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주원 "제가 춤추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저는 45살의 발레리나입니다. 앞으로 10년 뒤에도 35주년 기념공연을 하고 싶어요.”
발레리나 김주원이 6월 9~1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25주년 기념 공연 ‘레베랑스’를 앞두고 17일 서울 강남구 EMK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5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레베랑스는 발레에서 무용수들이 관객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로 25년간 지지해 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주원은 “춤추는 게 가장 행복하기 때문에 무대를 내려가선 살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물론 나이를 먹으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예전에는 바로 무대에 올라 춤춰도 회복됐지만, 지금은 토슈즈를 신을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준비부터 해야 한다. 그렇지만 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추려고 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나이를 먹으니 눈물이 많아진 것 같다”며 웃음을 내비쳤다.
부산 출신인 김주원은 발레를 전공한 고모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 발레에 입문했다. 러시아 볼쇼이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199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김주원은 ‘한국 발레계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백조의 호수’ ‘지젤’ ‘해적’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서 보여준 섬세한 연기력과 우아한 포르 드 브라(상체 움직임)는 그의 트레이트마크였다. 하지만 2005년 발레리나에게 사형선고라는 족저근막염으로 토슈즈를 신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9개월간 재활을 통해 발뒤꿈치 뼈와 발바닥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을 극복한 그는 2006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당스 상을 받으며 다시 비상했다. 당시 한국인으로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였던 강수진(현 국립발레단장)에 이어 두 번째였다.
“2017년 디스크가 터져서 한 달 넘게 입원했다가 6개월 정도 재활을 했어요. 당시 ‘내가 너무 바쁘게만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어쩌면 부상 덕분에 춤출 수 있는 것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 같아요.”
2010년 댄스 뮤지컬 ‘컨택트’의 여주인공과 2011년 TV 예능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심사위원으로 대중에 성큼 다가선 김주원은 2012년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국립발레단을 떠나 보다 다양한 장르나 스타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2013년 성신여대 교수로 부임해 학생을 가르치는 한편 프리랜서 발레리나로서 무용은 물론 연극과 뮤지컬 등에서도 쉼 없이 활약하고 있다. 특히 무용수로서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을 가리지 않고 여러 안무가와 협업하고 있는 그는 직접 예술감독 겸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무대를 선보여 왔다.
“국립발레단 시절 저는 모범단원이었어요. 저 스스로 단체 생활에 최적화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죠. 하지만 국립발레단을 나와 프리랜서로서 활동하면서 제가 굉장히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발레를 우선순위에 놓고 그 상황에서 저 자신을 최적화시키는 사람이었던 거죠. 앞으로도 무엇을 하든 발레리나로서 저의 정체성을 가져가야죠.”
이번 25주년 기념공연에는 ‘해적’ ‘지젤’ ‘빈사의 백조’ 등 클래식 발레는 물론 ‘탱고 발레-3 Minutes : Su Tiempo’ ‘사군자-생의 계절’ ‘Dear Moon’ 등 김주원이 직접 제작한 작품 그리고 이번에 이정윤 등 안무가에 의뢰해 새로 창작한 ‘뒤꿈치로 춤을 추는 발레리나’ 등을 선보인다. 김주원 외에 이정윤 김현웅 이승현 등 오랜 인연이 있는 동료 무용수들이 여럿 출연한다. 그리고 뮤지컬 연출가 추정화와 재즈뮤지션 손성제, 안무가 유회웅이 힘을 보탠다. 그리고 김주원이 홍보대사를 맡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무용단’ 사업을 통해 발레를 배운 아이들 8명이 특별출연해 발레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 어린 시절의 김주원을 표현한다.
이번 공연에서 직접 나레이션도 할 예정인 김주원은 “25주년을 맞아 인연, 우주, 삶, 죽음 등 제가 평소 생각하던 것을 관객에게 들려드리고 싶다”면서 “내 무대 인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의 자리”라고 피력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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