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어르신과 부모 손길 그리운 아이, 서로를 보듬다

용인시민신문 김영희 2022. 5.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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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의 마을문화 만들기 '다들' 16] 세대교류가 활발한 마을을 상상하며

[용인시민신문 김영희]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사람 사이의 면대면 소통과 교류는 멈칫하게 되었다. 마을의 삶 역시 감염위험 때문에, 민폐 끼치지 않으려고 배려라는 이름으로 이웃 간 발길이 뜸하게 되었다.

격리와 집콕 삶이 2년을 넘겨 인내의 한계를 느끼며,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폭발적 증가로 인한 비상시국) 국면에서 코로나 앤데믹(감기 같은 계절 풍토병이 있는) 일상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휴일과 주말이 되니, 집콕의 답답함과 우울함을 떨쳐 버리려는 치열한 몸부림으로 고속도로와 휴양지가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격리와 제한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시점에 우려도 있지만, 웃음이 찾아오니 행복이 찾아오고 희망과 새 일을 하려는 의지도 찾아오는 듯하다.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태도에서 우리의 인간관계도 기지개를 켜며 소통과 교류를 펼쳐가기를 소망한다. 몇 주 전부터 내 작은 정원에 금낭화가 싹을 내었다. 이내 이쪽저쪽으로 줄기를 뻗는가 싶더니, 금세 연분홍 하트를 주렁주렁 달고 바람에 손짓한다.

그러자 바로 옆 독일아이리스가 봉우리를 내밀더니 지난 주말 내린 비에 어른 손바닥만 한 보라색 꽃을 활짝 피웠다. 서양 독일아이리스와 한국 토종 분홍색 금낭화가 악수하듯 흔들어대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독일아이리스 꽃잎에 연두색 한국 토종 청개구리가 살포시 앉아있는 게 아닌가? 동서양 식물이 이웃으로 자리 잡은 곳에 한국 청개구리 총각이 놀러 와 말을 걸고 있었다.

참으로 멋진 어울림과 하모니의 순간을 포착하고 작은 설렘과 기쁨이 찾아왔다. 다양함의 어울림은 이렇듯 아름답다. 여러 세대의 특성과 장점들이 어우러지는 삶의 모습 또한 이러하리라.
 
 양지 예움도서관 노인 자원활동가가 아이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현대인의 대표적인 두려움은 소외와 상처이다. 사람이 그리워 다가가려 하지만 상처받을까 두려워 멈칫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앤데믹 시기를 앞두고 백신과 마스크의 도움으로 인간관계의 기지개를 캬보자. 코로나 블루(우울)와 코로나 레드(분노), 코로나 그레이(희망 없음)를 떨쳐버리고 자신과 상대방을 신뢰하며 인간관계의 회복을 위해 손을 내밀자.

마을공동체 활동을 몇 년 동안 해오며 가장 힘든 것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합의하는 소통과 교류의 과정이다. 대부분의 공동체가 비슷한 연배나 목적으로 모인다. 젊은 사람들, 친구들, 노인들, 중년들 끼리끼리. 그럼에도 어울림과 화합은 쉽지 않다.

아마도 가까운 사이에서는 상처의 기억이 두렵고, 조금 범위가 넓어지면 갑질의 두려움이 우리를 위축되게 하는가 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새 시대가 열리고 있으니, 새로운 몸짓과 시도로 용기를 내어보자.

우선 마을 사람들이 만날 기회를 만들고, 어울리고 얘기하고 느낌을 나누자. 소통의 기회를 통해 수용과 용납을 경험하며 행복감으로 살아있는 것 같음, 사는 것 같음을 느껴보자. 특히 끼리끼리의 모임을 넘어 세대 간 교류를 통한 어울림을 시도하자. 여기에서 미래에 대한 용기와 희망이 새봄의 땅두릅처럼 솟아오를 것이다. 예움도서관에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 할아버지 시간이 있다. 전직 교사와 전문직에 있던 분들이 은퇴 후 도서관을 도우러 오셨다. 구석구석 청소도 하고 텃밭도 일구신다. 또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식들에게는 못 했지만 이웃 손녀, 손자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퀴즈와 게임도 하며, 함께 숲으로 나가 자연도 관찰하고 살핀다.

바쁜 엄마 아빠의 손길이 그리운 아이들에게 시간적 여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관심과 나눔이 심리적 보약이 된다. 양지면의 아이들, 엄마 아빠들, 노인들이 인형극 공연을 위해 모였다. 함께하면서 웃음과 배려와 소통과 교류가 많아지고 있다. 세대 간 소통과 어울림의 작은 시도가 새바람을 일으켜, 소통과 화합의 큰 물결로 합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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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양지면 예움도서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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