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장 후보가 중립 내치고 '민주당 정신' 외치다니

2022. 5. 1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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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에 도전하는 김진표 의원(왼쪽)과 조정식 의원. 김 의원이 조 의원보다 16살 많지만 선수는 5선으로 같다. 연합뉴스


김진표·조정식 등 “민주당 위해 일하겠다”


본분 잃은 것…의장은 정당 아닌 국회 대표


국회의장이 무소속인 건 20년 된 제도다. 공정성·중립성을 위해서다. 당시 이만섭 국회의장은 “의사봉을 두드릴 때 한 번은 여당을, 또 한 번은 야당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국민을 본다”고 했다. 그게 국회의장으로서 바른 자세다.

그 후에도 국회의장의 국회 운영을 두고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최근에도 박병석 국회의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도운 일이 있었다. 그렇더라도 대개 겉으로는 여야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곤 했다.

이번 민주당의 차기 국회의장 선출 과정은 ‘국회의장 무소속’ 정신에 반하는 듯해 대단히 걱정스럽다. 현재 5선 김진표(75)·이상민(65)·조정식(59) 의원과 4선 우상호(60) 의원이 출마선언을 했고 한두 명이 더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이 “민주당을 위해 일하겠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통상 의장은 선수(選數)나 연령을 감안해 조율해서 정했다. 하지만 이번엔 경선을 하는데, 계파 대결 양상이라고 한다. 의장 경선이 아니라 원내대표 경선이라도 되는 양 발언 수위가 높다.

김진표 의원은 “민주당은 국회를 통해 꿈과 희망을 이뤄 나가야 한다”며 “국회를 무시하고 사법 권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며 국정 독주를 해 나가는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견제하는 일이 국회 다수당인 우리 민주당의 사명이고 운명”이라고 했다. 실제 김 의원은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 때 법제사법위에 투입된 뒤 최연장자란 이유로 안건조정위원장을 맡아 당시 야당의 심의권을 봉쇄하는 일을 했다.

조정식 의원도 “윤석열 정권에 맞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킬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국회”라며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나는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정신을 근본에 두고 국회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우상호 의원도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반하는 길로 가지 않도록 국회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모두 국회의장의 공정성·중립성에 반하는 발언들이다. 신임 의장이 이끌 후반기 국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경험해 보지 못한 강력한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다. 민주당은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겠다던 지난해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국회 권력으로 윤 대통령의 행정부 권력에 맞서겠다고 벼른다. 이런 마당에 의장이 167석의 ‘친정’ 편만 들면 사실상 국회 의결을 필요로 하는 국정은 마비될 수밖에 없다. 그걸 의도하는 건가.

의장 후보들이나 민주당 의원 모두 국회법을 읽어보길 권한다. 제10조에 ‘의장은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고 돼 있다. 의장은 특정 정당이 아닌 국회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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