풍수집의’는 다산 정약용의 저술이다. 다산 선생이 풍수지리를! 역시 풍수는 중요한가 싶지만 실은 반대다. 풍수집의는 풍수지리설에 현혹된 중생을 깨우치기 위한 책이다. 풍수는 조선 후기의 심각한 사회문제였다. 묏자리 다툼에서 비롯된 ‘산송’은 토지 소송, 노비 소송과 함께 조선시대 3대 소송이었다. 폭행치사 사건의 절반이 산송 때문에 일어났다. 산송의 본질은 산지 소유권 분쟁이지만 풍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풍수는 사회 개혁을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다산은 풍수를 열심히 연구했다. 책 많이 읽기로는 조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다산은 역대의 풍수론과 그 반론을 두루 검토하고 자기 의견을 덧붙여 풍수집의를 편찬했다. 풍수집의는 풍수 비판서다.

다산은 풍수를 불신했다. 풍수의 이치는 하나일 텐데 어째서 지관마다 말이 다를까. 집안이 번창할 때는 묏자리를 잘 잡은 덕이라더니 가세가 기울면 묏자리부터 탓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째서 지관은 자손만대 복을 누린다는 길지를 푼돈만 받고 남에게 넘겨줄까. 그렇게 좋은 땅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가 차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관의 자손 중에 출세하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고의 길지에 왕릉을 쓴 역대 국가들이 예외 없이 멸망한 이유는 무엇인가. 다산은 이 책에서 당시 용하다는 지관들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그들의 이론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낱낱이 폭로했다.

풍수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시기는 조선 후기다. 당시 사대부들이 신처럼 떠받들던 송나라 성리학자 주희가 풍수를 신봉한 탓이기도 하다. 조상 묏자리를 잘 잡아야 후손이 잘된다는 믿음으로 산 사람이 살 집보다 죽은 사람이 묻힐 묏자리의 풍수를 중시했다. 이장이 잦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두세 번은 보통이고 네댓 번 이장한 끝에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왕릉 이장도 빈번해졌다. 선조의 목릉, 효종의 영릉, 인조의 장릉, 사도세자의 영우원, 정조의 건릉, 순조의 인릉, 효명세자의 수릉, 고종과 명성황후의 홍릉 등 길지를 찾아 이장했다. 당대 최고 지관들이 잡은 길지다. 하지만 기울어가는 국운을 붙들기엔 역부족이었다. 산 사람이 살 곳을 마련하려고 돈을 썼다면 모르겠다만, 죽은 사람 묻을 곳을 마련하려고 쓰는 돈은 전부 낭비다. 고비용 장례와 잦은 이장으로 민간은 가산을 탕진하고 왕실은 국고를 소모했다. 이 과정에서 소송이 남발되고 갈등이 폭발했다. 조선은 풍수 때문에 망했다.

풍수는 옛사람의 관념과 생활 연구에는 유용하지만 오늘날 적용하기는 무리다. 공간 개념과 활용 방법이 과거와 판이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건물은 높아야 2층이었다. 산을 깎아 없애고 터널을 뚫는 건 상상도 못했다. 그 시대의 산물인 풍수를 여지껏 신봉할 이유가 없다. 풍수를 제대로 공부했다면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풍수에 현혹된 대중을 일깨워야 할 지식인이 오히려 풍수를 옹호한다. 하긴 풍수를 비판해봤자 생기는 게 없지만 풍수를 이용하면 생기는 게 많다.

대통령 집무실이 탈 없이 용산에 안착했다. 공원으로 변신한 청와대를 찾은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처음 옮긴다고 할 적에는 이런저런 우려가 많았다. 기회를 놓칠세라 자칭 풍수가들이 나타나 한마디씩 보탰다. 용산이 좋으니 청와대가 좋으니 옥신각신했다. 우호적인 여론이 우세해진 지금은 슬그머니 말을 바꾼다. 용산이야말로 국민과의 소통에 유리한 길지란다. 향후 정부가 난관에 봉착하면 풍수쟁이들이 또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여과 없이 전달하는 언론도 문제다. 풍수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

장유승(단국대 연구교수·동양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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